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배달부 (주)빛나리퀵 택배
희망 배달부 (주)빛나리퀵 택배
  • 박수정 기자
  • 승인 2012.05.30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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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름다운 '홀로서기'를 응원합니다

 

“누구나 노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가정으 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소외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노숙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항상 생 각하고 그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빛나리퀵 택배, 이기표 대표)

▲ 빛나리퀵 택배 이기표 대표(맨 왼쪽)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

 

부산시 동래구 미남역 6번 출구에 노숙인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4년 차‘빛나리퀵 택배’가 있다. 빛나리퀵 택배의 시작은 관심에서부터 비롯됐다. 실직노숙인 종합 지원센터인 ‘부산보현의집’. 주로 경제 적인 어려움과 가정해체로 인해 주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환경 속에서 차츰 노숙인으로 전락 하거나 경제적인 위기를 원인으로 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된 실직 노숙인들이 이 곳과 인연을 맺는다. 부산보현의집 자활사업 담당자 성연주씨는 “보통 노숙인들은 노숙인 지원센터라고 하는 임시보호시설에서 어느정도 생활 을 하다가 보현의 집과 같은 센터로 가게 된다” 며 “부산보현의집에 입소하는 사람들은 처음 에 상담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몇몇 분들 은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들의 직업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그래서 시작한 것이 빛나리퀵 택배 사업이다”고 덧붙였다.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살린 일

노숙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부산보현의집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때문에 새로운 것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그것을 사회에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노숙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살려야 하다는 것인데 그렇게 접근하다보니 답은 간단했다. 바로 운전이었다.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면허를 가지고 있었다. 참여자 20명, 일단 무작정 부딪혀보기로 했다. 사회적 기업은 예비 사회적 기업을 시작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일자리를 창출한다. 때문에 인원의 충당이 비교적 자유로운 부산보현의집의 경우, 사업을 시작하는데 있어 사회적 기업은 가장 적합한 기업형태였다.

 

시작은 빛나리 지하철퀵 택배

본래 퀵 택배서비스라 하면 신속 정확한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초기 빛나리퀵 택배회사에는 장비, 즉 이동수단이 녹록치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이동수단이 바로 지하철이다. ‘빛나리 지하철퀵 택배’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퀵 택배서비스보단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처를 넓혀나갔다. 사실 사람들에게 빛나리 지하철퀵 택배서비스를 알리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색안경 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자체 제작한 스티커를 붙이는 등 직접 홍보를 하다보니 체력적 한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빛나리퀵 택배는 어려운 상황에 의기소침해하거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작은 일에도 성실하게 조금씩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지속적인 운영의 한계

대부분의 노숙인들의 생활을 보면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를 위태롭게 이어나가고 있다. 정 해진 틀 속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빛나리퀵 택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거래처를 늘려가고 장비를 구비하는 등 보다 완전한 형태로 갖춰가고는 있었지만 오히려 정작 그 속에서 정착해야하는 노숙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든 빛나리퀵 택배에 최장기간 근무한 기사의 경력이 2년 2개월이다. 일하는 기사가 자주 바뀌다보니 회사는 안정된 기반을 제대로 다질 수가 없다.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5년차에 접어들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때문에 예비 사회적 기업에서 인증된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고민해야할 문제가 바로 자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이는 구성원들의 삶, 그리고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빛나리퀵 택배 역시 이러한 난관에 봉착했다.

 

 

 

 

      

 

 

 

 

빛나리퀵 택배 중도 포기자,

3개월내 재고용 불가

빛나리퀵 택배에서 일을 하다 그만둔 노숙인들은 아무런 안전 장치없이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물론 빛나리퀵 택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적응해 노숙인이 아닌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은 다시금 이전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빛나리퀵 택배에서는 일을 그만둔 노숙인들이 일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3개월내에는 재고용하지 않는다. “이제껏 여러 노숙인들이 빛나리퀵 택배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 중 몇몇은 다시 돌아오길 희망했다”며 “이젠 그들도 준비없이 세상 속으로 무턱대고 들어가는 건 무모하단 걸 알아야한다”고 이기표 대표는 말했다. 이어 “많은 노숙인들은 생산성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일자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희생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상 자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속적 일자리를 통한 그들의 홀로서기

노숙인, 그들은 어떤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의 어려움, 즉 자기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것도 그 중 한가지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혼자만의 힘으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노숙인들에겐 버거울지도 모른다. 이기표 대표는 노숙인들에게 홀로서기란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워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숙인들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노숙인들은 하루에 받는 최저임금에 그저 수긍한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이 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런 점이 이기표 대표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빛나리퀵 택배에는 목표가 있다. 노숙인의 홀로서기, 여기에는 지속적인 일자리가 바로 노숙인의 자활이라고 말하는 그의 굳은 믿음이 담겨있다.

 

박수정 기자

blue9069@hanmail.net

 

새로운 경험이 소중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보현의집으로 오기 전까지 오갈때가 없는 노숙인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밖에서 생활하며 무리지어 다니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간 평생 거리에서 살다가 거리에서 죽겠다”는 생각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현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제 나는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보현의집에서 운영하는 ‘빛나리퀵 택배’에서 일하게 된 것입니다. … 저는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현재 보현의집에서 생활을 하면서 빛나리퀵 택배라는 직장에서 일을 배워 가면서 작은 돈이지만 저의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축을 하다보니 재미가 생기고 저도 저축을 하는구나 생각을 하니 왠지 자신감도 생기고 더욱 열심히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모든 일에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면 희망이 보일 것이고 그러다 보면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을 합니다.

(# 부산보현의집 식구 이OO(27),

제1호(2012) 부산보현의집 소식지 「보현」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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