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알면 죽지 않는다
죽음을 알면 죽지 않는다
  • 박지선 기자
  • 승인 2011.10.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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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준비교육’으로 자살 예방 효과 있어

사회에 제대로 발을 딛기도 전에 좌절과 절망부터 체득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4월 11일 교과부가 경찰청의 협조를 받고 제출한 최근 9년간 대학생 자살통계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대학생 자살자 수는 2004년 최소 72건에서 2008년 최대 332건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230명 정도였다. 자살 사유별로는 2009년을 기준으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7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취업 등의 문제가 28건, 경제문제가 16건으로 기록됐다.

대학생들의 자살사건이 매해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에 대해 임억기(해사법학부∙05)학생은“대학생 자살은 최근에 발생되기보단 오래 전부터 생겨난 문제이다”며“대학사회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유진(해운경영학과∙08)학생은“대학생들이 힘들다보니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되는 것 같다”며“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죽음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꺼려하고 금기시 되어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수교육과정으로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위의 표와 같이 죽음 교육이란 핵가족화 속에서 젊은 층이 잘 접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생로병사와 상실, 슬픔에 대해 토론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일본 게이오고교 등에서는 죽음 교육을 통해 자살,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나 일본, 미국 등의 대학에서는 ‘죽음학’을 정식 교양과목으로 채택하였으며 특히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이나 일본의 동경대학교에서 죽음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이다. 독일과 일본의경우,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과과정에 죽음에 대한 수업시간이 1년에 10여 시간 이상 포함되고, 교재 개발에도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고 한다. 이처럼 타국가에서는 죽음 연구를 본격화하면서‘죽음학’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삶과 죽음에 길을 묻다

이렇듯 자살률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다보니 최근에는‘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죽음준비교육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자 하는‘자살예방 전문가과정’을 운영하는 생사학 연구소도 생겨났다. 생사학 연구소 소장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1997년부터 한림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죽음 준비 교육’이라는 교양강좌를 개설했다. 2004년에는 국내 유일의 생사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2005년부터‘자살예방교육’을 개설해 교육하고 있으며‘웰다잉 체험교실’,‘ 자살예방을 위한 워크숍’,‘ 웰다잉 전문과정’등도 운영하고 있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은 죽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고 말하는 오교수는“죽음준비 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고,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바람직한 죽음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교수는 죽음교육이 자살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에게 강의 듣기 전과 후에 네 개의 조사 항목에 응답하도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모든 수강생들로부터 의식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살예방교육을 수강한 학생들은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대부분 자살 충동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16주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의 죽음에 대한 견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한다.

 

우리대학에 죽음준비교육 강좌가 생긴다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죽음준비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으로‘생사학 협동전공’을 개설한 한림대가 유일하다. 이와 같이 우리 대학에도 죽음준비교육 강좌가 개설된다면 어떠할지에 대해 임억기 학생은“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죽음이란 것에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대뜸 교육이 생기는 것보다 반감을 줄일 수 있도록 충분한 홍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진 학생은“강좌가 개설된다면 한번 들어볼 것이다”며 “만약 죽음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학생들이 전보다 줄어들게 될 것 같다. 또한 혼자서 고민했던 문제도 상담 해볼 용기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에 실제 죽음준비교육강좌를 개설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해 학사과 임태연 팀장“죽음교육이라는 교양강좌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하며 우리대학에서 교양강좌 개설을 하기위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임팀장은“매년 9~10월쯤이면 각 학부마다 희망교양과목 신청을 받고 있다”며“신청받은 강좌 목록들은 교육과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개설여부를 채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 교육과정운영위원회는 각 단대별 4개의 교학부학장, 대학원부원장, 교직과장, 학사과장을 비롯해 9명의 대표로 구성된다. 이어서 임팀장은“우리대학 학생들이 문화 예술적, 인문 사회적 기초의 폭을 넓혀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양과목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죽음준비교육은 이 땅에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하찮은 활동과 사소한 관심거리로 삶의 시간을 모두 보냈다면 자기 자신에게 되물어 보자. 나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동안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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