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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전 하사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트랜스젠더와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는 엄연히 달라" "구직활동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트랜스젠더의 삶" "한 인간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故 변희수 전 하사, 그리고 우리 곁의 트랜스젠더에 대하여
2021. 04. 20 by 조은혜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플래그.- 트랜스젠더를 대표하는 플래그로써 하늘색은 어린 남자아이를, 분홍색은 어린 여자아이를 의미한다.  하얀색은 인터섹스(양성의 신체적 특징을 불완전하게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와 젠더퀴어를 의미한다.출처-https://pixabay.com/illustrations/trans-transgender-flag-pride-1792756/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플래그.
트랜스젠더를 대표하는 플래그로써 하늘색은 어린 남자아이를,
분홍색은 어린 여자아이를 의미한다.
하얀색은 인터섹스(양성의 신체적 특징을 불완전하게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와
젠더퀴어를 의미한다.

 

#힘을_보태어__변화에  #너의내일을우리가지킬게

 

 33일 자택에서 숨을 거둔 변희수 전 하사를 추모하기 위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해시태그의 내용이다. 해시태그 이외에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6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펼쳐 읽으며 고요한 분노를 표출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대중들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201, 그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을 때였다. 트랜스젠더 군인이라는 수식어로 주목을 받았던 고인은 군 복무 중이던 201911, 휴가를 받고 태국으로 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귀국 이후 계속해서 복무를 희망했지만,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군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변 전 하사는 같은 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해 재심사를 요구했지만, 이 역시 전역 처분은 군 인사법에 규정된 의무 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기각됐다. 그런데도 변 전 하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03, 한겨레에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저는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제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으로 생각했다.”라며 만에 하나 전역 처분이 나더라도 재입대를 할 것이고, 재입대가 되지 않는다면 군무원으로라도 군에 남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가 인권 위원회 또한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처분은 부당하며,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20208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인 강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이를 받아들인 대전지법 행정2부가 2021315일 이 소송에 대한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33일 오후 540분께 변 전 하사는 자택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정신건강센터 상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의 말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루어 봤을 때 사망한 지 수일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현장에서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그를 추모하고 지지하는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600여 명의 심리 상담사들이 모인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상담사 모임은 변 전 하사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며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비극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트랜스젠더? 걔네 여장(남장) 하는 애들이잖아.”

 변 전 하사의 사례는 일상 속에서 트랜스젠더들이 감내하던 편견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트랜스젠더라고 했을 때 대중들은 단순히 크로스 드레서 (cross-dresser)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트랜스젠더가 지향하는 바는 그와 다르다. 크로스 드레서란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다른 성별의 복장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흔히 남장여자 혹은 여장남자라고 일컫는다. 그들은 자신의 성별에 대해서는 확신하나, 다른 성별의 복장을 함으로써 희열과 흥분을 느낀다. 관련 질병 코드는 F64.1 (이중역할 의상 도착증) 혹은 F65.1 (의상 도착적 페티시즘)로 분류된다. 반면 트랜스젠더란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의학적 용어로는 성 전환증이라고도 하는데, 관련 질병 코드 또한 F64.0 (성 정체성 장애)로 따로 분류되어 있다.

 

성전환 수술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트랜지션이다. 일반적으로 트랜지션이라고 하면 성전환 수술만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좀 더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질병 코드를 부여받고 이후 호르몬 대체 요법에 들어간다. 여성 혹은 남성 호르몬제 복용 및 주사를 통해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신체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후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각종 성형 수술을 선택하여 받는데 개인마다 그 차이가 달라 성형의 종류도 다르다. 이렇게 자신의 몸을 정신적인 성과 어느 정도 일치시킨 다음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다. 국내에도 관련 의료 기관들이 많지만 아직 그 사례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은 태국과 같은 외국으로 가서 받는 실정이다.

 

 수술 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그제야 법원에 성별정정허가 신청을 넣는다. 절차는 이름을 개명할 때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구체적인 서류를 필요로 하며 승인율 역시 낮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직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에 관한 구체적 조항을 담은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판사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 2017년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이 허가된 예도 있었으나 이 역시 특수한 경우로, 수술한다고 해도 승인받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필요 이상으로 호소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트랜지션 과정에서 가장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이후 성별 정정이 허가 나면 주민등록상 성별을 구분하는 번호가 바뀌게 되고, 서류 및 사회적 정정까지 모두 마쳤을 때 트랜지션은 완료된다. 이 같은 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걸리는 시간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 인하여 적게는 N, 많게는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 시간 동안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몸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끊임없이 젠더 디스포리아를 겪게 된다. 젠더 디스포리아란 출생 시 지정된 자신의 성별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증상으로 그 강도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트랜스젠더의 죽음은 보통 이와 관련된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성별 정정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삶에 있어 트랜스젠더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함은 물론, 타인을 넘어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 스트레이트 등 개인에 따라 다르며,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트랜스젠더들은 약 6천여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정확히 조사한 통계가 없어 추정치에 그친다.

