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벗어나 두근대는 마음 향하는 곳
연구실 벗어나 두근대는 마음 향하는 곳
  • 김기섭 기자
  • 승인 2013.10.1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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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잠시 손에서 놓고 교수가 아닌 동료가 되는 시간

 

 여가활동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 일의 효율을 높여주고 같은 여가를 즐기는 사람끼리의 결속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대학에서 이러한 여가활동은 주로 ‘동아리’ 안에서 충족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으로 대학생활을 즐기는 장이 되기도 하는 이런 동아리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교수들 또한 체육, 문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교수 축구회

– 송재욱 교수 (해사대학 항해학부)

 

 

 우리대학에서 교수들이 참여하는 대표적 체육 동아리 모임인 ‘한국해양대 교수 축구회’는 4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임은 교수들끼리 주로 수업이 비는 시간대 수요일 목요일에 모여 공을 찬다. 교수 축구회의 회장인 송재욱 교수는 “교수님들 각자가 연구나 수업으로 바쁘기 때문에 모임에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국해양대 교수 축구회’가 본격적으로 모임을 갖게 된 시점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전국교수축구대회’가 열렸는데, 그 당시 축구를 좋아하는 교수 몇몇 분들이 ‘우리도 한 번 해보자’며 전국대회에 출전을 위해 결성한 모임이 우리대학 교수 축구회의 맺어진 첫 단추였다. 그리고 그 명맥은 현재의 한국해양대 교수 축구회로 이어져왔다.
 

 올해 전국교수축구 대회는 10월 18일부터 3일 간 열린다고 한다. 이 대회에 매년 약 30여개의 대학에서 쟁쟁한 축구팀이 출전한다. 대회에 참가한 교수 축구팀은 각자의 학교의 명예를 걸고 나오기 때문에 그 어느 경기보다 치열하고 열정이 가득하다. 이런 대회에서 우리대학 교수 축구회는 매년 4강 이상에 오르며 전국에서 강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 교수는 “전국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늘 애교심이 커진다”며 “우리학교의 버스를 타고 우리대학의 이름이 걸린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다 보니 학교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며 축구회의 장점을 말했다.

 

 전구교수축구대회를 하다보면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작년 우리대학과 한국 체육대학이 8강서 맞붙게 되었다. 경기에 임하기 전 교수들의 열정은 한껏 불타올랐다. 그런데 상대팀인 한국 체육대학 교수팀에서 여자교수가 출전한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당시 출전한 우리대학 교수들은 당혹스러워 했다. 송 교수는 “당시 출전한 여교수는 육상종목 국가대표 출신이여서 워낙 체력이 좋았다” 며 “처음에는 우리대학 교수들이 당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잘 대처해 승리했다”고 전했다.


 교수 축구회는 ‘전국교수축구대회’ 말고도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부산지역 교수 축구회’에도 꾸준히 참여하여 구성원들 간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부산지역 교수 축구회는 부산대,경성대, 동의대, 동아대를 포함한 5개 대학 교수 축구팀이 모여 친목 겸 전국교수축구대회 준비를 위해 모인다고 한다. 송 교수는 축구회의 장점으로 개인적면으로는 체력증진, 전체적면에서는 교수들 간의 우애가 돈독해지고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깊어진다는 점을 짚었다.

 

여교수회 독서모임
– 강은숙 교수(국제대학 해양 행정학과)

 

 

 여교수회 독서모임은 여교수회 1년 단위 사업으로 진행되는 모임인데, 이 자리에서는 우리대학 교수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한 자리에 모여 관심 있게 읽은 주제에 대해 토론한다. 이 모임은 14명의 여교수들과 함께 남 교수들도 몇몇 같이 참여하는데, 여교수회 사업이라도 ‘독서’ 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서모임도 다른 동아리와 마찬가지로, 구성원이 모두 교수인지라 모임 시간을 가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1학기부터 모임을 가져야 했지만 각자 업무가 너무 바빠 이번 여름방학 때부터 모임이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모임은 두 번이 이루어졌는데, 두 번의 모임 모두 ‘사이언스 이즈 컬쳐’ 라는 책으로 진행됐다. 현재 독서모임의 회장인 강은숙 교수는 “책의 제목은 말 그대로 ‘과학은 문화’ 라는 말인데, 이는 인문학의 영역과 자연과학의 영역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했다. 예를 들어 철학자와 생물학자가 진화, 인류, 종교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이 책에서는 전공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공통된 주제에 대해 나눈 토론을 다룬다. 영어 영문과 교수, IT 공학부 교수, 조선해양시스템공학부 교수 등 우리대학의 각기 다른 분야의 교수들이 각자 이 책을 읽고 모임에서 토론을 하는데, 여기에 이 모임이 지닌 가치가 들어있다. 이는 교수들에게 새로운 지적 호기심과 지적 자극이 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유전공학에 대한 주제를 읽고 토론하면 문과 교수들은 DNA 구조나 성질에 대한 깊숙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반면 이과 분야 교수들은 유전자 조작(기술)이 가져올 사회 변화를 생각하는 계기를 가진다. 이처럼 자신이 알고 있던 부분에서 더 나가 새로운 영역까지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강 교수는 “같은분야의 사람들이 아닌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토론은 새로운 사고 영역을 창조한다” 며 “교수들에게 이는 꽤 흥미롭고 재밌는일이다”고 독서모임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책은 지식을 압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지식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책 그 자체는 지적 자극을 주는 수단이 된다. 강 교수는 “모임이 계속 진행되면서 관심이 생기는 주제를 발견하면 그와 관련된 영화를 본다거나 음악을 찾는 등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이 학업 공부 외에도 여러 분야의 책에서 새로운 탐구심을 얻고, 거기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해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독서 모임은 현재 학내 교수들에 한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후엔 좀 더 구성원의 층을 넓힐 기회가 없지는 않다. 많은 교수들이 학내 교수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나 영도구 시민 등 구성원의 층을 좀 더 넓힌다면 훨씬 더 다채로운 모임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후에 다양한 구성원이 독서 모임을 만든다면 더 다양한 사람들과 지적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표했다.

