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도 몰라요
우리 엄마도 몰라요
  • 이동건 기자
  • 승인 2013.10.1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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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생 11만명 고금리 대출 받아

38% 부모가 대출 사실 몰라
정부 저금리 전환 대출 자격 까다로워

 

매달 이자로만 20만원 이상을 내고 있는 휴학생 A씨는 빚 걱정에 하루하루가 고민이다.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생활을 하던 A씨는 앞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수 있다는 생각에 올해 휴학을 하고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 A씨의 수중에는 아르바이트로 모아놓은 200만원 정도의 돈이 있었다. 집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A씨는 모아둔 돈을 학원비와 첫 달 생활비로 쓰고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 용돈을 벌며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교재비를 포함해 학원비는 한 달에 30만원이 넘었고 밥값과 교통비를 합하면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매달 70만원이 들었다. 이에 남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했고 남들이 복습하고 잠드는 시간에 버스에서 지쳐 잠들어야 했다.


지친 A씨는 대출을 받아 공부에 집중하고 합격 한 후 갚으려 했다. 하지만 휴학생인 A씨는 시중은행 대출자격이 되지 않았고 결국 저축은행에서 연 29%의 고금리로 800만원 가량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에는 연 20%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 파악된 것만 11만 명이 넘는다. 대학생 신분이 아닌 청년층까지 고려하면 A씨 같은 경우는 수없이 많다. 현재 졸업 예정자 10명중 6명이 빚을 지고 있으며 전체 대학생 중 20%가 대출을 이용 중 이다.

 

고금리 대출 학생 80%, 정부 학자금·생활비 대출 받지 못해

 


최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대학생 대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고금리 대출 사용 목적은 사고 등으로 인한 급전(42.5%), 등록금(27.4%), 생활비(22.6%)로 나타났다. 등록금 용도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학생 중 80%는 한국장학재단의 저금리 학자금, 생활비 대출(든든, 일반)을 받지 못한 학생이었으며 사유는 대출자격이 되지 않은 경우가 50%를 넘었다. 특히 저금리 학자금 대출 부적격 이유에는 요구 학점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고금리 대출 이용 많아


또한 가족이 낮은 소득 구간에 속한 대학생일수록 고금리 대출 이용 비율이 높았는데 가족 월수입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160만원에 가까운 학생들이 30%에 달했으며 4인 가족 월평균생활비인 3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의 학생들이 50%를 넘었다. 또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대학생 가운데 44%가 대출금을 등록금으로 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대학생 대출 이용자 등록금 부담률 14%에 대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양한 정부지원 프로그램 학생 현실 반영 못해


이에 신용회복위원회는 작년 6월부터 연 20%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1천만원에 대해 연 6%대의 금리로 바꿔주는 ‘청년·대학생 전환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사회연대은행도 금융감독원 그리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함께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착한 대학생 대출’제도를 운영 중이다. 착한 대학생 대출지원은 연 2%의 금리로 전환대출 및 신규 학자금 대출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가족 월 소득 450만원 이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성실 상환자에 한해 이자상환액의 50%를 환급 해줘 실제 연 1%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동안 두 기관을 통해 전환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전체 고금리 대출 대학생 11만명 중 2.7%인 30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최소 6개월 이상 연 20%대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학생에게만 전환 대출을 허가 하고 있으며 6개월 이내 90일 이상 연체한 기록이 있을 경우 대출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학생들은 신용도 혹은 연체기록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경우가 많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생 1인당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액은 평균 1천 400만원인데 반해 전환대출은 최대 1천만원까지만 지원해주고 있어 학생들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생 월 지출액, 수입의 2배넘어


등록금, 생활비 부담→아르바이트→학업소홀→저금리 대출자격미달→고금리 대출→취업 준비 차질→취업 후 대출금 상환 부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의 시작은 대학생 주요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금융위 보고서에 의하면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제외하고 월 평균 54만원을 쓰고 있으며 학습교재비와 필수 생활비인 식비, 주거, 교통, 의류구입의 비용이 높게 나타나 대학생 월 평균 수입인 47만원 보다 더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됐다.


또한 등록금 까지 더하면 학생들의 월 평균 지출은 113만원에 달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금리 대출 이용 학생의 43.6%가 자신이 등록금을 납부 하고 있는 것 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5년 사이 대학생 대출 연체율 200% 늘어


이러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지자 정부는 2009년부터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제도를 해결 방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08년 4만명이었던 대학생 대출 연체자는 오히려 5년 사이 8만명으로 불어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대학생 전환 대출 및 학자금 대출의 금리인하, 조건 완화 등 제도 개선만 하고 있을 뿐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 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정부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학생들에게 빚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해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는 등록금 인하, 대학생 주거 지원 등을 통한 실질적 부담 경감을 들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전국적으로 8만명 규모의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대학생 기숙사 건립 지원을 통해 주거비용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등록금의 경우 국가 장학금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정부는 말하지만 정작 실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경우 학점관리에 신경 쓰지 못해 지원 대상 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은 국내총생산(GDP)의 0.7% 수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1%에 대비해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층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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