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도 이야기를 해야한다
이제는 문화도 이야기를 해야한다
  • 최종훈 객원기자
  • 승인 2014.02.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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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스토리텔링
 

▲ 서울시의 ‘세종이야기’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예술회관인 세종문화회관의 지하에는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라는 두 개의 전시관이 운영 중이다.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상이 세워져 있는 것에 착안하여 각각 개관하였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도심 속에서 생생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으며, 연간 150만 명의 시민 및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이렇게 성공적인 관광명소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스토리텔링을 관광문화로 사용한 점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스토리텔링을 관광문화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은 ‘홍길동의 고향’이라는 지역이미지를 가지고 ‘홍길동 축제’와 ‘홍길동 테마파크’를 열었다. 또한 경상북도 문화콘텐츠 진흥원과 부여군은 각자 자기 지방의 유명한 이야기인 ‘이응태 부부의 사랑이야기’와 ‘무령왕 이야기’를 뮤지컬로 제작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이야기’와 ‘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스토리(story)’,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은 현재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서, 여러 가지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유익하고 설득력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청자의 입장에서 단순한 정보 전달 방식보다 스토리텔링 방식이 흥미와 감동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구어(口語)를 벗어나 수많은 전달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해 남들과 다른 고유의 특색을 가질 수 있다.


걸음마 단계인 부산시의 스토리텔링
 

▲ 장성군의 ‘홍길동 테마파크’

부산시는 2012년도에 ‘부산 스토리텔링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스토리텔링 활성화 기반 조성, 스토리가 살아 잇는 문화관광상품 개발, 스토리텔링 홍보 마케팅 강화 등의 4개 분야를비롯해 총 27개의 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후 스토리텔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부산 스토리텔링협의회’도 구성되었다.
 

 한편 이 사업에 대해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 스토리텔링 협의회 대리 이정은씨는 “협의회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산업 개발이라는 목적은 내걸고 학술대회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아쉽게도 학술행사가 기업체 및 공공기관 등의 홍보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협의회에서 실시한 ‘동천학술대회’는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으며 스토리텔링을 학술적으로 연구했다는 데에만 그 의의를 두고 있다. 또한 홍보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정은씨는 “참여한 주민들에게 조사한 결과 스토리텔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홍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고 전했다. 현재 협의회에서 개최한 공모전의 경우 소수의 관심 있는 주민들과 단체들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 부산시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부산시에는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소재가 많다. 이에 대해 ‘가마골향토 역사연구원’의 원장 주영택 향토사학자는 “부산에는 어딜 가나 전설이 없는 곳이 없다”며 “다른 지역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의 이기대, 태종대, 해운대에는 아직까지도 설화와 민담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역사와 관련된 장소도 많다.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어진 동래성, 남포동 용두산 공원의 초량왜관, 6.25전쟁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태어난 안창마을 등 임진왜란 때부터 6.25전쟁을 아우르는 역사의 현장들이 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도 스토리텔링의 하나이다.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이야기를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경상북도는 인기작가인 주호민씨와 같이 경상북도의 설화를 담은 ‘제비원 이야기’를 네이버에서 높은 평점을 받으며 연재 중이다. 또한 위의 경상북도, 부여의 뮤지컬 제작 사례와 같이 연극, 뮤지컬, 판소리 등의 공연문화로 제작하여 지역창작문화의 선도와 현실적인 일자리 창출 및 지역문예회관의 활성화 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이용이 가능해 접근성이 매우 강하다는 이유로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문화교육부터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문화 사업 홍보까지 할 수 있는 수단이다. 대표적인 예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정보 어플리케이션인 ‘놀멍쉬멍’은 제주시의 관광명소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비롯해 관광에 대한 의식주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많은 제주시 방문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가능성이 뒷받침 되어있어도, 새로운 ‘문화산업’를 창출한다는 것은 여전히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여 ‘스토리텔링’ 사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작하는 단계에 머무는 곳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의 많은 전문가와 지역 주민, 그리고 활동적인 대학생들의 다양한 시도와 참여,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민이 사업의 객체가 아닌 자신들의 생각과 노력이 반영되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인 뒷받침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하루빨리 부산이 시끌벅적한 이야기마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주위의 이야깃거리를 찾아보고 ‘스토리텔링’ 사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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