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녕들' 바라보기
[취재수첩] '안녕들' 바라보기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2.26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고려대학교의 주현우(08·경영학과)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면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는 인터넷과 언론을 타고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우리 대학은 이런 열풍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렇게 인터넷을 통해 대자보 열풍에 관심만 가지던 중 선배기자에게 우리 대학에도 대자보가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소를 물어 찾아간 정류장에는 ‘안녕하지 못하다’는 글과 함께 한 장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TV와 컴퓨터의 화면을 거쳐 바라본 ‘안녕들’과는 달리 정류장에 붙어 있던 ‘안녕들’은 선명하게 다가왔다.


 대학생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우리 대학 학우들이 취업이 아닌 다른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기성언론들이 보기에는 달랐던 것 같다.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 ‘대학은  감성의 전당?’ 한 주요일간지의 인터넷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에는 선동, 운동권, 좌파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는 물론 민주노총, 진보신당과 같은 특정 단체의 명칭도 서슴없이 언급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기사들이 학생들의 대자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대자보의 내용을 지적하고 있었다.

 두 달이 지나고 난 뒤 ‘안녕들’에 대한 기사를 썼다. 기사를 준비하며 수많은 대자보를 읽었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즐겁다고 하였고 다른 학생은 이제야 답하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정치부터 자신의 하루일상까지 그 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안녕’이라는 하나의 물음에 학생들은 각자의 생각을 담아 수백 가지 대답을 해주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를 계기로 대학생들이 학점, 스펙, 알바 등 현실적인 일에 치여 속으로만 품고 있던 생각과 의문들을 대자보를 통해 내뱉었다. ‘대학생’, 내가 바라보는 대학생은 학생과 성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특한 위치에 있다. 과외를 할 때는 과외쌤이 되기도 하지만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는 여전히 학생이다. 아직 ‘어른’이라고 불리는 것도 어색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노련하지 않다. 아직 많이 서툴고 틀릴 수도 있다. 이런 대학생들이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려고 한다.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용기를 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