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아르바이트의유혹
불법아르바이트의유혹
  • 최지수,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4.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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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젊으니까 괜찮아’이 두 문구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광고 카피다. 인터넷에 떠도는 아르바이트 알선 사이트는 1000여 곳에 육박한다. 모 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월평균 생활비가 42만원에 이른다. 등록금에, 생활비에, 책값에 대학생은 돈이 필요하다.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찾는‘젊음’이 많다. 사회경험도 쌓고, 돈도 벌 수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시장에도‘늪’은 존재한다.

유흥업소의 유혹

치솟는 물가와 등록금으로 대학생들이 장삿속에 내몰리고 있다. 최저시급을 맴도는 수준의 임금으로는 생활비조차 감당이 되지 않는다.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때문에 내몰린 여대생, 접대부로 대거 고용”서울 강남 한 유흥업소의 홍보 문구다. 방학이 되면 단기간에 고액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대학생이 더 몰린다. 명품을 사기위해,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던 이야기도 옛말이 되었다. 이젠 생존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흥업소 아르바이트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해변가’는 없다
유명 아르바이트 알선 사이트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시급이 최저임금을 갓 넘기는 정도였다. 그 중 노동시간 대비 유독 급여가 많은 곳을 클릭했다. 업종은‘Bar’다. 요구하는 조건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근무요일은 일주일에 한번이든 풀이든 상관 안합니다’ ‘깔끔하고 무난한 복장이면 됩니다’‘언니,동생, 친구처럼 일할사람이면 됩니다’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사장님’의 목소리는 아주 친절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찾아가기 쉬운 곳이었음에도 차로 마중을 나오겠다고했다. 이렇게 친절한 사장님이라니. 그러나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해변가’에 위치해 있다던 Bar는 구경도 못해본 채 면접은 마중 나온 차안에서만 이루어졌다.‘ 진실’은따로있었다.

자동차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골목 한켠에 주차되었다. 거리에는 짝을 이룬 남녀의 무리가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있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앳된 나이의‘사장님’은 일이 아주 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게엔 언제 들어가는 걸까?’생각했다. 조금 듣다보니 이상하다. ‘사장님’은 “보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 따라 나도 이번에 사무실을 하나 열었다”며 의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세련된 상호였던 Bar는 사실‘도우미 아가씨’를 제공하는 속칭‘보도방’이었다.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
몸에 달라붙는 분홍색 면 자켓에 짧은 남색치마를 입은 미영(가명)이가 ‘실장님’이라는사람과 운전석으로 들어왔다. 화장이 짙지만 앳되어 보이는 얼굴이다. 들어오자마자 ‘일이 얼마나 쉬운지’말하느라 여념이 없다. “옷은 저처럼 투피스 입거나, 원피스 무릎에서 한뼘 정도 올라가는 길이로 입으세요. 어려운건 없어요”

미영이는 올해 스물둘이다. 여동생과 같이 자취를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본모양이다“. 그래도이게제일나아요. 돈벌이가 되니까. 편의점에서 일하면 한달에 많아야 100만원밖에 못 벌잖아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다. 물론 대학생도 있다. 수업이 끝나면 준비하고 출근한다. 토익학원을 들렀다 오는 사람도 있다. 새벽까지 일을 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려니 생활이 피곤하
다. 결국‘학교 다니는 동생들’은 휴학을 선택했다.

