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잘 된 일이다 - 아치골 함성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잘 된 일이다 - 아치골 함성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5.06.08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나 어제 밤 술자리를 후회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별 의미없는 자리에 시간을 썼다 던지, 돈을 많이 썼다 던지, 말실수를 했다 던지,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는 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지인들과의 사이를 더 돈독히 하거나 내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자각을 하면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아닐까?

 나는 13학번으로 1학년을 마친 뒤 14년도 3월 24일에 입대했다. 복무기간 21개월이 지난 15년 12월 23일에 전역 예정이었지만 그보다 빠른 올해 3월 24일에 전역하였다. 보통사람들이 의가사로 착각하는 의병전역을 하였는데 이 둘의 차이점은 의가사는 집안사정으로 일찍 전역하는 경우이고 의병전역은 업무수행에 어렵다고 판단 돼 일찍 전역하는 것이다. 입대하고 6개월이 지난 14년 9월 27일 나는 내가 근무 중이던 대청도에서 나를 포함한 8명과 함께 닷지트럭(군용트럭)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운전병이 과속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커브를 돌 때면 커브 쪽 사람의 엉덩이가 허공에 들리는 정도였다. 운전병은 속도를 줄이라는 다른 병사들의 말도 잘 듣지 못했는지 과속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내가 타고있던 닷지트럭은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커브구간에서 가드레일을 받아 뒤집히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여기저기 신음소리가 들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동료들이 보였고 내 왼팔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우두둑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감각이 없는 느낌도 들었다. 순간 든 생각은, “아 이렇게 팔이 불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참담한 상황이 조금 지난 후에야 구조팀에 의해 구조가 되었다. 구조된 지 이틀이 지나서야 군 병원의 군의관에게 제대로 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얼굴부터 몸 곳곳의 각종 타박상과 오른발이 쩔뚝거리는 문제도 있었지만 제일 심각한건 왼팔 상완골이 세 조각으로 부러진 것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절부위가 척골신경 바로 위라 신경손상의 위험까지 있다고 하였다. 

정말 절망적이었다. 군대에서 다치면 서럽다는 말이 생각났고 무엇보다 내 과실 때문에 다친 게 아니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사고 이후 병원에서 수술도 받았지만 현재 나는 왼팔에 한 뼘 정도 되는 커다란 흉터와 4, 5 번째 손가락 부근 감각 손실과 근육 수축으로 힘이 잘 안 들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태로 군병원에서 보내는 생활은 너무나 우울하고 괴로웠다. 혹자들은 병원에서 아무것도 안하는데 편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왼팔을 못 쓰는 상태에서의 불편한 생활과 앞서 말한 나의 상태는 나를 공황상태로 만들었다. 하루하루가 의욕이 없었고 밥 먹고 자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보니 밤에 잠도 안 오게 되었고 불면증 증세까지 나타났었다.
 그렇게 폐인처럼 생활을 하던 중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득 어디서 들은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잘된 일이다”라는 말이 생각났고 이 말은 나를 구제하였다. 생각 하나하나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는데 그래 이미 다 벌어진 일 뭐 어쩌겠어? 라고 생각했고 스스로 조금씩 위안을 해나갔다. 예를 들어 왼팔에 한뼘짜리 흉터, ‘그래 뭐 이 정도면 멋있네’ 라고 생각을 하거나 폐인인 상태에서 벗어나 내가 병원생활 덕분에 책 읽을 기회가 늘었다며 그때부터 엄청 다독을 하기 시작했다. 사소하게 긍정의 변화가 일어날 쯤에 나는 갑작스레 군병원에서 의병전역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드문 신경과 근력수축 문제라 군의관이 바로 결정을 안 하다 뒤늦게 신체 급수 조항을 찾아보고 결정을 한 것이었다. 떳떳한 만기전역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전역해 민간병원에서의 진료와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빨리 전역 해 1년 빨리 복학을 하여 현재 재학 중이다. 막 전역을 하였을 때만 해도 건강한 만기전역이 낫나 아니면 이렇게 다치고 1년을 번 게 낫나 라는 고민도 하였지만 앞서 말한 “이미 일어난 일은 잘된 일이다”라는 말처럼 나는 내 인생에서 모두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휴학한 상태로 다른 공부나 여행을 생각해봤지만 나는 조기복학을 하였고 나는 이번에 복학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너무나 큰 것을 얻었다. 현재 1학기가 끝나가는 무렵 돌이켜보면 다 잘되었다.
 누구나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 계획이 자의든 타의든 망가졌을 때 절망하지 마라. 이미 계획이 망가진 건 후회해봐야 지나간 일이고 계획대로 된 것보다 되지 않은 게 더 잘된 일 일지 모른다. 나는 내 왼팔 흉터와 손가락 감각 없는 것과 힘 안 들어가는 것 보다 2015년 사회에서 나의 생활과 복학생활, 인연 그리고 내 새로운 인생을 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면 이건 잘된 일이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