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조금 힘든 길일지라도”
“그 길이 조금 힘든 길일지라도”
  • 유경태 기자
  • 승인 2014.02.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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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사장 윤승구 동문(기관시스템공학부 89학번

한 테이블에 두 명의 남자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몇 시간째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며 서로의 생각을 읽기 위해 머릿속으로 엄청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들 앞에는 바둑판 대신 종이 그리고 만년필이 놓여있다. 만약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게임은 끝나고 만다. 작은 실수 하나도 테이블 안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극도의 긴장감에 연신 마른 침을 삼킬 것이다. 티비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화려하고 멋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과 실패들을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작은 테이블 안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윤승구 동문을 만나보았다. 그는 현재 대우조선해양(DSME)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윤 동문은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조선업계 영업이라 할 수 있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조건의 선박 또는 해양플랜트 등의 제품을 고객들로부터 주문받는 일이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조선업계 특성상 주 고객들이 대부분 외국선사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큰 조선소들은 해외지사를 두고 있다.

비즈니스의 꽃, 영업의 길에 들어서다
윤 동문은 2012년 10월에 말레이시아로 발령을 받고, 그곳에서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이전에 그는 영국에서 3년간 런던지사로 근무했다. 그의 직업 특성상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고충이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 그는 세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는 "각 나라마다 인종, 문화, 종교가 다르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서유럽과 동유럽은 많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협상 테이블 안에서는 고객 자신들도 지역색깔을 버리고 통상적인 비즈니스 예절을 따르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알아듣기 힘든 영어악센트 속에서도 매끄럽게 협상을 이끌어 내는'센스' 즉 '순발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순발력은 어느 정도 타고난 것이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그는 초반에 상관으로부터 황당한 지시를 많이 받았다. 또 그는 "어느 날은 갑자기 당장 다음날 계약 때문에 해외출장을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리고 힘든 계약상황에 투입되어 협상을 이끌어 가야하는 상황이 자주 주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일들이 회사차원에서 순발력을 기르기 위한 일련의 한 훈련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처음 그가 책임을 지고 고객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해외바이어와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한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시종일관 자연스레 대화를 리드해 간다. 몇 시간이 흐르고 해외바이어는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하지만 윤 동문의 당시모습은 이렇게 아름답지 못했다. 그날에 윤 동문은 극심한 긴장감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바지가 땀으로 흥건히 적셨다. 그렇게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오게 되었다.

부담감, 상실감 그리고 즐거움
75억불, 한화로 약 7조 5000억 원이다. 이 엄청난 금액은 그가 일하는 동안 성사시킨 가장 큰 계약금액이다. 사실 이런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서는 회사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 그런 큰 계약의 총 책임을 맡고 진행하게 될 사람은 말할 수 없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프로젝트를 따기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고객과의 미팅이 없는 날에는 그는 더 바쁜 생활을 한다. 그는 "이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세계지도가 머릿속에 자리 잡혀있어야 한다. 기름이 어디서 나고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파악해야 하고, 현재의 세계 경제상황이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실전에서는 계약서 작성에 필요한 회계와 법 공부가 필수적으로 뒷받침 되야한다. 그는 "만약 일이 편하고 쉬운 길을 원하는 이에게는 이 분야는 추천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극심한 압박감과 계약실패 이후에 찾아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해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는 "영업을 하다보면 성공과 실패가 늘 따라오기 마련이다. 실패할 때 찾아오는 그 상실감은이루 말하지 못한다.쉽게 예를 들어 소개팅을 나가서 내가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구애를 했는데 거절당할때의 상실감에 비해 족히 100배 1000배 정도다"며웃음지어 보였다. 그는 지금껏 수많은 구애를 해왔다. 그리고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다. 그는 구애를 하더라도 양보 할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회사에 잠재적인 리스크를 가져오는 부분에 있어 그는 한 치에 양보도 없다. 윤 동문은 "Risk는 Danger하고 다르다. 이미 파악된 리스크는 더 이상리스크가 아니다. 리스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것이다"며 "협상 때 계약서의있는 모든 문구를 철저히 검토한다.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조사 하나 하나 잘못 들어간게 없을까 살피고 또 살핀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계약 문구에'시간은 중요하다'라는 작은 문구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건 단순하게 보자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의 짧은 문장 하나로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가져올 수있다"고 그는 말한다. 만약 배의 건조과정가 지연되거나 제 날짜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고객은 '계약서'를 빌미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계약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 계약마다 큰 부담감이 밀려오지만 계약 성사 이후 서명을 하는 그때의 강렬한 환희 때문에 그가 아직도 이 분야에서 남아있는 이유이다. 치열하지만 그는 즐겁고 재밌다.

아버지의 꿈 그리고 자신의 꿈
그가 우리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아주 평범하다. 일반선원이었던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배에서 지위가 높은 사관이 되길 바라셨다. 대학입학 시기에 마땅히 꿈꾸는 것이 없었던 그는 아버지의 꿈을 따랐다. 그러나 입학과 동시에 그는 해사대의 고된 생활에 적지 않은 후회를 했다. 그렇지만포기하지 않았다. 윤 동문은 "1년, 2년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생활에 적응하고 무뎌져 가는나를 보았다. 그러던 중에 승선실습때 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았다"며 당시를회상했다. 넓은 바다위에서 80일간의 승선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앞으로 배를 타는 일이 자기가 살아가야할 삶의 방향과 과연 일치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배 타는 일 대신에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의무승선 대신 ROTC에 지원을 했다. 미래가 보이는 길 대신 미지의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사실 ROTC를 지원하고 너무 막막했다. 그 당시 나는 '한번 가보자 젊은데 한두 번의 시행착오는 괜찮아'라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지금껏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가 있을때면 그는 쉬운 길보다 오히려 어려운 길을 택했다. 윤 동문은 20대 젊은 시절에 넘치는 에너지를 어렵고 힘든 길에 쏟아 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1995년 제대이후 윤 동문은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에 입사를 한다. "1995년 당시는 한국경제사정이 좋아 운 좋게도 지원하는 기업 모두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 중 대우조선과 부산에 새로 생긴 삼성자동차를 두고 고민을 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대학선배들이 주로 진출해있는 설계, 품질파트가 아닌'영업'부서로 발령이 나서 갈등을 했었다"며 말했다. 그는 고민 끝에 또다시 '미지의 길'을 택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배움에는 헛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대학학교시절 전공과목을 배우면서도 '이 전공지식이 내 인생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배움은 인생에 어느 시점에 가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선택한 길에 있어서 주저하지 말고 최선을다하라고 그는 강조했다. 자기가 걸어온 길을,  자기가 걸어갈 길에 대해 두려워할 시간에 더욱 더 신명나게 즐겁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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