 

한국해양대학교 불교 교수회
– 정태권 교수(해사대학 항해학부)

 

 

 현재 우리대학에는 교수들은 여러 분야의 종교 모임에 참여하는데, 그 모임에는 기독교 교수회, 카톨릭 교수회, 불교 교수회 등의 모임이 있다. 그 중 한국해양대학교 불교 교수회는 약 40명의 교수들로 모임이 구성되어 있고, 매 학기에 한 번씩 사찰순례를 하고 있다. 현재 불교 교수회의 회원인 정태권 교수는 “90년대부터 시작되어 매년 정기적 모임을 갖는다”고 전했다. 모임은 본래 불교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도 있지만, 교수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목적이 짙었다. 그래서 모임을 가지면서 간간히 술자리도 마련된다.

 

 불교 교수회의 주 활동은 마음에 대한 공부이다. 이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어떻게 불경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명하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공부한다. 교수들은 각자 자신만의 수행을 하며 마음공부를 한다. 하지만 항상 말처럼 마음은 쉽게 행동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마음에 대한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그는 “사찰 순례를 할 때 주로 이렇게 마음공부에 대한 얘기를 한다” 며 “술자리도 이러한 대화에서 마련되곤 한다”고 전한다. 허나, 불교에서는 ‘오계’라는 불교도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의 규범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금주이다. 상황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불교 교수회는 불도의 길을 걷기위한 모임이 아닌, 마음에 대한 공부를 나누기 위한 모임이기에 마음을 잃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마신다고 한다.

 

 정태권 교수에게 재작년에 다녀온 사찰은 기억에 남는 모임 활동 중 하나이다.매년 마음공부의 일환으로 불교 교수회 교수들과 재작년 강원도로 적멸보궁사찰(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불상을 모시지 않는곳)을 갔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사찰 기행은 1박 2일 동안 이루어졌는데 첫 날엔 오대산의 상원사를, 그 다음 날엔 오대산을 내려오면서 정암사를 들리고 영월의 사자암까지 방문했다. 또 부산으로 들어오면서 양산 통도사까지 네 개의 사찰을 다녀오며 일정을 마무리 했다. 순례를 하면서 교수들은 스님들로부터 법문과 불경에 대해 얘기를 듣기도 하고 사찰 근처에 위치한 문화재에 대한 공부도 한다. 또한 사찰이 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산 깊숙하게 위치하기 때문에 마음의 티끌도 한껏 씻겨지는 기분 또한 사찰순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다.

 현재 불교 교수회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면서,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공부하는 마음공부 모임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교수 몇 분과 매주 금요일에 시간을 내서 연구실에 모여 ‘능엄경’ 이나 ‘수심결’ 같은 경전을 읽으며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며 “이 모임에서도 경전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동료 교수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파도회(한국해양대 테니스 교수회)
- 최석윤 교수(해사대학 해양경찰학과)

 

 

 파도회는 교수 축구회와 같은 우리대학의 대표적 체육 동아리로, 20여명 교수들이 참여하는 테니스 동아리이다. 현재 파도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석윤 교수는 교수 동아리들 중 파도회가 가장 역사가 깊고 활동이 활발한 동아리들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파도회 교수들은 매달 한 번씩 월례대회를 열어 리그전으로 보통 3경기씩을 치르고 결과에 따라 상품을 배분한다. 상품은 교수들끼리 회비를 걷어 마련하는 것으로, 일상적이고 소박한 상품에서부터 부담스러운 상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한다.

 파도회는 교수 축구회와 마찬가지로 매년 5~6월에 열리는 전국대회에 학교의 이름을 등에 걸고 출전한다. 학교는 학교를 대표하는 이들에게 참가비와 숙식비 등을 지원한다. 또한 외부 동문들도 이들에게 유니폼을 스폰서 하기도 하는데, 동문들 또한 학교 명예를 짊어지는 파도회 교수들을 위해 기꺼히 스폰서에 응한다고 한다. 12~13명의 교수들이 단체전과 개인전에 나눠서 출전하여 실력을 겨루지만, 전국의 쟁쟁한 실력가들과 경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최 교수는 “우리대학은 복식보단 단식경기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낸다” 며 “재작년에 김종화 교수가 개인전 전국 3위라는 기록을 얻은 적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적보다도 2박3일 동안 교수들과 같이 외지에서 생활하며 보내는 시간이 교수들에겐 더 깊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현재 파도회의 교수들은 활발하게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활발함의 정도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최 교수는 “연습에 항상 참여하시는 교수들도 있지만 각자 일이 바빠 연습에 참여 하지 못하는 교수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들의 참여율이 적어 몇 년 후 파도회의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지금의 파도회 회원들이 모두 정년은퇴하고 나면 파도회가 계속 존립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그러면서도 파도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이처럼 우리대학 교수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와 수업 등 바쁜 일정 탓에 동아리에 자주 가지 못하는 교수도 있지만,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가며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만은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는 듯하다.
대학 동아리를 흔히 캠퍼스의 낭만이라고들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일상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 휴식과 재미를 얻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러 교수들은 잠시 연구실 문을 닫고 동아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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