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GS칼텍스 원유부두 선박 충돌 집중취재
여수 GS칼텍스 원유부두 선박 충돌 집중취재
  • 이동건
  • 승인 2014.02.26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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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설날 아침.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모여 명절을 보내고 있던 신덕마을 주민들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퍼진 악취에 놀라 해안으로 뛰쳐나왔다. 오전 9시 35분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원유 2부두에 원유 27만 8585톤을 싣고 접안 중 이던 싱가포르 국적 유조선 우이산호(WU YI SAN·16만 4169톤)가 부두의 송유관을 들이 받으며 유출된 나프타에서 나는 냄새였다. 충돌로 인해 송유관 3개가 파손되며 송유관에 들어있던 원유 70㎘, 나프타 69㎘, 유성혼합물 25㎘ 등 총 164㎘(현재 해양경찰 발표 유출량)의 유류가 바다로 유출 되었다.


1. 도선사의 실수인가?

Q. 도선사 탑승 후 충돌까지 1시간 17분 무슨 일이 있었나?
원유 부두가 위치한 여수 광양항의 경우 강제 도선 구역으로 지정되
어 있어 입출항하는 유조선 등의 대형 선박은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 하
도록 되어있다.

이에 31일 아침 사고 1시간 17분전인 8시 18분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
속 도선사 김모(65)씨와 이모(59)씨는 사고지점에서 23km 떨어진 묘


박지(접안 전에 선박이 계류하는 해역)에 계류 중이던 유조선 우이산호
에 승선 했다.

일반적으로 묘박지에서 원유부두까지는 평균적으로 2시간 10분이 소
요되는데 반해 사고선박은 평균 소요시간보다 1시간가량 빠른 1시간 17
분 만에 부두에 도착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원유부두 앞 3km 해역에서
의 접근 속도인 2~3노트 보다 2배가 빠른 7노트(시속 13km)의 속도로
접근했기 때문으로 발표 됐다.

이에 대해 여수해경의 요청으로 이번사고에 대해 자문을 한 우리대학
정연철 교수(해사대학·항해학부)는 “선박의 접안은 전적으로 도선사
각자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며 “사고 선박의 도선사의 경우 23년 경력
의 베테랑 도선사로서 일상적으로 남들 보다 빨리 접안을 한 것으로 해경을 통해 들었
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 당시 반대편에서 오던 컨테이너선 사라호보다 먼저 접근하기 위해 선박
이 빠른 속도로 접안을 시도했다는 추측에 대해 정 교수는 “도선사들이 접안일정을
 잡을 때는 각 선박의 출항일정을 모두 고려한다”며 “특히 서로 교차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도선사간 의 연락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교환을 함으로 가능성이
낮은 추측”이라고 말했다.


Q. 선박은 왜 갑자기 좌 선회를 하였을까?

접안 시에는 속력을 줄이며 부두에 접근해 프로펠러를 역추진 하는 어스턴 엔진(ASTERN ENG.)하며
 부두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해상에 부두와 나란히 정지 한 후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부두에 최종 접안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고발생 직전 안전속도를 훌쩍 넘은 7노트로 접안을 시도하던 사고선박은 갑자기
좌 선회를 하며 해상 구조물을 뚫고 원유 하역 배관을 부수고 정지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역추진을 하게 되면 프로펠러가 역추진하며 생긴 조류가 선박의
우측 선미를 밀어 내게 되어 선박의 앞부분이 우측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선미가 우측으로 이동 할 것을 예상한 도선사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리 키를
좌측으로 돌린 것으로 보이며 선박특성을 이용해 빠른 접안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3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업무를 수행한 베테랑 도선사가 도선하던 선박이 왜 송유관과 충돌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언론을 통해 제기 되고 있으며 해경은 이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 교수는 정황 상 몇 가지 이유가 추정된다며 “먼저 도선사의 지시보다 역추진이
늦게 이루어 졌을 수 있다. 혹은 역추진 기관의 기계적 이상이나 도선사의 판단착오로
역추진을 늦게 시행했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조류 등의 강한 외력이 순간적으로 작용해
대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해경의 조사에서 사고선박은 충돌 수십초 전 닻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충돌직전의 상황에서 속력을 줄이기 위해 최후의 방법으로 닻을 내린 것으
로 보인다”며 “미리 닻을 내렸으면 충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있는데
실제 7노트의 빠른 속력으로 진행하는 선박이 닻을 내리면 대형선박의 특성상

얼마 지나지 않아 닻이 끊어지게 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정 교수는“23년이라는 경력을 과신한 도선사의 판단착오와 여러 상황이 합쳐져
이번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상속도로 진행 했다면 도선사가 돌발 상황을
만회할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Q.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을까?
선박에 승선한 순간부터 도선사는 자율적으로 선박의 모든 움직임을 결정한다.
결국 도선사의 한순간의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5년간 도선사 과실 해양사고는 29건으로 한해 평균 5.8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 이후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12일 발표를 통해“도선법 개정을 통해 도선사가 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5년마다 직무교육
이수를 통해 면허를 갱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현재 도선사들은 비정기
적으로 신기술, 개정법규에 대한 직무교육을 받고 있지만 법으로 강제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 파괴된 주민들의 삶 되돌릴 수 있을까?


