靖有場이 필요한 우리 (靖:편안할 정 , 有:있을 유 , 場:마당 장)
靖有場이 필요한 우리 (靖:편안할 정 , 有:있을 유 , 場:마당 장)
  • 김수영 수습기자
  • 승인 2013.09.03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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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을 꼽자면 어디가 있을까? 아무래도 단과대학의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이용하는 도서관과 어울림관(후생복지관) 그리고 정류장 이 세 곳이 아닐까? 세 곳 모두 많은 학생들의 발길이 닿기에 좀 더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건물인 도서관과 어울림관에 비해 정류장에 대한 학교 측의 관심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내가 입학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정류장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 약간의 보수와 교체작업 정도가 전부였다. 아무래도 학교 측은 아직 정류장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확연히 들어나는 다음의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류장의 첫 번째 문제점은 겨울철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점이다. 우리 학교는 바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육지에 비해 바람이 많다. 이는 여름철에는 큰 장점일지도 모르나 겨울철에는 큰 단점이 된다. 겨울철, 학교에서의 체감온도는 바람의 영향으로 부산 내 그 어느 곳보다 낮다. 사면 모두 휑하니 뚫려있는 정류장은 겨울철이 되면 시베리아 벌판과 다를 바 없다. 올 겨울도 우린 그곳에서 추위에 떨며 그저 버스만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간접흡연이다. ‘국민건강증진법’으로 인해 대학 내 모든 건물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정류장은 건물이 아니다. 대형 쓰레기통과 땅에 떨어진 꽁초들을 볼 때면 정류장은 흡연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정류장에서의 흡연은 더 많은 간접 흡연자를 만드는데 학생회와 학교 측은 어째서 이를 관망하고만 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세 번째 문제점은 긴 대기시간이다. 승객 입장인 학생들은 짧은 대기시간을 갖기를 원하지만 이는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다. 버스 회사에 있어 상대적으로 고객이 적은 우리 학교는 ‘계륵’같은 존재다. 배차간격을 좁히는 것은 적자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승객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우린 긴 대기시간을 계속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긴 대기시간을 버티기에 정류장은 썩 편한 곳은 못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류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내가 생각한 최선의 해결책은 정류장을 건물화 하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 기존의 정류장을 작은 휴게실로 바꾼다면 위 세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다. 책을 읽거나 TV를 볼 수 있는 안락한 휴게실 겸 정류장이 생긴다면 추위도 긴 대기시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간접흡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고 말이다. 문제는 역시나 비용이다. 학교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이 고정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여윳돈은 언제나 꼼꼼히 점검하고 따진 후 쓰인다. 볼멘소리,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는 정류장을 바꿔달라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투정과 막연한 요구는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조금은 특별하면서 적합한 제안이 필요하다. ‘정류장 재건축을 통해 (배 모양)랜드마크를 세우자!’는 주장은 어떨까? 배 모양의 휴게실 겸 정류장, 대외적으로는 학교를 홍보 할 수 있고 기존 정류장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또한 충분히 달랠 수 있다.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다. 하물며 학교를 상징하는 (배 모양)랜드마크를 만드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끈끈한 우리 한국해양대학교 동문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류장에 대한 이 글은 혼자만의 불만 표출이 될 수도 있고, 제법 많은 학생들이 가졌던 불만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부디 후자가 되어 좀 더 나은 한국해양대학교로 변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겠다.

권규익(국제통상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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