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골목길에는 동백꽃이 핀다
부산 골목길에는 동백꽃이 핀다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5.04.14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백꽃을 단 스토리텔러 이야기 할배할매가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를 안내해 드립니다.’ 부산관광공사에서 시행하는 ‘부산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의 문구이다. 우리는 부산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우리대학이 위치한 영도구와 남포동 및 부산역 일대의 골목길 곳곳을 누비며 이야기 할배할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부산’이 새롭게 다가온다.

 

굳세어라 금순아
  영도경찰서 앞에 현인노래비를 본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가사를 읽어본 적은 있는가? 모르는 학우를 위해 기자가 한 곡조 뽑아보겠다 흠흠.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메었던가…(후략)”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를 들어보면 도대체 왜 이런 구슬픈 노래가 이곳에 울리는가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영도대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기자가 선택한 골목투어 중 ‘영도다리를 건너다’ 코스의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여기이다.
 우리학교에서 135번등의 버스를 타면 가끔 방송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영도대교 도개행사로 인하여 12시부터 15분간 교통통제를 하니 시민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 방송에서 얘기하는 15분간의 영도대교 도개행사를 보기위해 영도다리 밑

영도대교를 설명중인 이야기 할매
으로 내려갔더니 이미 수많은 관광객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개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동백꽃을 단 이미제(기장군, 64) 할매는 “영도다리 밑에 있는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과 이미 헐어버린 건물의 터가 영도대교의 아픔을 담고 있다”며 “영화 국제시장에 나왔듯이 한국전쟁으로 피난을 온 실향민들이 부산으로 몰리면서 영도대교 이곳은 혹독한 삶과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람들로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고 근대역사의 현장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여기 온 사람들은 잃어버린 가족과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살아는 있는지 할배들에게 점을 보곤 했다.

 

깡깡이길을 가자
 영도대교에서 수리조선소길을 가려면 1700M를 걸어야한다. 여기서 한숨을 내쉬는 학우가 있지는 않은가? 1700미터가 두려운 해양대인이 있는가? 방파제길 3번 걸으면 된다. 게다가 이 길은 가는 곳곳에 아주 재밌는 것들이 많다. 우선 영도대교를 건너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있는 가로등이 모두 영도대교를 만들 때 만들어진 가로등을 복원한 거라고 하니 가로등에게도 허리 굽혀 인사해야할 것 같다. 영도대교를 다 걸으면 영도경찰서 벽면에 여러 가지 작품이 걸려있다. 흑백사진으로 옛 영도의 사진들과 입체적인 작품으로 옛날 모습을 재밌게 재현했다. 지금 롯데백화점이 들어서있는 곳의 모습, 절영마의 모습, 영도대교에서 얘기했던 실제 점집들의 사진 등 흥미로운 것이 많이 걸려있다. 특히 여기 걸려있는 작품들의 대부분의 현재모습을 우리가 직접 보러간다고 생각하면 가는 길이 더 기대된다. 영도경찰서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수많은 배들과 고물들이 쌓여있다. 모르고 지나가면 폐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할매의 말을 들어보면 “녹슬고 커다란 이 부품들이 지금도 쓸 수 있는 배의 부속품”이라고 한다.
 수많은 배들 사이로 자갈치 시장과 영도를 오가던 뱃길의 선착장을 마주했다. 다리가 놓이기 이전 ‘도선’이라는 배를 타고 영도를 오갈 수 있었는데 2007년까지도 운행되었다고 한다. 이 뱃길은 관광 상품으로 다시 운행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깡깡아지매와 깡깡할매 계시나요?
 수리조선소길에는 조선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인트며, 부품이며, 엔진이며 배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여기 있다. 즉 수리조선소길은 선박부품업체와 선박수리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기자가 취재를 간 날이 주말이었지만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이 조금씩 눈에 보였다. 사진과 같이 수리가 필요한 배를 육지에 올려다놓고 사람이 기계를 가지고 수리한다. 지금과 달리 옛날만 해도 녹을 벗기는 것은 사람이 직접 했다고 한다. 배와 사람을 연결해서 위에서부터 줄을 타고 내려와 망치 같은 것으로 녹을 깡깡하고 치면 녹과 불순물이 떨어져 배가 깨끗해졌다. 이러한 일은 주로 부산아지매와 일부 할매가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깡깡아지매와 깡깡할매라는 말이 생기고 수리조선소는 깡깡이길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할배는 “지금은 기계가 더 깔끔하게 녹을 떼서 깡깡할매도 깡깡아지매도 없다”고 말하며 “그 시절에는 돈도 많이 못 받는 일이라 그분들이 정말 고되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 결코 작지는 않은 규모의 수리조선소길을 다 둘러보았다면 이제 걸음을 더 재촉해보자!