선박의 충돌로 인해 3개의 송유관이 끊어져 사고 1시간 전 이루어 졌던 원유 하역 후 송유관에
남아있던 유류가 유출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신덕마을과 소치마을 외에도 경남 남해군의
해안과 해상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유출된 기름은 해양생태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이에 해경은 해상 및 해안 방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피해범위가 넓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Q. 유출된 기름은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나?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유출된 기름 중 나프타의 경우 휘발성이 강해 장기적으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원유와 유성혼합물의 경우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유출된 기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뭉쳐 해상에 떠다니게 되고 이는 해상과 해저
 그리고 해안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해경은 해상에서 유분산제, 흡착포 등을
사용하여 방제를 하고 있으며 해안에서도 방제인력을 동원하여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 방제 활동에 대해 정 교수는 “해상 방제 활동에서는 먼저 기름이 확산되지 않도록 오일펜스를 전개
하고 진공청소기와 같은 스키머를 이용 기름을 빨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라며
“스키머를 이용 한 후 남은 기름은 흡착포 등을 이용해 회수 한다”고 말했다.

해안을 덮은 기름은 시간이 지나며 토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해안생태계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염된 토양이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며 파괴된
주변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

초기 해안 방제 활동은 기구를 이용해 물을 강하게 해안 바위에 뿌려 달라붙은 기름을 떼어내는
작업인 고압, 저압 세척과 온수세척 그리고 수작업인 갯닦이 작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해안 방제에 대해 정 교수는“생태계에 가장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갯닦이 작업과 같이 손수 닦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수작업으로 기름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해 다른 방법들을 사용하게 된다”며
“세척외의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고 새로운 토양을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주변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는 일이라 환경 평가 등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름 유출에 따른 대규모 토양교체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3. 방제 장비 지급과 적절한 방제 교육은 실시되고 있을까?

현재 기름 피해 현장에는 1000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를 비롯해,피해주민과 군인 그리고 GS칼텍스 직원 까지
하루 4000여명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피해 발생 초기 유출피해가 가장 심각한 신덕마을에서 적절한 방제장비를 받지 못하고 기름
을 닦아내던 마을 주민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자원봉사자들에게는 30분이 채 안 되는
허술한 방제교육을 실시하는 등 방제장비의 지급과 방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했던 BP 원유유출 사고 당시 기관은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를 공개 했으며
자원봉사자에게는 40시간의 안전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방제 용품 중 흡착포의 지원과 사용에 대해 여수 시청과 해경에 질문한 결과 여수 시청 현장 관계자는
“흡착포의 단가가 높아 그러는 것 같다”는 답변을 했으며 여수 해경 방제과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흡착포가 충분히 지급되고 있는데 헌 옷으로 갯닦이 작업을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여수 환경운동연합 정비취 간사는 “사고 초기 4~5일 간은 해안에 두껍게 덮여있는 기름을 흡착포를 이용해 제거 하지만 이후에는 재질이 강한 면 좋류의 질긴 섬유로 닦는 것이 맞다”며
“관계자들이 현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건 기자

leedk90@naver.com

현장스케치-눈은 맵고 기름은 샘솟고


박경순(69·여수시 신덕동 주민) 할머니는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던 그 날부터 모든 생계활
동을 접어야 했다. “바지락, 파래, 미역, 게 뭐 이런 것들 한 20년 동안은 못 먹을 것이여” 자조
섞인 말을 내뱉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잘 가지 않는 구석까지 기름을 닦으러 나섰다.

기자가 찾아간 시간,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사람들이 방제 작업을 하고 있었
다. 유출된 기름 때문일까? 마스크 덕분에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눈이 따끔거리고
매웠다.

방제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방제복을 입어야 했다.마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하얀
색 방제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었다.“처음에는 마스크도 제대로 안줬어. 기름냄새가 온통 진동
을 했지. 마을사람들이 기름냄새 맡고 병원에 입원했어. 나도 병원에 3일정도 있었어. 근디
병원에도 못있겄어. 갑갑혀가지고... 다들 콜록콜록 해삿고... 영양제 맞으니까 좀 낫대”
박 할머니의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까지 단단히 쓴 뒤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나뭇가지나 긁개로 땅을 파면 밑에서부터 반짝반짝 하는 기름이 올라온다. 헌 옷이나 천으로
그 기름을 닦아내길 수차례 반복하니 종아리부터 허리까지 저릿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도 이번에는 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방제작업을 도왔다.

2월 1일부터 12일까지 약 76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신덕마을을 찾았다. 처음 100여명으로
시작했던 자원봉사자 수가 점차 늘더니 한때는 1500여명이 넘기도 했다.

신덕마을의 기름유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7월 여수 남쪽 바다에서 침몰한
씨프린스호 원유 유출 사고 때 인근 바다를 뒤엎은 기름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보았다. 또한
11월에는 유조선 호남 사파이어호가 GS칼텍스 원유 부두에 충돌하면서 배에서 원유가 유출되
었고, 남쪽 해안으로 흘러 신덕마을을 뒤덮었다.

1995년 당시의 기억이 이제 좀 가시려나 싶었는데, 이번에 또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묵묵히 기름을 닦을 뿐이고, 사건 유발자들은 보상 책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

최지수 기자
jisu.cho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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