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잡’지가 아니란다
이건 그냥 ‘잡’지가 아니란다
  • 박수지 기자
  • 승인 2011.10.04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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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잡지의 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 할 것 같은 광고란은 찾기 힘들다. 내용도 디자인도 참신하고 알차다. 올해로 10년째인 <보일라>, 3년째 발행되고 있는 <B-ART>, 올 6월 태어난 따끈따끈한 <안녕 광안리>까지 부산 문화의 숨은 보석들을 들여다보았다.

젊은 문화예술인에 관심을 <보일라 Voila>

▲ 보일라

1998년 강선제 <보일라> 편집장이 부산대를 다닐 때의 분위기는 서울 홍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독립문화가 일어나던 시기였다. 인디밴드나 젊은 신예작가, 그 외에도 자유로운 예술가가 홍대라는 아지트로 모여들었다. 반면 부산은 문화적 거점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다. 이런 안타까움에 만들게 된 잡지가 바로 <보일라>다.

처음 보일라가 발행된 2002년이나 지금이나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서울로 간다. 그들이 지역을 버리고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강선제 편집장은“부산의 젊은 예술인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나 활동을 소개하고 인정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에도 훌륭하고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지만 도무지 그들의 재능을 보여줄 곳이 없다. 그들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예술가들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하니 자연스럽게 사람도, 작품도 사라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보일라의 편집장 강선제씨(가운데)

보일라의 지면 구성에는 특정한 형식이 없다. 방향은 일관되지만 방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것이 10년 동안 잡지를 이어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현재 보일라의 배부처는 대안문화공간, 갤러리 등 문화예술에 관심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곳이다.“ 더다양한곳에보일라를배부하지못하는것이아쉽긴하지만보일라의 목적을 이해하는 곳에 배부하고 싶다”는 강선제씨는 아직 <보일라>를 만드는 일이너무재밌다. 그는 이 일이 재미가 없을때 까지 계속 잡지를 만들 생각이다.‘ 독립하되 고립하지말기’,‘ 반하지않았다면취재하지말기’라는 원칙을 이어오고있는 강선제씨의 열정이 또 다른 십년을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


지역문화잡지 그 이상의 가치 <안녕 광안리>

▲ <안녕광안리>의 편집인 장현정씨

2011년6월15일‘광안리사람들’이만든<안녕광안리>가창간되었다.‘ 광안리사람들’은 광안리에 살고 있거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광안리에만 배부하는 몇 백부짜리 지역잡지를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배포 첫 날 같이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전화가 올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창간기념파티는 자연스럽게 부산 지역 문화인사의 네트워크 장이 되었다. 8월 25일 가을호가 발행되었고 발간기념행사 겸 기획한 비치 파티는 전 연령층이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

<안녕 광안리>의 편집인 장현정씨는“해운대에서는 동네 할아버지가 집에서 입던 차림으로 해수욕장을 거닐기가 힘든 분위기다. 하지만 광안리는 다르다. 투박하지만 모두가 편하게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며 광안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안녕 광안리>의야심은남다르다.“ 후배들이잡지를만들던, 음악을하던굳이서울로가지않아도 부산에서 충분히 활동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지금의 홍대는 상업시설로 뒤덮였지만 광안리를 예전의 홍대처럼 문화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안녕 광안리>는 광안리에 사는 지역민을 위한 잡지임과 동시에 부산 문화판 전체에 있어 새로운 모델이 되고자 한다. 그는“부산 문화계의 단점 중 하나는 어느 포럼에 가도, 어느행사에가도항상같은사람들이있다는점이다.‘ 뉴페이스’의부재즉,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때문에‘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을 문화판에 끌어오기 위해 잡지 필진을 글 잘 쓰는 사람이 아닌 더 어리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들로 구성할 생각이다. <안녕 광안리>는 그 자체로 실험적인 모델인 것이다.

비판의 부재를 넘어 <B-ART>

▲ 반디 전시실 내부

담론이 없었다. 모두들 칭찬 일색이었다. 유명한 작가의 잘나가는 전시회만 반복될 뿐이었다. 미술계 스스로의 반성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아무도 하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2009년 <B-ART>가 태어났다. 매달 50여페이지 분량의 미술문화잡지를 다섯명이 만든다. 미술계 에 대한 비판, 세상에 대한 에세이,미술이론, 부산에서 하는 전시 알림 등 코너도 다양하다. <B-ART> 편집장 신양희씨는 광안리에 위치한 대안문화공간 <반디>의 큐레이터다. 잡지의 작업실 역시 <반디>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시가의 원고료를 지급할 수는 없지만 잡지의 좋은 뜻을 알기에 적은 원고료에도 글을 써주는 외부 필진들이 고맙다. 그는“부산 미술계에 비어있는 반성과 비판 부분을 채우는 일, 기존의 편향성에 균형을 잡는 것이 <B-ART>가 하고자 하는 일” 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B-ART>의 취지는 <반디>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목욕탕 건물을 임대해 전시관 및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반디>는 전시할 작가를 선정할 때 참신성과 실험정신에 기준을 둔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 발굴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생겨날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과 시장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성 있는 신진 작가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 반디 사무실

신양희씨는“부산의 문화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셈”이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할 수 있는 일’을 다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부산문화재단에서 올 해 500만원의 지원금 을 받았지만 이는 두달치 잡지 발행비용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는 지원금을 받았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현재 반디에서는 숨어있는 유망 작가들의 창작 공간 및 전시를 지원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작가가‘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신양희씨는“작가들이‘고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그들을 불러내 함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부산의 문화’는 국제영화제와 같은 큰 행사 위주의 움직임이 전부다. 예술분야의 자생적 움직임이 있지만 그들에 대한 발굴과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부산 문화의 발판이 되고자 하는 의미있는 열정에 문화계는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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