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6.2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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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Korea(Creative Commons Korea)
▲ CCL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반여고등학교 장남희 교사

 

 

 

 

 

 

 

인천지방법원 형사4부 윤종수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판결을 내린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는 저작권 공유를 외친다. 윤 판사는 2005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Korea)’를 설립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CC)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창의적 공유’를 뜻한다. 미국에서도 CC라는 개념이 2002년 처음 만들어졌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더 생소한 개념이었다. CCKorea 발족식에 축사를 하러 온 한 인사는“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 잡아야 한다”고 엉뚱한 말을 해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


CC는 저작자가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폐쇄적으로 행사하는 대신 유연하게 권리를 행사해 창작물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저작자가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라는 자발적 공유 표시방식을 사용하도록 한다. 창작자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저작자의 권리를 최소화하여, 자신의 창작물을 공동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불펌’과 ‘합펌’의 경계 ⓒ 와 CC
‘인터넷상에서 권리자의 허락 없이 저작권법에 보호되는 모든 파일이나 저작물을 무단으로 게재하는 것은불법이다’, ‘ 저작권이있는 가수의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음악에 맞춰 춤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 침해에 해당된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저작권법에 위촉되는 범법행위 중 하나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된다. 실례로 미국의 한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한국 누리꾼들에 의해 불법다운로드 되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가해자가 중고등학생이라 불구속기소 할 수밖에 없었다.


‘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OO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가 공표하는 저작권은 제한과 금지를 주장한다. CC는‘Copyright Some Rights Reserved OO’로 쓰이며, 저작권자가 원하는 조건만 지켜준다면 창작물에 대한 사용은 자유롭다. ‘합법적인 퍼가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종수 판사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소프트웨어 인사이트'에 게재한 글(UCC, 저작권의 새로운 도전)에서 CCL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비유해 설명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초등학교 운동장이 개방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단 개를 데리고 온다든지 들어와서 술을 마신다든지 할 때에만 출입을 통제한다” 윤 판사는 운동장 개방이 주민들에게 미친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어린이들이 사고의 위험 없이 마음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장소를 찾았고, 주민들의 조깅 장소가 되었다. 또 학교는 운동장을 공짜로 개방해도 자신에게는 별다른 손해 없이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득을 얻은 셈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이용에 맡기면서 순찰을 돌거나 경비를 세우는 등의 관리비용도 절감된다. 그럼에도 학교는 운동장에 대한 소유권을 계속 갖고 통제권도 잃지 않는다.
윤 판사의 비유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운동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예외의 경우에 출입을 허락하는 관리형태는 기존의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이용허락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모든 이의 자유로운 이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에 출입을 통제하는 방법은 CCL이라고 부르는 이용허락이 되는 것이다.

 저작권,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두해 동안 부산 반여고등학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위탁을 받은 저작권교육 정책연구학교로 지정되었다. 연구부장으로 직임했던 장남희 교사가 처음 저작권 교육을 계획 할 때는 기존의 ⓒ에 대해 가르치기로 했다.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어떤 일이 저작권법에 위촉되는 지를 가르쳤다. 그 후 한국저작권 위원회에서 주관했던 연수에서 CC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두번째 해 부터는 CC에 대해 가르쳤다. 장남희 교사는 “연수 당시 윤종수 판사의 강의 요지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 보다는 ‘할 수 있다’를 가르치자는 것이었다. 단, ‘저작권자가 붙여놓은 조건만 지켜라’라는 것이었고, 그 말이 매우 의미 있게 들렸다”고 말했다. 교과부문에서는 문학, 정치, 정보사회와 컴 퓨터 시간에 CC를 응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교과 부문에서는 창의적 재량활동과 계발활동 시간에 Share Web반을 운영하며 보다 직접적인 CC활동을 했다. 1,2학년 때부터 저작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다. 비록 재량활동 시간뿐이라도 CC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은 ‘저작권 교육이 정말 좋았다’고 말한다. 연구전에는 교육대상의 10.9%가‘저작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연구 후 89.1%로 증가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장남희 교사는 “윤종수 판사의 말을 빌리자면‘허락을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die하게 됩니다. 조건을 지키세요, 그러면 free해 집니다.’로 요약될 수 있다. 두 개념 모두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부정의 태도를, 후자는 긍정의 태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라며 CC는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임을 말했다.
CC의 교육적 측면에 대해 장남희 교사는 한마디로 ‘정직성’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며 청소년 뿐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개념이 되길 희망했다.


배워서 남 주는 프로젝트와 CCYouth
현재 CCKorea에서는 예술을 하고 싶은데 너무나 높은 진입장벽에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 배워서남주는’공작실인 '창작공방'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갖가지 지식나눔 프로젝트들을 진행중이다. 그 밖에도 공유가 가능하도록 된 음원이나 생활 속 소리들을 모아 작곡을 해보는 프로그램도 해왔다.


CCYouth(씨씨유스)라는 대학생 모임도 진행 중이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CCYouth활동을 해온 한 대학생은 “'스펙쌓기'의 일환으로 다양한 기업활동을 했었지만, 항상 활동기간이 끝나고 나면, '과연 내 자신에게 남는 건 무엇인지?'라는 반문을 했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은 CCYouth 활동을 통해서 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며 대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했다.


정보수용자의 무분별할 저작권 침해는 문제다. 대학 내에서도 저작권 침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레포트 대행 사이트가 활개를 칠 뿐 아니라‘Ctrl+C 와 Ctrl+V 로 레포트 했다’는 말도 그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상황이다. 창작자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존의 저작물을 이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CC의 개념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CCKorea 홈페이지 : http://www.cckorea.org
CCKorea 트위터 : @cckorea
CCKorea 페이스북 : creative common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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