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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택배량에 비해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는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깊어지는 택배갈등
2021. 08. 11 by 서정현

깊어지는 택배갈등

수습국원 서정현

(sjh12324@g.kmou.ac.kr)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외출 대신 택배를 이용하여 생필품을 사는 경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516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337373만개로, 2019278980만개 대비 20.9% 늘었다. 앞서 2018~2019년 연 9%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매출액도 늘었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은 74925억원으로, 201963303억원 대비 18.4%가 뛰었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을 넘어설 만큼 성장하면서, 물동량과 매출액이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택배노동자의 수가 늘어나지 않아 택배 노동자 1인당 감당해야 할 물량이 늘어났다. 그리고 분류작업을 하는 인력이 제대로 배치 되지 않아 택배노동자가 택배 물량 분류까지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택배 플랫폼 간의 배송 속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택배노동자는 더욱 극한 상황으로 몰아졌다.

그리고 택배시장이 빠르게 확대되었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수익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앞서 언급했던 택배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택배비가 점점 줄어들고 인건비와 자동화설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스당 택배 평균단가는 20122506원에서 작년 2221원으로 11.4% 하락했다. 여기서 인건비가 원인이 된 이유는 작년 9월부터 본격화 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으로 분류인력 인건비 등 비용 지출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비 인상폭을 조율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자가 개당 200~300원 수준이라며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부족한 임금 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관련한 문제는 꾸준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16명이었고 올해 3월말까지는 총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지난 910일에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평균 주당 71.3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과로사 판정기준인 주 60시간을 한참 넘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화~금요일은 12.7시간, 토요일은 10.9시간, 월요일 9.5시간으로 통상 10시간 내외로 나타났다.

이른바 공짜노동이라 불리는 분류작업이 이들의 업무 중 4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택배 노동자들이 주당 평균 70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며 월평균 4587000원을 얻지만, 고정지출을 고려하면 실제 버는 금액은 2346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정지출에는 월평균 67만원의 대리점 관리 수수료, 택배 차량 구입 관련 월할 비용, 보험료를 포함한 차량관리, 운송장,테이프,식대 등 경비, 택배 업무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휴대폰 요금 등이 해당한다. 택배노동자들의 순소득이 줄어드는 이유는 이처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큰 자영업자 이기 때문이라며 이 노동자들이 만약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라면 결코 지불하지 않는 비용들이라고 하였다. 그렇기에 원청기업과 대리점이 부담을 가져가거나 배송 수수료를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택배기사 16명을 과로사에 이르게 한 주범으로 지목된 까대기라 불리는 분류작업이 있다. 이 작업의 노동강도는 상당하지만 계산되는 임금은 없다.

택배 물건 하나가 배송되려면 여러 중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지역의 고객들과 고객사들이 보낸 택배물건은 해당 지역의 서브터미널에 운송(1차 집결)되고, 각 지역 서브터미널에 모인 물건들은 간선차량에 실려 중앙물류센터인 허브터미널에 운송(2차 집결)된다. 허브터미널에 모인 물건은 배송지역별로 구분되어 지역 서브터미널로 다시 보내지고, 택배 노동자가 서브터미널에 보내진 물건을 동네별로 분류한 뒤 고객에게 직접 배송한다. 택배 중계 과정에서 택배노동자의 업무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로 옮겨진 물건을 각자가 담당하는 동네(배송구역)로 구분하는 분류작업’, 분류한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배송작업고객이나 고객사가 보낸 물건을 수거해서 서브터미널로 보내는 집하작업이다.

세 업무를 진행하려면 택배노동자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침 7시쯤 출근해서 분류작업을 오후 2,3시까지 진행하고, 배송이 끝나면 집하작업에 들어간다. 집화한 물건을 서브터미널에 상차하면 하루 업무가 끝나는데 저녁 8~10시 정도에 업무가 끝나고, 물건이 많은 날은 밤 12시가 넘어서 끝나기도 한다.

이렇게 열악한 택배 노동자들의 불씨를 더욱 커지게 한 사건이 광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정하는 것으로 퍼졌다.

