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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 카페에 대한 고찰
2021. 02. 09 by 심은정

 

영도를 찾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려 맛집을 탐방한 후 영도산자락을 따라 택시나 쏘카’(공유 대여 차량)를 타고 카페로 이동한다. 브랜드 커피전문점은 그들의 목적지가 아니다. 영도 곳곳에 위치한 인스타 감성이 짙은 오션뷰 카페가 바로 이들의 목적지다.

 

전망이 좋은 영도 인근의 카페는 대부분 창살이 없는 커다란 창을 갖는다. 벽 한 면이 바다를 향해 모두 유리인 곳도 있다. 해안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고 하여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고 소문나있다.

 

 

영도 초입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에서 찍은 사진. 석양을 배경으로 영도대교와 부산항, 부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aT 식품정보부 문용현 부장은 2019 외식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SNS 감성 소비를 꼽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가 확산하면서 사용자 간 소통 및 공유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를 통한 정보 수집 활용과 마케팅 역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 감성', '인스타그래머블'과 같은 관련 표현이 등장하고,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하는 카페가 온라인에서 다수 회자되면서 높은 버즈량까지 기록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윤화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SNS 이용 추이·이용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연령층 가운데 SNS 이용률이 가장 높은 건 20(82.3%)이다. 해당 연령층에 카페 선택 기준을 물은 결과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곳을 방문한다"라거나 "맛보다는 분위기를 본다. 인테리어나 디저트 모양이 중요하다"라고 응답했다.

'더컵'의 소셜인사이트리포트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테리어''' 중 소비자가 무엇을 더 중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버즈량 추이를 살핀 결과, 인테리어가 더 우세했다. 고객의 카페 선택이 SNS 감성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내용이다.20대 젊은이들은 SNS에 업로드하는 카페 사진을 중요시한다. 여러 번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고 바다를 향해 나 있는 창을 또 하나의 프레임으로 삼아 액자처럼 사진을 남긴다.

 

 

흰여울 마을에 있는 유명한 카페. 창문 밖에 서면 사진이 액자처럼 나와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카페는 SNS 사용의 확산으로 실내 분위기와 이미지를 판매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바뀌었다. 고객은 커피 구매 뿐 아니라 사진을 남김으로써 자기표현의 욕구를 실현한다.

 

특히 해양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이 바다 배경의 카페에 대한 반응과 수요가 높다.

 

기존의 오션뷰로 각광받았던 광안리와 해운대는 주상복합 상가를 건설할 때 입점한 유명한 브랜드 카페들이 해안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요새는 브랜드 커피전문점보다 개인 카페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지는 추세다. 소비자가 브랜드카페 이미지를 익숙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20대 소비자는 편의와 접근성이 고려된 브랜드 카페를 공부하기 좋은 카페로 인식한다. 해양대학교 학생들도 집중이 안 되면 해양대학교 가까이 위치한 카페베네와 태종대 근처의 엔제리너스’, ‘파스쿠찌를 찾아간다. 반면 관광객들은 이처럼 매뉴얼대로의 익숙한 서비스를 반기지 않는다. 해운대의 할리스커피기껏 해운대까지 왔는데.’라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경향은 확대되어 사람들은 일상을 벗어난 관광지에서 개성이 넘치는 개인 카페로 몰린다.

개인 카페에 대한 높은 선호 원인은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전 소비자는 제품, 서비스에 대해 브랜드화 규격화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소비자는 개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즐거움과 유쾌함, 아름다움과 깨끗함, 여유로움 등의 감성적인 요소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소비 가치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체 사회의 가치를 중시했던 과거에 비해 자기실현과 자기만족을 더 중요시 하게 되었다. 독서와 편안한 분위기를 판매하는 대형 커피전문점은 기분을 내러 온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20대 고객은 방문을 위한 정보를 인스타그램에서 수집한다. 카페 사진을 올리는 것은 여행 사진에 대한 대체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큰돈을 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고객들의 니즈에 오션뷰카페는 정확히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훌쩍 떠나고 싶어도 여행을 갈 만한 상황이 아니다. 로마 해안가 앞에서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돈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여행은 더욱 어려워졌다. 청년들은 대신 카페를 가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다. 이는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SNS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진열대에 올리고 불특정 다수에 의해 본인이 소비되기를 원하는 객체적이고 수동적인 욕망이다. 바다 풍경을 갖는 카페는 해변보다 안정되고 정적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경치를 구경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장소이다. 장소는 분위기를 판매하고, 소비자는 프레임을 산다.

