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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했어
2021. 02. 09 by 주현지

 반려동물 천만 시대,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강아지, 고양이부터 고슴도치, 미어캣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보통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그들의 귀여움과 앞으로 줄 행복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하지만 마냥 어리고 귀여울 것만 같은 동물들은 사람보다 빨리 늙고, 병들고 죽는다. 동물은 사람보다 훨씬 짧게 살지만,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은 그들의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한참 많이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전·후반이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3~17년 정도로 이제 그 동물들의 수명이 다할 때가 되었다. 그에 따라 이름도 생소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이 사고, 노환 등으로 죽었을 때 느끼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울증, 불면증, 식사 장애 등 정서적인 불안감과 무기력함, 피로,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의 연구사례를 보면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등 보호자들은 친구나 가족을 잃은 정도의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또한, 펫로스 환자의 4분의 3 정도가 직장생활이나 사회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펫로스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나보다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햄스터는 2~3, 고슴도치는 5~7, 강아지는 12~15, 고양이는 15~20년 정도가 평균수명이다. 이를 인지하고 미리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슬픔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음으로 반려동물이 죽은 뒤 새 반려동물을 바로 입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떠난 후 다른 동물을 입양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에 키웠던 반려동물과 같은 종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서 3~6개월이 지나도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펫로스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냥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다. 보통 반려동물이 죽은 후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애도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니 펫로스를 극복을 해야겠다는 강박보다는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좋다. , 반려동물의 수명이 짧은 것을 탓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더욱 밀도 있게 보낸다면 더 행복할 수 있다.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 장묘업체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산이나 공원에 묻는 것은 불법으로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 쓰레기로 간주 되어 종량제 봉투에 버리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싶은 주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허가된 동물장묘업체가 많지 않고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장례를 치르려면 하루를 꼬박 써야 하는 실정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600여 곳의 반려동물 공동묘지를 민간과 주 정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고, 독일은 동물 사체를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또한 아직 사회적 지지도 부족한데, 어느 회사원은 반려동물의 장례를 위해 유급휴가를 썼다가 주위의 안 좋은 반응을 경험했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괴로움에 대한 주위의 싸늘한 시선을 경험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 하나 죽은 거 가지고 별나다는 등의 반응도 많다.

 이렇듯 아직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고통이 과소평가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펫로스를 겪고 있는 이에게 더 큰 좌절감과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과 슬픔은 사람의 죽음만큼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 주위에 펫로스로 인해 아픔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비난보다는 이해하고 위로해 주길 바란다.

 이제 막 한 번의 주기를 보낸 나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늘어나는 만큼 제도나 시설, 주위의 시선도 바뀔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별은 힘들지만 머지않아 추억으로 바뀝니다. 먼저 고양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슬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슬픈 기분을 충분히 표현하면 슬픔은 어느새 추억으로 바뀌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옵니다.' (고양이와 함께 나이드는 법 )

개를 데려온다는 것은 떠날 날까지도 안고 오는 것이다. 그것은 10년 후일지도 바로 내일일지도 모른다. 우린 지금 너무나도 짧고 연약한 생명과 함께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 개를 낳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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