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섬 꼭대기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대학 섬 꼭대기엔 무엇이 있을까?
  • 이윤성 기자
  • 승인 2015.04.13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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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보이지 않는 얼굴’, 부산해상교통관제센터

 우리대학이 위치한 아치섬에는 다들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가 있다. 바로 캠퍼스 내 갈매기산 꼭대기에 자리한 부산해상교통관제센터(부산VTS)가 그 주인공이다. 한번쯤은 궁금했으나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던 ‘언덕 위의 하얀 집’, 부산VTS를 소개한다.

▸ 저긴 뭐하는 곳?
 대학에 첫 발을 들인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캠퍼스 구석구석을 누빈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벚꽃이 만개한 중앙광장부터 동기들이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치해변은 이미 학내 유명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매일 등교하는 학내에 VTS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인수(해양생명과학부·15) 학생은 “사실 궁금하긴 했지만 출입제한구역이라고 들어 못 가봤다”며 “우리대학 안에 VTS 같은 중요한 기관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한 정성엽(전자전기정보공학부·15) 학생은 “지금까지 등대인 줄 알았다”며 신기해했다.

▲ 학내에서 바라온 부산VTS의 모습

▸ 항로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
 부산VTS는 주로 북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의 통행을 관리하며, 항행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6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1항만으로 그 규모만큼이나 통항 선박 수가 많다. 부산VTS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영정 주임은 “우리 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하루 선박 통항량만 660여건에 이른다”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들이 3교대로 관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제에 임하고 있는 관제사

  부산VTS는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해당하는 756km2의 광활한 구역을 관제한다. VTS에서는 이 구역을 1섹터부터 3섹터까지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는 300톤 이상의 선박과 선박길이 45m 이상의 어선은 모두 관제 대상으로, 대상 선박들은 의무적으로 관제통신을 청취해야 하며, 일정 해역 내에서 항로와 속력을 제한받는다.

 한편 관제구역 내에서 아찔한 상황이 펼쳐진 일도 있었다. 이 주임은 “두 선박의 닻이 서로 엉킨 상태로 출발하려 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적이 있다”며 “발 빠른 교신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개가 많이 끼는 날은 특히 교신에 신경을 써야한다. 가시거리가 짧아 순식간에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산VTS는 육로처럼 길이 없는 바닷길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부산항 사고 통계를 보면 2010년 11건에 이르던 사고 건 수는 14년 6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 모스부호에서 VHF까지
 하윤주 센터장은 부산VTS의 산 증인이다. 센터가 98년 아치섬에 처음 자리를 잡을 때부터 이곳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하 센터장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기자도 익숙하게 들어봤을 모스부호를 이용해 통신을 했었다”며 “요즘 VHF(초단파)대 전파를 통해 통신하는 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VTS는 62년 교통부 산하 부산지방해운국 항무통신팀을 모체로 하여, 04년 지금의 명칭인 ‘해상교통관제센터’가 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상통신의 발달과 함께 관제시스템이 자동화, 첨단화되고 있다.

▲ 부산VTS의 자동관제시스템

▸ 바다의 ‘보이지 않는 얼굴’
하 센터장은 VTS가 바다의 ‘보이지 않는 얼굴’이라 말한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많은 국내외 선박들이 우리나라를 마주하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VTS의 역할인 셈이다. “더 친절하게 선박교신에 임하는 것이 국익을 생각하는 것이다”는 하 센터장의 말에선 그 만의 자부심 역시 느껴졌다.
 또한 세월호 사고 이후 VTS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 센터장은 “VTS의 역할은 선박 사고를 최소화하는데 있다”며 “과정 상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잘못을 VTS만의 탓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고생하는 VTS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있지 않았다. 하 센터장은 평일과 주말도 따로 없이 제대로 연애도 못하는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산VTS에 근무하는 인원은 24명으로 업무량에 비해 그 수가 부족하다. 업무가 많은 건 아닌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주임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멋쩍은 미소로 대답했다. 바다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바다의 보이지 않는 얼굴일 것이다.

▲ 설명을 듣는 기자

VTS란?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Center)를 말한다. VTS는 도로가 존재하는 육로와 달리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항만 또는 연안 해역에서 항공에서의 관제탑처럼 해상교통 안전을 관리한다. 최근 세월호 사고에서 진도 연안VTS가 이슈화되면서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trueys5@kmou.ac.kr
이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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