자전거로 만나는 하기성 도자기마을
자전거로 만나는 하기성 도자기마을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0.09.0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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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도공의 아픔이 묻어있는 가마터

  3박4일간의 일본 문화탐방중에서 셋째날에 만난 하기성의 자전거투어체험은 아직도 그 감흥에 젖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하기성은 3개의 강이 흐르는 삼각주에 형성된 일본 서쪽 야마구찌현에 위치한 아름다운, 비교적 평탄한 도시이다. 하기성은 하기야끼라는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인데 그 역사적 배경에는 16세기말 임진왜란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의 도자기 문화를 뺏어오기 위해 많은 조선 도공들을 강제로 일본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그 중 도공 李勺光(이작광), 李敬(이경) 형제가 이곳 하기성으로 끌려와 조선의 도공기술을 알려 아직까지도 그 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도 다도를 좋아하는 일본여성에게 하기 막사발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기성에 도착하고 버스에 내리는 순간 내 눈앞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가 보였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마터가 한참을 내 눈을 잡았다. 나는 잠시 일본으로 온 조선 도공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 저 가마터에 도자기를 구웠을까? 라는 생각에 잠겼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서러움이 묻어있는 가마터가 묵묵히 그 아픔을 전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가마터 옆에는 바람에 흔들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모양의 도자기가 있는데 서양의 샹들리에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의 소리를 내는 도자기 종이 더욱 아름답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조선 도공의 아픔을 뒤로하고 자전거로 하기성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찾아나섰다.
 일본열도에서 36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속에서 자전거로 하기성의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로 돌아다니는 것의 묘미중 하나는 내가 자전거 페달을 밟을수록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그 상쾌함. 그리고 발을 구르는 만큼 더 많은 풍경들을 나의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자전거투어의 매력이 아닌가싶다.


 하기성의 주택들은 대부분 아담했지만 주택 각각마다 개성이 묻어있어 우리나라의 한옥과는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주택들 사이로 크고 작은 개울이 곳곳에 있는데 개울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포장되어 있다.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하기 도자기마을의 한적함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하기성의 자전거투어를 마치고 도자기 공예품이 판매되는 상점에 들려 이쁜 도자기와 재미있는 도자기들을 구경했다. 가격이 비싸 살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기에라도 도자기를 마음껏 담아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도자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일본 하기에서 만난 도자기는 우리 조상의 아픔이 담겨져 있기에 특별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꼭 야마구치 가게 된다면 꼭 하기 도자기마을 방문해 그곳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느끼고 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하기성, 그곳은 일본의 소박함과 조선의 도공의 아픔이 묻어있는 곳이다.

 유경태기자
 youkt28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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