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법? 죽이는 법? … 아니면 둘 다?
살리는 법? 죽이는 법? … 아니면 둘 다?
  • 김기섭 기자
  • 승인 2013.12.02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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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관리법’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찬반전쟁'

 국내 최대의 국제게임전시회인 G-STAR가 지난 달 14일 벡스코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5회 째를맞이한 G-STAR는 32개국 512개사(2261부스)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G-STAR 개최에 맞춰 수십 명의 관람객들이 벡스코 야외 행사장 중앙에서 플래시몹까지 추는 등 다채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벡스코 야외행사장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만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이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였는데, 사흘간 벡스코에서 총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과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중독법이라는 법도 있나?


 벡스코에서 서명운동을 펼친 그들이 말하는 중독법이란 지난 4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13명의 의원들과 공동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의미한다. 이 법안은 중독을 예방ㆍ치료하고 중독폐해를 방지ㆍ완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다. 법안 내용 중에는 술, 도박, 마약,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하는것. 또한 치료와 중독폐해 방지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기관(국가중독관리위원회)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인터넷 게임이 마약, 도박,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물질’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면 인터넷 게임은 중독물질로 규정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터넷 게임 관련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독 예방 및 치료 등의 연구 지원에 가담한다. 게임 중독법이 발의되자 네티즌들은 지난 1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에도 관심을 모았다. 이 법안은 인터넷 게임에 '중독유발지수'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구조적 중독유발 인터넷게임을 제작 및 배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동시에 관련 업체가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있다.

 신의진 의원의 법안(이하 신의진법)이 발의된 시기는 지난 4월이었지만, 지난 10월 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선 다시 이슈가 되고있다. 이는 지난 10월 7일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일부 인사들의 발언 내용 때문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중독에서 괴로워하고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면서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게임 중독법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점이 중독법을 논란으로 이끌었나

 대학생들도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김용찬 학생(해양환경·생명과학부·13)은 "게임도 운동처럼 학생들이 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이다”라며 “오히려 다른 놀이문화보다 시간적 제약이 적어서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 놀이문화를 단지 중독 물질이자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법안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인터뷰에 응했다. 또한 정민지 학생(에너지자원공학과·13)은 “국가에서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것보다 게임을 대체할 놀이문화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중독법'이라 불리는 법안 중 어느 부분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인터넷 게임이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법’에 의하면 인터넷 게임은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되어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되어있다. 이는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 한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에 많은 게임 유저들과 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IDEA의 한 관계자는 “마약과 도박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지만, 게임은 적정 한도만 지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 전했다. 이어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치료한다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중독법은 어디까지를 중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구분도 없다”며 중독법이 궁극적으로 게임 산업을 저해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게임업체들의 비판에 신의진 의원은 10월 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게임 업계가 중독법이 게임과 마약을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자신의 법안에서 중독과 관련된 부분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게임 과몰입과 중독 예방을 위한다는 부분과 거의 유사한 부분이라 밝혔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인터넷 게임이 4대 중독유발 물질에 포함되었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을 보일까?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이승진 학생(건설공학과·13)은 “(인터넷 게임이 마약, 도박 등과 같은 물질과 함께 포함된것이) 게임 중독 예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며 "오히려 위화감과 반발심만 조성한다” 고 전했다. 강병찬 학생(해양플랜트운영학과·13)은 “딱히 인터넷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매출액의 6% 기부’의 진실은?
 