이 아파트는 총 5000세대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주민 안전과 보도블럭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긴급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m~2.7m.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지상도로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차량도 공간이 매우 좁기에 택배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다. 이 차량 안의 높이가 1m30센티미터가 조금 안되는데 성인 남성 평균 키인 사람이 서있기는 커녕 계속 허리를 굽히고 있기조차도 쉽지 않은 정도이다. 또한 짐칸의 공간이 좁아 택배를 많이 싣기도 어려워 큰 차로 한 번에 할 일을 작은 차로 여러 번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택배 운송 방안이 막힌 택배노동자들은 결국 정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능 등 대치를 이어갔지만 일부 주민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문자로 강력 항의하면서 다시 손수레를 이용해 문 앞까지 배송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강동구의 한 아파트와 갈등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던 가운데 아파트 측 보안팀은 택배기사 2명을 주거침입 협의로 고발하였다. 그 이유는 택배기사 2명이 집 앞에 인쇄물을 붙인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한다며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택배기사들은 노동 현실을 입주민에게 알리는 호소문을 작성해 집마다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절차대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 위원장은 통화에서 택배기사들이 일일이 손수레로 배달하면서 호소문을 붙인 건데 이걸 현행법상 주거침입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정말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에 아파트 측은 20199월 아파트 입주 시작 전후부터 민원이 들어와 택배차량 출입 제한 방침을 충분히 예고해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택배기사들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4차례 출입 통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서로 협의가 아닌 통보이다. 일방적인 아파트 측의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아파트 측의 요구가 기사들의 시간적,육체적 부담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앞서 말했 듯 짐칸 높이가 일반 택배 차량보다 낮기 때문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없고 기사들이 짐칸 앞에서 몸을 굽힌 채 물건을 옮겨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저상차량에서는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집계한 전국 지상 출입금지 아파트는 179곳이다. 경기도의 경우 성남, 고양, 용인, 등의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상 진입이 제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택배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본격화 된 노조 파업은 강동구의 한 아파트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다시 반복된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 7일 총파업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면서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하는 부분파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노조는 택배차량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배송해야 한다면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했고, 택배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예정했던 파업은 유보되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여러 차례 상황 개선을 요구하다 결국 69일 전면 파업을 진행하고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15일과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은 지난 16일 사회적 기구 회의에서 택배 노조의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고, 내년 1월부터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 됐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령 및 시행 규칙 제정안을 이달 21일 입법 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안은 올해 727일부터 시행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위임한 세부 내용을 마련한 것으로, 생활물류 발전방안과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그동안 고시에 근거해 운영하던 택배사업자 인정제를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따른 택배사업자 등록제로 제도화하기 위해 등록기준을 마련했다. 그리고 택배 종사자의 안정적 계약을 보장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건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종사자의 화물운송사업 허가가 정지 취소됐거나 종사 자격을 위반해 처분을 받은 경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년간 운송 위탁계약을 보장받게 된다. 이번 제정안은 또 택배사업자가 영업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조치 이행실적 및 계획을 점검토록 하고, 관계 법률을 위반한 경우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는 등의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다.

그리고 오는 7월부터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도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다. 14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산업재해해상보험 적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한 것이다. 특고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사유도 제한돼 일하다 다치면 예외없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간 고용보험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만 적용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예술인으로 확대되면서 오는 7월에는 특고도 고용보험 적용을 받아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보험료도 경감된다. 보험료도 경감했다. 산재보험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지만 특고 종사자의 경우 근로자와 달리 보험료 절반을 특고 종사자가 부담해 특고 종사자 가운데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사업주 및 종사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고위험, 저소득 특고 직종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50% 범위에서 한시적으로 경감할 예정이다.

이렇게 정부에서는 택배 노동자의 환경 개선을 위해 법률 등을 수정하고 제정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해 택배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업계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렇게 방관하는 택배사는 강동구 아파트와의 택배 갈등에 동조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에 하루빨리 이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참고자료>

김태완, 김경희, 이조은. (2020). 택배노동자 과로사,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월간 복지동향, (264), 53-60.

권용범, “130cm 짐칸에서 무릎 꿇어야택배 저상차량 직접 타보니” <MBN> 2021-05-14

이혜영, “대안 못 찾은 고덕 아파트 택배 갈등결국 파업 불렀다” <시사저널> 2021-05-07

고덕 아파트 측, 택배기사 주거침입 고발"정말 너무해" <뉴시스> 2021-04-28

장희준, “[박스 너머 사람을 보자] 2. 코로나19 시대, 늘어나는 택배 쏟아지는 과제” <경기일보> 2021-05-16

최승근, “‘대책마련에 잇단 파업까지안팎으로 치이는 택배업계” <데일리안> 2021-05-11

김민혜, “얼굴맞댄 택배 노사정 협의체"다음달까진 결론"” <연합뉴스 TV> 2021-05-14

김기훈, “택배업 등록제·택배 운송위탁계약 6년 보장"종사자 보호"” <연합뉴스> 2021-05-20

박민지, 우체국도 타결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최종 합의 이뤘다. <국민일보>2021-06-18

<사진출처>

최동현, "택배 대목은 오늘부터"'역대급' 추석 물량 풀려 '택배 대란' 오나, <뉴스1>,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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