 

 

트랜스젠더가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뭐길래?”

 트랜스젠더들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별에 따라 주민등록번호가 정해지면,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모든 절차에 제동이 걸린다. 지난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21.5%), 담배를 사거나 술집에 갈 때(16.4%), 보험 상담을 받거나 가입할 때(15%), 은행을 이용할 때(14.3%), 투표소에 갈 때(10.5%), 전화·인터넷을 가입하거나 변경할 때(9.2%), 관공서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8.5%), 주택 계약을 맺을 때(8.1%), 여권을 발급받을 때(6.9%)마다 받게 되는 본인이 맞으신가요?”라는 질문은 트랜스젠더에게 있어 상당히 난감하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타인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응답자의 36%는 남녀 성별이 분리된 공중화장실밖에 없을 때 아예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애초에 화장실에 가는 상황을 피하고자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은 경우도 39.2%였다.

 

 그들의 평생을 함께해 온 가족들 또한 그들을 냉정하게 외면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6.6%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가족들이 알지만 모르는 체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4%는 자신이 원하는 성별 표현을 가족들이 못하게 막는다고 말했다. 많은 트랜스젠더가 가족으로부터 언어폭력을 경험하거나(39.4%)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9.9%). 경제적 지원이 끊기거나(9.9%), 집에서 내쫓기기도 했다(9.4%). 아이러니하게도 집을 벗어난 트랜스젠더는 안정적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갈 수 있는 쉼터도 마땅치 않다. 쉼터 역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직활동 또한 트랜스젠더에게는 만만치 않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간 구직활동을 한 트랜스젠더 469명 중 57.1%가 성 정체성 때문에 입사 지원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 고정관념과 다른 외양(48.2%), 주민등록번호와 외모의 불일치(37.0%), 출신 학교를 써야 하는 지원 서류(27.0%) 때문이었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법적으로 성별 정정 절차까지 마쳐도, ‘여고남고혹은 여대라는 단어는 과거 자신의 지정 성별이 드러낸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최종 학력을 고졸로 기재한 트랜스젠더도 있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이들도 불안정한 삶을 이어나가기는 마찬가지다. 남녀가 구분된 회사 내 공간이나 복장 요구, 출장이나 워크숍 때 숙소 문제 등이 주된 이유다.

 

변 전 하사 말고 트랜스젠더가 또 있어?”

 트랜스젠더의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변 전 하사 이외에 주목받지 못한 죽음도 있다. 바로 김기홍 인권활동가와 이은용 극작가다. 김기홍 인권활동가는 제주퀴어문화축제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활발히 성 소수자 인권을 위해 애썼으나 224일 자로 생을 마감했다. 이은용 극작가 역시 예술 분야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었지만 28일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하리수와 같이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삶을 포기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트랜스젠더들의 자살 및 자살 시도는 그 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그를 나타내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다양한 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아직도 존재 자체를 부정당해 스스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혹한 일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더 차별적이고 날카로운 잣대로 트랜스젠더들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개인 고유의 것이며 그 어떤 이도 타인의 인권을 함부로 짓밟을 권리는 없다. 오늘 하루 길거리에서 당신을 스쳐 지나간 사람, 당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 그 외에도 당신이 하루를 끝마치기 전까지 마주했던 수많은 사람 중 그저 보통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은 이 사회에 섞여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조건없이 우호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나, 적어도 그들이 그들로서 당당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자료>

  • 크로스드레싱”, 위키백과
  • 기자, “트랜스젠더, 안녕들 하십니까?”,<시사IN>,2021.03.31

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28530, 2021.04.09.

  • 트랜스젠더”, 두산백과

<사진출처>

- https://pixabay.com/illustrations/trans-transgender-flag-pride-1792756/

- https://pixabay.com/photos/desperate-sad-depressed-feet-hands-2293377/

- https://pixabay.com/photos/puzzle-pieces-rainbow-colors-hands-5509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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