배를 정박하고 수리중인 수리조선소의 전경

 

부산에서 3번째로 큰 시장이 어디?
 부산에는 수많은 시장이 있다. 그 중 3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남항시장이다. 할매의 말을 들어보면 남항시장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사람들이 영도에 몰리면서 골목길 사이사이로 자연스럽게 생긴 시장이다”고 한다. 길게는 80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역사도 깊은 시장이다. 남항시장은 커다란 시장인 만큼 볼거리가 참 많았다. 2시간 투어이기 때문에 조금 촉박하게 둘러 본 것이 지금생각하기에는 아쉽다. 유명한 국제시장, 깡통시장은 많이 가봤을 테니 만약 시장 먹을거리를 원한다면 남항시장에 한번 가볼 것을 권해본다. 구경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봉래시장 왈(曰) “내안에 옛날국수, 삼진어묵있다.”
 봉래산이란 영주산, 방장산과 함께 바다건너에 위치한 삼신산중 하나로 선인이 살며 불로불사의 약이 있다는 전설 속 신비의 산이다. 그리고 그 아래, 투어의 4번째 목적지 봉래시장이 위치한다. 하지만 지금의 봉래시장은 원치 않게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봉래시장을 가보면 인근에 있는 남항시장에 비해서 상당히 규모가 작은 편인데 부산대교 공사로 인해 도로가 생기면서 시장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봉래시장에는 유명인사가 둘이나 있다. 첫째로 ‘옛날국수’라는 가게인데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국수를 직접 뽑는 모습을 보여주고 옛날 방식 그대로 국수를 만든다. 다른 국수집에서는 기계로 국수를 말리는 반면에 여기서는 국수 가락을 자연 상태(햇빛과 바람)에서 말린다. 그렇게 해야 면발이 쫄깃하고 요리해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 국수를 말릴 때는 국수건조대에 국수를 걸어놓고는 숙성에 하루, 건조에 하루 이렇게 이틀 이상 건조를 시켜야한다. 기술의 발전에도 아직 그 방식을 고집하며 그 고집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두 번째 유명인사는 삼진어묵이다. 부산역에만 가더라도 사람들이 길게 서있는 줄을 볼 수 있다. 부산역점은 삼진어묵의 많은 체인점중 하나로 본점은 바로 봉래동 봉래시장에 있다. 본점은 1층이 베이커리 2층이 전시관 그리고 옆 건물에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여 편의를 제공했지만 사람이 정말 많아서 움직이기도 힘들고 정말 붐볐다. 어묵대박신화를 만들어낸 삼진어묵은 1953년 66㎡ 남짓한 봉래시장 판잣집에서 시작되어 벌써 3대째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할배의 이야기로는 “1대께서 일본인에게 어묵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해방이 된 이후에 다시 일본으로 가서 공장에 들어가 어묵기술을 더 연마한 후 한국에 돌아와 차렸다”고 한다. 그리고 2대와 3대 삼진어묵 사장이 그 규모를 크게 만들어서 지금의 삼진어묵이 되었다고 한다. 기자도 기념으로 몇 개 사먹었지만 어묵이 탱글탱글하니 맛있다. 아직 못 먹어본 학우는 약올라하지 마시고 어서 방문해 보길 권한다.

 

부산의 새로운 명물, 삼진어묵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이라 하였다. 넌 어디까지 보이니?
 지즉위진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의미이다. 남포동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길. 항상 보았던 영도대교, 영도경찰서, 바닷가에 정박되어있는 배들이 그냥 다리, 경찰서, 배가 아니라 이제는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느낌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산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 4가지 코스 중에서 1개를 가봤을 뿐인데 이곳을 보는 눈이 더 뜨인 것 같다. 해양대 학우들도 이 기사를 읽고 남포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 창밖을 본다면 전에 보이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다.
 이 기사가 너무 생생해 ‘영도다리를 건너다’ 코스 말고 다른 골목길을 가고 싶다면 ‘용두산을 올라 부산포를 보다’, ‘이바구길을 걷다’, ‘꽃분이네와 함께하는 국제시장 촬영지 무료투어’ 코스가 마련되어있으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코스로 다녀온다면 좋을 것 같다. 가난한 대학생이라고? 그렇다면 더욱 이 투어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 골목길 투어는 모든 코스가 무료로 2015년 7월 4일까지 수시투어와 정기투어 두개로 나뉘어 진행된다. 평일에 10명 이상 신청한다면 수시투어로 다녀올 수 있고 주말에 5명 이상이 된다면 정기투어로 어느 코스든 둘러볼 수 있다.

 

김태훈 기자
wanx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