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장의 대학생 無대출
무과장의 대학생 無대출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09.01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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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대부업체 대학생 대출 전면 중단 / 빚지는 악순환 어떻게 해야…

 

흔히 대출은 제1금융권인 시중 은행,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제3금융권인 사채 대부업체에서 받을 수 있다. 일정한 소득과 신용이 없는 대학생은 2금융권에서 최소 23.9%의 이율로 대출을 하거나, 40%대의 이율로 사채 대부업계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대학의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지만 매년 약 15%정도의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을 납부한다. 이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대출만 통계를 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비율이 더 높다.

 지난 8월 4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국의 대학생 5만명이 대부업체에 800억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대학생들의 신용불량자 수도 2만 5366명을 기록했다. 이는 4년만에 38배 증가한 수치다.그러자 지난 8월 12일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전체 대부업체의 약 90%를 차지하는10대 대부업체들은 대학생 대출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해결되지 않은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부업체의 대출 중단 선언까지 더해져 등록금 납부시즌인 8,9월은 대학생에게 가혹하다.

 

미래를 저당 잡은 대출
A씨(25)는 2006년 대학에 입학했다. 해양대의 등록금은 다른 대학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oo저축은행에 대출을 받았다. 대학에 오면서 부터는 학자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한 학기 등록금 200여만원과 매달 생활비 50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자가 문제였다. 매달 8만원씩 나가는 이자는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바로 개인신용정보평가사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지게 된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으면 취업하는데도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매달 이자가 빠져나가는 날짜가 가까워 오면 마음이 무겁다. 하루빨리 졸업해서 직장을 잡아야 한다.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제한이 구제책?
“대부업체를 이용하러 온 대학생들의 목적은 학자금 대출이 아닌 생활자금 대출입니다. 대출액도 많아야 100만~200만원 수준이에요.”
지난 8월 4일 금감원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부업체 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대출취급 기준을 엄격히 규정하는 한편, 이미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든든학자금 대출’을 권고했다. 든든학자금 대출은 정부가 지원하고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으로, 대출금리가 연 4.9%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든든학자금’은 학자금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는 신청이 불가능하다. 물론 동일 재단의 '생활비대출’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학기당 최대 100만원씩 연 200만원 한도의 금액으로는 방세, 생활비 등을 메꾸기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고금리 대출을 끊을 수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든든학자금의 지원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다. 든든학자금을 신청하기 위한 조건은 ▲이전 학기 12학점 이상 수강 ▲평균 성적도 B학점 이상 ▲소득분위 1~7분위 등이다. 이 조건은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학생 대출자들이 든든장학금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돼 적지않은 대학생들이 대출심사 과정에서 거절당할 것으로 보인다.

 

악순환의고리,‘ 계층’의고착화
대학을 다니지 않고 실업전선에 뛰어들자니 그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회는 대학졸업장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가 넘는 세계 1위다. 대졸자의 연봉을 고졸자가 따라잡을 수 없고, 대졸자의 승진속도를 고졸자가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기에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진학한다. 이렇게 힘겹게 대학을 졸업해도 등록금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못해 연체된 사람들은 7만명이 넘는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2만 5천명에 달해 사회적 문제로 번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학생들이 진학한다는 전문대는 4년제 대학교들보다 등록금 인상률이 더 높은데다 98%가 사립대여서 결국엔 눈에 보이지 않는‘계층’을 고착화 시킬뿐이다.


대학이 청년들의 빚을 부른다면 대학 졸업장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정부의 대부업 제한도, 든든학자금도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양극화의 아랫길을 맴돌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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