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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외로움을 이겨내는 새로운 방법 -정상가족의 형태는 존재하는 것인가. -어느 것이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
친구와 기묘한 동거중
2021. 02. 09 by 심은정

나는 친구와 둘이서 살고 있다. 동거는 기묘한 기분이다. 결혼을 묘사할 때처럼 놀러온 친구가 집에 가지 않고 눌러사는듯한 불편한 기분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 스며서 할 일을 한다. 꿈 많은 대학생이어서 서로 할 일이 많아 게으르게 지내지 않는 것이겠지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막 인사하고 지내게 된 기숙사 룸메이트만큼 예의를 지킨다. 둘이서 가벼운 긴장 속에서 부담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 살아간다.

 

친구 A와는 오랜 친구 사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조용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아이다. 고등학생 때 겪은 방향을 잃은 분노로 인해 A를 이유를 만들어가며 마음 속에서 미워한 적도 있지만 그가 잘못이 없는 것을 알기에 그 불쾌는 나에게로 온전히 돌아왔다. 방황과 혼란 사이에서 성긴 눈처럼 날리던 나는 고목같은 그 친구 덕분에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착한 친구들은 대부분 진하게 그어진 넘어오지 말라는 선이 있다. 그래서 호구가 아니라 착한 거다. 호불호가 정확해서 확실하다. A와 살면서 편한 건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상처주지 않도록 내 나름 노력은 해야 하지만 조심해달라고 하면 그 이후로는 더이상 말 꺼내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결이 된다. 앞뒤가 같은 친구. 내가 그에게 같이 살자고 이야기를 꺼낸 이유다.

 

같이 사는 일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도 되고 있다. 기숙사 살 때는 학년이 다르니 시간이 지나자 룸메이트를 의식하지 않게 됐다. 반으로 자른 공간에서 내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기 시작했고, 종내에는 2층 침대에 처박혀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학교를 계속 나가야 한다는 암담함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데에 대한 압박감이 우울감을 불러일으켜 무력함 만들고 또 일을 미루고 결국 악순환이 반복됐다. 뒤돌아보니 당시의 나는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여기서는 코로나 덕분에(?) 집 안에만 있어야 하니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일찍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같이 살면서 생산적인 일을 하기로 해놓고 누워만 있기 눈치가 보인다. 서로가 긍정적으로 자극시켜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월세를 반으로 낸다는 것은 책임을 반씩 지겠다는 뜻이다. 청소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때그때 냉장고를 채워 넣는다는 뜻이다. 반 씩 내는 기분은 상쾌하다. 모든 음식과 가격이 나와 A에게만 50% 세일하는 기분이다. 물건을 반씩 나눠 써야하고, 식품을 반 덜어서 줘야 하지만 절대적인 지출과는 별개로 단순히 기분의 문제다.

 

여자 둘이서 살아보니 생활력도 늘고 우울감도 덜고 밤에 무섭지도 않고 좋은점만 늘어난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대화가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입 닫고 살지는 않는다.

대학에 처음 들어오고 나서 휘몰아치는 술자리의 후유증에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동기들은 매번 나오는 애들만 불러서 놀고 그렇게 무리가 생겼다. 나는 마음이 평온할 때는 괜찮았던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당연해질수록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벽 너머로 들리는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와 술자리를 가지는 자취방들의 소음이 방바닥 구석구석 적막을 깨고 새어들어왔다.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어서 핸드폰을 들어도 말 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동기들의 술자리에 다시 나가고 새벽에 잠들고 숙취와 두통에 혼몽한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잊었다. 나는 술 취하면 솔직해지는 편이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 번은 내가 너무 빨리 취해 2차를 가지 말고 집으로 가라는 동기의 어깨를 붙잡고 서운하다며 매달린 적도 있었다. 참던 환부에서 진물이 새어나와 옷을 적신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견디지 못할 외로움은 사람이 한명 생기니까 싹 사라졌다. 우리집 고양이 복실이가 소파에서 자다가 사람이 없으면 잠꼬대로 야옹 우는 것처럼 누군가 옆에 있어야한다. 누구도 혼자서 살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은 섬과 같다. 섬은 핸드폰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비춰 볼 수가 있어서, 내 섬의 적막이 더 강해진다. 마음이 맞는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서 외로우면 다리 중간에 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일이라도 하면 된다. 친구 섬까지 넘어가는 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중간까지만. 친구도 심심해서 나온 거면 놀면 되고 그렇다. 간단한 일인데 나는 다리 짓기까지 머뭇거린 시간이 길었다. 외로움은 자기애로 이겨낼 수 있지만 대화와 소통의 상실은 아무래도 견디기 어렵다.

 

사람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실패가 1인가구의 증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혼을 안한다’ ‘결혼을 늦게 한다는 원인 분석은 일종의 편견에 근거한다.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결혼이 선행되어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4인으로 구성된 정상가족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발상에 신혼부부 지원과 같은 정책이 나온다고 생각된다.

적은 인구로도 잘 살 수 없을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저출산은 생산인구의 하락, 국내총생산(GDP)하락으로 연결된다. 고령인구 복지예산도 커지기 때문에, GDP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가능 노인 인구를 포섭하는 방식을 취해 생산성 증대를 노려야한다. 혹은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아이는 꼭 정상가족에서 태어나야만 할까? 최근 연예인 사유리가 정자은행에서 인공수정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연예인들과 네티즌들의 응원이 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한 광경은 아니다. 비혼모 출산율은 다른 나라에서 40%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9%에 불과하다. ‘미혼모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으며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인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혼출산율을 고려하자는 주장은 낙태나 입양을 줄이자는 주장과는 다른 의견이다. 개인의 결정에 따라 결혼하지 않고도 태어난 아이가 동등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신용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거형태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 전셋집은 물론이고 월세도 힘들어 고시원에서 살며 집에서 경제적 독립을 한다. 보증금을 낀 월세로는 1년도 못 살고 또다시 이사하기도 한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56%40이하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월세를 반씩 낼 수 있다는 것도 매달 새로운 의미로 깨닫는다. 어느것이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성장해야 관련 지원 정책도 나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참고자료

아이는 꼭 정상 가족에서 태어나야 할까?, 김동인, 시사IN, 2020.08.12.

2030 대부분에게 아파트는 남일’, 조윤영, 서보미, 한겨례,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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