 최근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이 재조명되면서 언젠가부터 ‘게임업체 매출액의 6%를 국가가 징수5한다’라는 말이 소문처럼 들리고 있다. 그러나신의진 의원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중독법)에 게임업체 매출액의 6%를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조항은 없다. 이는 지난 1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외 17명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이하 손인춘법)과 지난 6월에 박성호 새누리당의원 외 10인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박성호법)에 포함된 내용이다. ‘손인춘법’은 게임업체 연매출에 대해 1% 이하의 치유부담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박성호법’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콘텐츠 유통에서 발생한 매출액 중 5% 범위 내에서 부담금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자동적으로 ‘손인춘법’과 ‘박성호법’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손인춘 의원은 법안 발의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임업체의 분담금 1%에 대한 것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분담금은 업체에서 게임 중독자들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동참해 달라는 의미였고, 납득될만한 수준으로 정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과 위의 두 법안이 게임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독물질 통합관리기관 신설 ‘체계적 관리 가능’VS ‘예산낭비, 업무혼선’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의 내용 중에는 4대 중독에 대한 치료와 폐해 방지를 위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4대 중독물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이는 현재 중독 및 중독폐해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고, 부처 간 협력체계가 미비해 통합적 대처가 미흡한 실정으로 인한 이유라고 명시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중독 상담이나 예방, 치료 활동을 하는 중독 관리센터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중독관리센터가 신설될 경우, 통합을 위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체계적으로 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체계로 재편됨에 다른 업무 혼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독법’이 통과된다면 그 이후의 결과는?
 

 작년 1월 국제 신문은 게임에 중독된 한 대학생의 생활을 보도하였다. 그는 평소에 하루 10시간 씩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은 군 제대 후에도 계속되었고, 복학 학기의 그가 받은 학점은 모두 F학점이었다. 설상가상 아르바이트로 자취방 월세와 게임비를 벌던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게 되자 게임비를 얻기 위해 절도행위까지 벌였다. 그는 게임 중독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중독법이 통과된다면 이 대학생과 같이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국가 차원에서 치료, 재활 및 사회복귀에 필요한 서비를 제공받을 수 있고, 중독자 가족들의 정서적·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보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업을 준비 중인 A학생은 “인터넷 게임을 마약, 도박과 같이 포함시킨다고 하더라도, 법안에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해서 중독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법이다”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게임 업체 측에서는 중독 폐해 방지와 예방을 위해 광고와 판촉(판매촉진: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할 목적으로, 제품에 대한 성능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제한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일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본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게임 업계는 국내에서는 해외에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얻을 길이 열려있다. 하나의 예시로, 이번 2013 G-STAR에서 독일은 ‘한·독 게임산업 세미나’를 열어 한국 업체들이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연방주에서 게임 개발한다면 지원금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확실히 국내 게임개발 업체들에게는 경제적 유인이 작용하는 조건이다. 지난 달 20일 최근 게임 업체들이 진행한 하반기 공개 채용의 지원자가 지난 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벌써부터 이런 조짐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된다. 이에 대해 구예성 학생(해운경영학부·13)은 “신의진 의원의 중독법과 같은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이 점점 더 많아지고, 가속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박상현 학생(기계시스템공학과·09)은 “국내 게임 기업들에게 가해지는 규제로 우리나라는 ‘IT강국’, ‘게임 강국’이라는 명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해외로 지사를 옮길 일도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 중국 정부는 인터넷 중독을 ‘전자 헤로인’으로 취급하고 인터넷 중독에 포함되는 게임을 마약과 동일선상에서 국가적 관리를 했었다. 중국정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유저에게 불이익을 주는 ‘피로도 시스템’ 과 ‘온라인 게임 실명제’등을 도입하여 게임에 대한 규제를 확대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고, 정부 규제의 실효성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기업과 가정과 함께 게임을 규제하는 ‘자율적 규제’로 그 방향을 바꿔나갔다. 그 예시 중 하나가 일정 시간을 넘기면 게임을 하지 못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부모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게임을 제한하는 제도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자율적 규제는 정부의 자국 게임 산업 장려책과 맞물려 최근 몇 년 동안 30%가 넘는 성장을 만들었다.
 다음의 예시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게임 관련 관리는 중국과 달리 자율규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의무적 규제로 방향이 가고 있다. 중국의 게임 시장이 자율적 규제로 인터넷 게임 중독비율을 더 낮췄다는 점. 또한 게임 시장의 성장까지 이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살리는 법’인지, 혹시 게임업계만 ‘죽이는 법’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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