8시간동안 술자리에 불려 다니려면 속된말로‘작업치는 것’은 필수다. 도중에 술에 취하면 그날 매상도 끝이기 때문이다. 매일 마시는 술에 몸이 지치는 것은 당연하다. ‘실장님’과‘사장님’은“자기 담당 손님한테 술 따라주고, 안주 먹여주고, 노래 부를 때분위기 맞춰주면 끝”이라고했다. “ 손님이진상을 부릴 때는 전화하면 바로 방에서 빼줄테니 걱정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미영이의‘솔직한’경험은조금달랐다. “솔직히다리만지는 손님은 많이 있어요. 스타킹 벗으라고 하기도 하고, 가끔 가슴을 찔러본다거나 만지는 손님도 있어요”
‘이렇게 쉬운 일이 없다’던 미영이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아가씨 거래’에 붙는 수수료
속칭‘보도방’의 운영 원리는 이렇다. 노래방, 주점, 룸등의 업주가 도우미 아가씨를 ‘보도방’에‘콜’한다. ‘아가씨’가 받는 시급 3만원에서 보도방 업주가 수수료 명목으로 5000원씩을 떼어간다. 미영이는 일을 시작한 지 2주가 되었다. 하루에 대체로10만원정도번다. "만약에1시간 30분하면 10000원을 떼어가요”고용안정법
상 유료소개소 업자가 수수료를 뗄 수 있는 범위는 급여의 10%다. 그것도 구인자 60%와 구직자 40%로 나눠야 한다. 그러나 미영이는 실장이 가져가는 5000원에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가 돈 벌기 쉽다’는 그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대포폰에...허위광고
면접을 가장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실장님’의 전화는 계속 울렸다. 그는 휴대전화를 한대만 쓰는것이 아니었다. 기자가 수영구에 위치한 이름이 다른 두 개의 Bar에 전화를 걸었을 때 번호가 다른데도 받는 사람이 같았던 적도 있다. 대부분 타인 명의로 개설된‘대포폰’을 사용한다.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 알선사이트에도 거짓말은 난무한다. 실장은 “사실다들 Bar라고 적어놓지만 일당이 10만원대로 적혀있는 것은 1차만 가는 보도방이고, 20만원대로 적혀있는 것이 2차 나가는 것”이라며 ‘친절한’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사무실이 많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밤이 깊어질수록 자꾸만‘실장님’의 전화가 바빠졌다.

‘보도방’과 이로부터 도우미를 소개받아 접대 일을 시킨 유흥업소는 모두 위법이다. 최근 4월 부산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 등 77명 입건했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기자가 갔을 때만 해도‘콜’은 끊임없었다. 뿐만아니라 ‘보도방’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감금등의 피해사건은 끊이지 않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 없는 지금, 아르바이트의 늪은 깊어질 뿐이다.

다단계의 유혹

건물 주변 곳곳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어딘가 단정해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공간이 수용하기 버거워 보일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테이블마다 두세명씩 앉아 상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매우 시끄러웠다. 그 모습은 마치‘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누구에게 소개받았는지를물었다.“ 소개가 없으면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 대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는답변이 돌아왔다.

‘대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는 거짓말
기자가 다녀 온‘ㅇ’회사에서는 분명 “대학생은 가입할 수 없다”고 했다. 엘리베이터에도 큼지막하게‘대학생 가입 불가’라는 자보가 붙어있다. 하지만‘ㅇ’회사에는 분명 대학생이 있다. 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대학
생이거나 대학생 정도의 나이다. “너만 입 다물면 된다”며 대학생이 아니라는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한다. 이렇게 순진한 학생들은 학생신분을 속이고 학업을 포기한 채 ‘다단계’의 늪에 휘말리게 된다. 이들 중에는 대학 총학생회장도 있다.

현재 24세인 김은주(가명)학생은 친구의 소개로 이 회사에 가입했다. 회사에서 세 시간 정도의 설명을 들었다. 3~5달 사이에 500~1,000만원 상당의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회사 구성원 중 한 사람이 통장을 보여주
며 확인도 시켜주었다. 다음날 10시에 회사로 갔다. 회사 물품을 설명한 후에 판권(대출)에 대해 말했다. 대출금 600만원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 일을 해서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효도할 수 있다고 말하며 대출을 유도했고 결국 은주양은 제4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물품을 사면 직급이 올라가니 물품을 사는 것에 대해 아깝 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계속 마음을 풀어주면서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회원가입을 했다. 학생이 아니라는 식의 각서도 작성했다.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물론 휴학을 했다. 회사를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에 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뭔가 아닌 것같았다.“ 그만두겠다. 물품을돌려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났다.

