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시야를 벗으면 모든 것이 기회다
편협한 시야를 벗으면 모든 것이 기회다
  • 박지선
  • 승인 2012.03.02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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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공석배 동문(항해학과·87)

 

▲ 기장대행(회계장부 작성)과 재무상태 분석(진단)등의 업무중인 공동문
전국에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매서운 칼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상냥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니 창가에 스며든 햇빛과 초록색 식물들이 조화를 이뤄 아늑함을 더했다. 뒤늦게 “내가 좀 늦었죠?”라고 말하며 서둘러 들어오는 공석배 동문(항해학과·87)이 기자를 반겼다.

 


공동문은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87학번이었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15년을 거슬러 올라가 공동문이 다녔던 우리 대학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우리대학은 특수대학의 성격이 강했다. 우리대학 해사대학에는 2개의 학과(항해학과, 기관학과)가 존재했고 일반 단과대학의 개설된 학과 수도 현재에 비해 매우 미비했다.

사회에서도 알아주는 선·후배간 의리


“학생들은 학년별로 방을 배정 받았는데 고층은 4학년들이 사용했어요. 대게 토요일에 외출하면 일요일에 귀교하게 되는데 선배가 외출하고 들어올 때면 먹을 것을 잔뜩 사왔어요. 사온 간식들을 양동이에 가득 담고는 줄을 메달아 후배가 있는 층으로 내려 보냈어요. 후배는 선배가 되면서 받았던 만큼 다시 후배들에게 베풀어 주었죠”
우리 대학 선·후배간 돈독한 관계는 사회에 진출한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일반 단과대학 동문들도 포함되는 정규모임 형태로 신년회, 송년회, 중간 이벤트적 모임 등 1년에 3회 이상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회에서 대학모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가진 걸 버리고 내 인생의 산을 오르다

▲ 연도별 세법책으로 가득한 서재

공 동문은 91년 SK해운에 입사하여 선원 관련 총무파트에서 일했다. 직원들의 급여, 세금과 엮이게 되면서 세무에도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 일과 관련해 자격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98년 IMF가 찾아오면서 회사의 재정이 어려워졌다. 공동문은 경영자의 판단으로 기업 조직에 커다란 위기가 올 수 있으며 직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누구든지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 정상에 오르려 하지요. 해양대를 졸업하고 난 뒤 해운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분야는 많아요. 하지만 해운 산업의 공헌을 위해 우리나라 조직이라는 산을 오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차라리 내 인생의 산을 만들어 그 정상을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기업을 떠나 개인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죠”

생각만 하고 있던 공 동문은 큰 아이를 낳고 본격적으로 세무사 자격증 공부에 뛰어들었다. 그 동안 직장에서 번 돈을 모아 공부를 시작했지만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4년간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처음엔 반대가 심했죠. 해사대학의 특성상 졸업 후 군대복무기간이 따로 없기에 일류대를 나온 친구들보다 어린 나이에 더 빨리 승진할 수 있었어요. 안정이 보장된 회사에서 대리라는 직급도 달았는데 이를 그만두고 나온다니 모두들 만류했죠.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 어리기에 아직 내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굳건한 결심을 안고 공부를 시작한 그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공 동문은 좋은 길을 마다하고 택한 길이기에 돌아가는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며 그는 더욱 자신에게 채찍질을 했다.

9월 11일, 내생에 최고의 날

2001년 9월 11일은 9.11테러사건으로 세계인들에겐 악몽이지만 공동문에게만은 환희와 감격으로 가득 찬 날이다. 한국세무사회 자격시험 세무사 시험 결과 발표날, 합격자 명단에 속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공 동문은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2년 개업을 하였다. 그는 세무사로서 납세의무자의 위임에 의해 조세에 관한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세법으로 인해 발생되는 국세청과 납세자간의 마찰, 잘못된 세금부과가 있을시 공동문은 이를 중재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공동문의 서재와 책상위엔 세법과 관련해 보기만 해도 무게가 느껴지는 책들로 가득하다.

“자격증만 취득했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에요. 자격증은 새의 날개라 할 수 있어요. 날개를 단 이후 어디를 날고, 얼마만큼 높이 날아갈지는 날개를 단련시키기 나름이에요. 우리나라의 세법은 국가의 경제상황과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치에 따라 매년 바뀌어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자격증 시험공부보다 취득한 이후가 더 힘들고 중요해요”

▲ 부산진역 상가에 위치한 공동문의 회계사무소

나만의 특색을 위해 탐구하라

그가 세무사로서 일을 시작 한지도 약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이런 그도 개업 초기에는 세무와 관련해 갓 나온 병아리 수준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인건비 마련, 사무실 운영 등 낯선 경영을 익히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그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기업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컨설팅을 부탁하겠어요? 내가 발 벗고 뛰어다니는 수밖에. 법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질서에요. 어려운 형편인데도 부당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을 위해 때론 무료로 상담해요. 이후 나를 잊지 않고 감사함을 전해오는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크게 보람을 느껴요”
좀 더 체계적으로 사업의 규모를 키워 부산지역에서 손꼽히는 법인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향후 그의 목표이자 꿈이라 말하는 공 동문은 후배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하더라도 편협한 시야를 갖지 않았으면 해요. 관련없다 여기던 해운회사에서의 재직경험은 현재 해운회사 컨설팅이라는 나만의 특수 분야가 되었어요.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 볼 때 모든 것이 곧 기회가 되죠”

이어서 공동문은 “자신의 특색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세요. 냉혹한 사회일지라도 노력한 댓가는 언젠가 꼭 돌려 받을테니까요”라고 말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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