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는 되풀이되지만 안전관리는 멈췄다
참사는 되풀이되지만 안전관리는 멈췄다
  • 서제민 기자
  • 승인 2014.05.20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장은 첫 배를 탔다

▲세월호 도면

_ 세월호 사고 당시, 최초 신고시각인 오전 8시 56분부터 9시 28분까지 선내에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라”는 안내방송이 계속되었다. 오전 10시 15분 최초로 대피방송이 통보되었으며, 10시 25분 세월호의 선체는 90도 이상 기울었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대응은 무능했다. 세월호로부터 신고를 받은 해경은 승객을 대피시키고 구명보트를 내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갑판부, 기관부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9시 46분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 전까지 마땅한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선내방송이 ‘대기하라’로 일관되는 동안 선박직 직원들은 탈출 준비를 마쳤다.


21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안전관리

▲설명 중인 공길영 교수

_ 1993년 10월 10일, 여객선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으로 292명이 사망했다. 당시 페리호의 침몰원인으로 승선인원 초과, 복원성 문제가 지적되었다. 2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도 같은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세월호는 선령이 20년된 선박이었으며, 여객수와 화물적재량을 늘리기 위하여 상부구조물을 증축하였다. 이처럼 세월호의 안전관리 부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 안전관리와 관련된 단체에 대한 문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선박 안전관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해양경찰, 한국선급, 해양수산부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몇몇 매체에서 인터뷰를 한 우리대학 공길영(항해학부)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네 단체의 모호한 관계
_ 기본적인 문제는 선박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복원성에 대한 보고서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인 한국선급이 작성한다”며 “그런데 이 보고서를 청해진해운이 운항관리규정을 작성할 때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이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이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으며,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운항관리규정을 제출 받은 해양수산부도 수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

 또한 선박이 출발하기 전 안전검사를 하는 곳은 운항관리실인데 이 단체는 선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해운조합의 부속기관이다. 현재 해양경찰은 직접적으로 선박을 관리감독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역할을 수행하는 운항관리실을 지도·감독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현재 운항관리실의 중간간부로는 해양경찰 출신, 이사장으로는해양수산부 차관 출신이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해양사고, 줄어드는 처벌·징계


_ 다음으로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처벌문제이다. 지난 4년간 해양사고는 연간 500에서 700건으로 늘었는데 비해 징계는 0건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해양사고 처벌의 경우 법원이 해양심판원의 도움을 얻어 판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해양심판원은 해양수산부 산하에 있는 조직이며 해양심판원장 역시 해양수산부의 공무원이다”며 “자연스럽게 처벌수위가 높아질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공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 “해양수산부나 해양경찰에 해양안전에 관한 전문기술관들이 있어야 한다”며 “또한 법 개정을 통해 각자의 역할·책임이 확실히 규정되는 책임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얘기를 듣다
_ 세월호 참사와 관련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의 경험을 듣고 싶었다. 현재 A선사의 안전품질부서에서 6년째 근무 중인 이부민(가명) 씨는 승선경험과 여객선의 안전관리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그가 속한 안전품질부서는 안전과 관련된 국제적인 협약·법규를 선박에서 준수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Q.이번 참사에서 과적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실제 상선은 과적단속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A.과적단속의 경우 화물량을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선박이 항구에 접안할 때 표면에 표시된 눈금을 통해 얼마나 잠겼는지 확인한다. 이후, 화물의 하역이 끝나면 다시 눈금을 확인하여 선박에 실리거나 내린 화물량을 파악한다. 상선은 이런 단속이 철저하지만 이번 세월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객선들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Q.선원들의 안전교육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재난에 대비한 안전훈련은 자주하고 있는지?
A.상선이나 여객선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법정훈련이 정해져 있다. 상선은 소화퇴선 훈련을 한 달에 한 번씩 한다. 또 예전에 여객선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승무원대피 훈련과 같은 안전훈련을 진행 했었다. 하지만 여객선은 이러한 안전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 수 있다. 여객선의 특성상 운항을 계속해야 하며, 짐을 내리고 올리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원들의 휴식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훈련이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안전훈련을 방송으로 대체하거나 약식으로 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Q.마지막으로 승선경험도 있고 현재 선박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해줄 말을 없는지?
A.근본적인 문제는 장기적인 해운불황으로 인해 설비와 선원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점이다. 상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어서 선박의 시설이나 선원의 임금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여객선은 상대적으로 수익성 낮기 때문에 자연히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선사들의 근시안적인 생각보다 앞을 내다보는 투자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