 

감성 카페에 적용할만한 새로운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다양한 수도권과 내륙 도심에서 굳이 영도를 방문하는 것은 뷰에 있다. 영도 오션뷰 카페는 감성 카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카페이다. 영도 흰여울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꾸미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마을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카페를 방문하고 도시의 가로는 카페거리로 변모했다. 부산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SNS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수요가 늘었다. 감성 카페의 한계인 바깥 풍경을 오션뷰카페는 산자락에 카페를 지으면서 이겨낸 것이다.

또한, 오션뷰카페는 오르막을 한참 올라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위치 특성으로 인해 성취를 통한 일탈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는 고객 스스로 자기 욕구를 실현하게 하며 보상심리를 자극한다. 소비자는 오션뷰 카페에서 SNS에 올라온 사진과 본인을 매치하기 위해 행동한다. ‘인스타용 사진을 유명 SNS에 올라온 모습과 똑같은 구도로 찍고 비교한다. 흐린 날씨라면 날씨, 색감, 노출도를 조정해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한다. 사진의 품질은 곧 인스타 피드의 완성도와 같다.

 

액자 안의 프레임은 고정되고 균일화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소비자는 일련의 작업을 완료하면 카페 내부를 이동하며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난다. 경치를 감상하고, 카페의 음료의 맛과 카페 내부의 분위기를 즐긴다. 소비자는 커피값의 지출에 대한 보상심리로 고정된 프레임에서 사진을 얻지만 오션뷰 카페의 진정한 보상은 프레임에서 벗어났을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과 비일상에 대한 경험에 있다.

사진으로 전부 남기기 어려운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감과 날씨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관광객을 만족시킨다. 인스타그램으로 조사하고 왔기 때문에 인스타용 사진을 찍는 과정 또한 고되고 지루하다. 20대 소비자는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이동하면서 일탈을 경험하고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오션뷰카페의 힐링과정은 비일상의 경험 후 고요한 바다를 조망하며 마음속 고민을 내려놓는 일을 핵심으로 갖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오션뷰 카페는 소비자가 일탈을 넘어 쇄신을 추구하도록 한다. 비일상의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인스타그램 업로드에 의한 객체화를 주체적으로 이끈다. 비일상에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며 소비자는 오션뷰 카페에 대한 경험으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한다. 프레임은 더 이상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사고 속에서 다변적으로 변화한다. 실내 공간은 창문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으며 내려다 보는 시각은 마음을 다스리게 한다. 오션뷰 카페의 방문자들이 느끼는 휴식은 변화를 통한 쇄신과 다짐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성취를 통한 일탈에 기반을 둔 쇄신은 물리적 공간의 변화로 인해서 시작되지만 창을 통한 시간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완성된다.

 

정리하자면 오늘날 커피전문점은 음료를 제공하는 휴게실의 범위를 넘어 이미지를 구매하고 다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그중 오션뷰카페는 해안 전망의 이미지와 경험을 판매하여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남항대교와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흰여울 마을은 과거에도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었지만 카페만을 목적으로 하는 2030 젊은이들의 행보는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지고 있다. 해양대학교 학생들도 힐링하러 가자.’, ‘카페 새로 생겼던데 택시타고 가보자.’라고 하며 오션뷰 카페를 찾는다. 학생들은 늘 봐왔던 바다의 모습을 새로운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얻게 된다. 오션뷰 카페가 주는 힐링과 위로는 인위와 결벽의 감각이지만 나쁘지 않다. 프레임 안과 밖을 이동하며 미술작품을 감상하듯이 창문을 프레임으로 삼을 때 바다는 불완전한 명화로 남는다. 오후에는 햇빛으로, 해질녘에는 역광과 일몰의 풍경으로, 저녁에는 대교의 야경으로 오션뷰 카페는 경쟁력을 갖는다. SNS를 통해 젊은 관광객들이 소소한 일탈을 즐길 곳을 찾는 만큼 당분간 오션뷰 카페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김명희, 양위주, 2020, 루프탑카페의 서비스품질이 고객만족과 재방문의도에 미치는 영향, 대한관광경영학회

감성으로 승부하는 시대, 상위권 카페의 조건, 2020.02.13., 월간커피

연령대별 SNS 이용률 현황, 2018, 정보통신정책연구소

사진출처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해 초상권 문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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