우리대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기자가 참석하는 모임마다 한 명 이상씩 피해자나 피해자의 지인이 있을 정도였다. 그 중 해과기대 해양공간건축학과에 재학중인 김유송 학생은 지난겨울 싸이월드에서 알게 된 누나에게 일급이 6만원인 옷가게 사무보조직 일을 권유받았다. 당시 광주의 한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유송군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회사가 있는 서울로 올라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단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사 내부로 들어섰을 때 누나는 휴대폰과 가방을 잠시 달라고 한 뒤 사라졌다. 대신 나타난 한 관계자가“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중교육과정은 5일 일정이었다. 50명 정도의 사람이 있는 강의실에서 전체강의가 끝나면 개별강의가 이어지는 식으로 쉴 틈 없이 강의가 이어졌다. ‘멀티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했다. 영업증을 보여주며 정식으로 등록된 회사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이른바 ‘세뇌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송군처럼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전역 후 복학준비생, 취업준비생이었다. 유송군의 강의실에서 최고령자는 고작 26세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유송군은 “차라리 공장에서 일하며 정당히 돈을 벌겠다.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힘 좀 쓸 것 같은 형님들이 공장 아르바이트 시급보다 더 쳐주겠다며 집중교육기간인 5일 동안만 있어볼 것을 권유했다. 결국 유송군은 싸우다시피 소란을 피웠고 겨우 휴대폰과 가방을 받아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빠져나왔지만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믿었던 누나에 대한 배신감도 있었지만 전역 후 복학준비생들의 상황을 악용해 이런 일을 한 회사의 행태에 더욱 화났다. 그 일이 있은 후 유송군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주변사람들이 이런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단계 업체들이 대학생을 노리는 이유
대학은 친구들과 연대의식을 가지는 마지막 단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여러 가지 문제로 학창시절만큼의 순수한 관계를 찾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정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 다단계업체들은 이 점을 악용한다. 회원들의 관계를 동지애, 동료애, 연대감, 우정 등의 말로 포장함과 동시에‘그만두면 배신자다’라는 의식을 심는다.

두 번째 요인은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아직 사회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회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판단력이 약하고 돈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다단계 업체들은 이 틈을노려‘무자본유시스템’‘, 무노동고수익이론’이라는 그럴듯한 말로‘네트워크 마케팅’을 설명한다. 말 그대로 자기자본과 노동을 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단계는 결코 무자본, 무노동이 아니다. 물품을 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다단계회사에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빛에 허덕인다. 또 회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하루 8시간인 근무시간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고 결국 인간관계 마저도 잃게된다.

세 번째 요인은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취직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학생들의 불안감
을 악용해 마치 사회적 지위인양 다이아몬드, 팀장, 골드 등의 직책을주며 그 직책을 성공이라는 단어로 포장한다. 그러나 그 지위는 다단계회사 밖에서는‘아무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결국 순진한 대학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설마 내가 다단계에 넘어갈까?
한국 YMCA전국연맹에서는 지난해 12월 다단계에 대한 대학생의 의식조사를 보고한바 있다.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대전의 대학생 2340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판매에 대한 지식수준을 조사한 결과 13개 문항 중 평균
정답률은 5개였으며 그 중 10개 이상 정답자는 3.7%에 불과했다. 또한 다단계 회원 가입권유자는 친구가 49.8%로 가장 높았고 가족도 8.3%나 되었다. 권유방법도 아르바이트 알선이 35.7%, 취업알선이 26.9%순이었다.

 이렇게 다단계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지 않고 주로 주변사람의 권유에 의해 이루어지다보니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한번 다단계를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투자한 초기자금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단계에 빠져든 많은 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한다.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위‘라인’이라 불리는 아래 직급의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야하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는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나
현재 대부분의 다단계 업체들은 공제회에 가입이 되어있고 다단계 판매법도 규정되어 있지만 판매법상의 제한 및 금지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제가 생기면 폐업을 위장하고 회사 이름을 바꾸어 끊임없이 기생하기 때문에 외부적 힘으로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사례들을 숙지하고 노력하는 방법뿐이다.

만약 다단계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다면 환불절차를 밟아야 하고, 물건이 없을 경우 전환대출 신용보증제도, 개인회생 및 파산 제도등을 활용해야한다. 부산 YMCA 시민중계실 황재문 팀장은“평범한 사람들은 일정한 노력의 댓가로 돈을 번다. 그 돈을 꾸준히 모았을 때 부가 생기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대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를 평범하게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며 충고했다. 덧붙여 “부산 YMCA에서는 다단계 피해학생들이 빠른 시일 내에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휴학이 아닌 자퇴를 한 경우 방법이 없다. 다단계에 대한 학생들의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흥업소와 다단계 아르바이트는 공통적으로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둔다. 하지만 돈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 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은 사회를 구성하는‘너‘와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게다가 사회는 그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내버려 둘 만큼 녹록지않다. 그럼에도 물질의 노예가 된 청춘은 오늘도 사회의 희생양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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