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그들이 사는 세상
아웃사이더, 그들이 사는 세상
  • 허민학 기자
  • 승인 2012.09.05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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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내 3명 중 1명이 '나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

“최근에 공부 모드로 들어가니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대학 친구들은 서로 선을 긋고 바라본다. 자기의 입맛에 따라 친구
를 고르고 지나치게 경쟁한다. 차라리 고등학교 때가 더 좋은 것 같다. 나도 점점 마음을 닫아버렸
다”, “친구들과 같이 다니면 개인 시간도 많이 뺏기고 공부하기도 힘들어서 혼자 다닌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캠퍼스 내에서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다. 그들은 남들과 소통하는 것에 갈팡질팡하다 혼자의 길을 선택한다. 일명 아싸, 아웃사이더의 길이다.
  아웃사이더란 기성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아웃사이더는 대학에서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같은 과 동기나 선후배와 교류하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대학생들
「수업은 9시. 혼자서 맨 앞에 앉는다. 수업이 끝나고 과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밥을 먹으러 간다. 난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 앉는다. 혼자 밥을 먹는건 익숙하다. 밥을 먹고 거리를 배회한다. 혼자 교정을 거닐면 불쌍해보일 것 같다. 다시 수업시작이다. 강의실에 들어가 혼자 앉기 민망해서 문자를 보내는 척한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어김없이 혼자 집으로 간다.」

  위 글은 고려대 법학과 06학번 어느 남학생의 글이다. 이러한 아웃사이더들은 먼저 다가가기보단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내성적인 성격이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만들어 자신을 가둬버린 경우이다.
  대학은 친구들과 항상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업을 듣던 고등학교와 다르다. 스스로 수강할 수업을 선택하고 때에 따라 혼자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같은 지역의 사람을 만나던 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은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 변화 속에서 그 인간관계가 더욱 넓어지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혼자 캠퍼스를 배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나는 당당한 아웃사이더다

귀하가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구분

전체

응답수

비율

학과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어서

25

13.7%

사교성이 부족해서

23

12.6%

불필요한 학과 행사가 많아서

46

25.3%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26

14.3%

동아리 등 학과 밖의 생활을 하기위해서

7

3.8%

타 학과 친구들과 더 가까워서

11

6.0%

혼자 다니는 것이 더 편해서

42

23.1%

기타

2

1.1%

182

100.0%

▲ <자료제공=인크루트(www.incruit.com) 1588-6577>

  내성적인 성격 탓이 아닌 자의적인 아웃사이더도 많다. 2010년 취업, 인사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웃사이더가 된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은 “불필요한 학교 행사가 많아서”다. 그 다음으로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해서”와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학과에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항목이었다. 즉, 스스로 선택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장래를 위한 스펙 쌓기와 성적 유지와 관련하여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서”항목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스스로 당당한 외톨이라 선언한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강모(22)씨는 혼자 밥을 먹는 일이 흔한 일이다. 강의를 혼자 듣는 것은 물론이고 공강 시간 또한 구내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근처 학원가를 맴돌며 스펙을 쌓는데에 투자한다. 취업과 자기계발이 시급한 시기에 동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간을 아끼며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3명 중 1명은 아웃사이더

귀하는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십니까?

구분

전체

응답수

비율

그렇다

182

34.5%

아니다

346

65.5%

528

100.0%

귀하는 아웃사이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분

전체

응답수

비율

긍정적

352

66.7%

부정적

176

33.3%

528

100.0%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3명중 1명이 아웃사이더라고 한다. 그들은 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것일까?

  이에 우리 학교 학생상담센터 이아름 전문상담원은 “자의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담원은 “더 넓게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경쟁사회라는 점이다”며 “다같이 성공하기 보단 내가 남보다 앞장서서 나가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담원은 “대학은 사회에 진출하기위한 준비의 장이다. 그렇다보니 교내 행사 참여보다는 개인의 스펙을 쌓는데 몰두하여 자연스레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학생 3명 중 2명은 ‘아웃사이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선택한 것이고 개인의 생활이니 상관없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개인주의적인 이 시대의 대학 풍경을 잘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만든 나홀로족

  아웃사이더는 캠퍼스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아웃사이더는 존재하며 그 수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웃사이더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가둬버리고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것은 사회적 흐름에 의한 것일 수 있다.
  과거 7, 80년대 독재정권 시절에 대학생들은 자신을 지식인이라 지칭하며 반독재 체제를 형성했다. 집단을 만들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똘똘 뭉쳐 사회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독재정권이 몰락하고 민주정권이 등장하자 대학생들은 공동체의 끈을 유지할 만한 계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사회였기에 위기의식이 약했다. 그렇다 보니 대학 문화는 곧 낭만이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 80%를 넘어서자 취업의 문은 좁아졌다. 대학생들은 어학 성적, 학점 관리와 같은 스펙 쌓기에 제 2의 입시를 체험한다. 이렇듯 자기 시간 확보, 자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자 자연스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며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물론 자의적인 아웃사이더들은 그들 스스로가 외톨이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한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치열한 경쟁과 개인 주의가 만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인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것이다.

허민학 기자
hmh13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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