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보다는 먼 이민보다는 가까운

새롭게 등장한 여행 플랫폼, 한 달 살기

2019-06-18     조경인

_최근 장기간 여행을 즐기는 이른바 ‘한 달 살기’가 새로운 여행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3박 4일, 길어야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휴가 시기에 맞춘 여행이 아닌, 한 두 달 가량을 여행지에서 보내는 방식으로 3년 새 198%가 증가(인터파크투어 제공)했을 만큼 벌써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다.

 

 

방전, 재충전이 필요해!
_학교, 집, 학교, 집, 학교 집…. 회사, 집, 회사, 집, 회사 집…. 반복되는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진정한 휴식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자 한다. 일상과 잠시라도 분리된 시간을 통해 사회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충전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 것이다.
_그리고 최근에는 재충전 시간을 이전보다 길게 갖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여행방식이 등장했다. 한 달 이상 여행지에 머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힐링을 즐기다 오는 것이다. 실제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왕복항공권 예약 수요를 조사한 결과 장기여행(일주일 이상)을 결심한 여행객 중 4명에 1명은 한 달 이상을 체류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디에 가고 싶은데?
_그렇다면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한 달 살 여행지로 어느 곳을 선호할까? 인터파크 ‘2019년 한 달 살기 여행지 인기 순위’에 따르면 1위는 태국 방콕이었다. 이전부터 동남아 여행지의 핫플레이스로 불린 태국은 저렴한 물가뿐만 아니라 통로(Thong Lo)나 아리(Ari)와 같은 카페거리, 타파야, 후아힌과 같은 근교 휴양지 등 다양한 볼거리, 힐링거리를 갖고 있어 한 달 살기 여행객들에게 최적의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_또한 1위부터 5위가 모두 동남아시아가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대비 저렴한 물가와 가까운 거리가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루어지면서 베트남이 주목받는 여행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넌 휴가받아서 여행가? 나는 회사에서 보내주던데
_한 달 살기와 같은 여행이 하나의 테마로 자리 잡은 만큼, 여행 회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여행 플랫폼을 찾고 있다. 그중 여행을 주제로 SNS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행 채널 ‘여행에미치다’는 작년 6월 한 달 동안 회사 문을 닫고 직원들이 한 달 살기를 떠나기도 했다. 직원들끼리 팀을 짜 각각 한 달 동안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 한 달을 지내다 온 것이다. 월급, 여행 지원비를 지원해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으며 여행을 다녀온 직원들은 책을 출판하는 등 자신의 여행담을 나누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스마트 인컴 ‘사장님이 미쳤어요, 전 직원 한 달 동안 해외여행 보낸 회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 한 달 살기가 어땠냐고?
_실제 우리대학에서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사대학 소속 박진욱(해양플랜트운영학과·18) 학생은 지난 겨울방학 중국 톈진에서 한 달 가량을 머물렀다. 현재는 한국에서 생활 중이지만, 재외국민으로 어렸을 때 중국에 거주했고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있어 부담 없이 여행하고자 중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_평소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박진욱 학생은 한 달 동안 홀로 톈진을 자유여행 방식으로 여행했다. 옛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만큼 톈진의 시내에서는 동양식 건물과는 다른 유럽식 건축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것은 톈진에 있는 대관람차를 보고 탔던 것이었다.
_하지만 친숙한 곳에 방문했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존재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날씨인데, 외부를 자유로이 돌아다닐 만큼 날씨가 좋았던 적이 손에 꼽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먼지와 스모그 농도가 높아 어딜 가던 마스크는 필수였다.
_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진욱 학생에게 한 달간의 또 하나의 값진 경험이 되었다. 박진욱 학생은 “한 달 동안 여행한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며 “한 달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니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이 가려는 여행지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갔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의 한 달간 해외여행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런데도 아직 해외에서 한 달을 보내는 게 두렵다고?
_하지만 타지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한 달 보내기를 결심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이미 한 달 살기를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어 있다.
_첫 번째는 한 달 살기를 주제로 담고 있는 책이다. 이미 세간에는 한 달 살기와 관련한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있다. 최근 한 달 살기 여행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태국 치앙마이, 우리나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제주도 등 다양한 곳에서 여행을 즐긴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_또한 이미 많은 여행 업체에서 한 달 살기 플랫폼을 적용한 장기여행 패키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장기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고, 해외 경험이 부족하다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도 당연히 여행 가고 싶지. 근데…
_그러나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특히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여행의 경우 학생들은 방학을 노리거나 휴학을 해야하고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여행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_금전적인 부분도 발목을 잡는다.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행뿐만 아니라 장기간 숙박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그 비용은 천 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다. 이에 김태건 학생(조선기자재공학전공·13은) “아무리 여행이 가고 싶어도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여행을 꿈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_한 달 살기는 현재 처한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힐링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마음이 뭉쳐져 생겨난 새로운 힐링 방식이다. 지친 일상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을 때,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고 싶을 때 한 달 살기가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