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직자와 空직자
公직자와 空직자
  • 윤종건 수습기자
  • 승인 2013.09.0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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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EBS에서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살을 에는 추위에 덜덜 떨더라도 영하 5도가 되기 전까지는 난방을 하지 않았고, 다른 관청이 다 외제를 씀에도 우리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산품을 애용했다. 그런 대법원장이 꼭 지키고자 했던 공직자의 원칙은 ‘청렴’이었다. 독립 운동가들을 무료 변론했던 시절부터 대법원장으로 지내는 동안 “국가의 독립, 사법부의 독립, 민주주의 실현”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며 퇴임사에서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국정원국정조사관련 시국선언’을 취재하면서 우리 사회에 진정한 공직자가 남아있는 가에 대해 생각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향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부터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하는 이들이 공직자라 불릴 자격은 있을까? 자신의 일도 똑바로 하지 않는 그들은 公직자가 아닌 空직자로 불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2013년 현재.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또다시 모였다. 상황이 이런데 공직자란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8월 16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용판, 원세훈은 분명한 증거가 있는 기초 사실에 대해서도 딱! 잡아떼며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자세부터도 달랐다. 야당의원들이 말할 때는 살짝 미소까지 보이며 편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했다. 진정 공직자로서 일말의 양심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의원들의 작태는 더욱 코미디였다. 여당은 청문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헌신적으로 증인들을 감싸고돌았으며, 야당의원들은 사건의 핵심에 대해 접근하기조차 어려워보였다. 말 그대로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함량미달 청문회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만 끼얹은 청문회였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 청문회, 왜 했나?
   公職者(공직자)는 여러 사람을 위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관계되는 국가나 사회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진정 우리가 公직자로 봐야할지 空직자로 봐야할지....... 몇 년에 한번 씩 속아주는 국민이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국민을 우롱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에 명시된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리마저 파괴하려는 저들의 작태는 말 그래도 상식 이하다. 이번 사건이 속히 해결 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도 안 된다. 철저한 국정조사와 대대적인 국가조직 쇄신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진정한 公직자가 바로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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