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회계는 빛 좋은 개살구?
대학회계는 빛 좋은 개살구?
  • 김하진 기자
  • 승인 2015.06.0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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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회계’는 지난 3월, 국·공립대학 회계 및 재정 운용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이런 빛나는 시작과는 달리,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재정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대학회계, 진정한 대학의 자율성 부여인가?


우리대학 재정위원회 구성 현재까지 논의된 것 없어
 
  지난 3월,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국가 지원금과 대학 자체 수입금을 통합 운영하는 독립된 회계제도인 ‘대학회계’가 신설됐다. 대학회계가 시작 된지도 어느덧 3개월, 그러나 그 근거가 될 교육부령(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 규정)은 아직까지 재입법 예고중이다.
  종전의 기성회계는 기성회 이사회에서 예산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학회계가 시행됨에 따라 국립대학은 반드시 ‘재정위원회’를 통해 대학 재정 운영의 주요 사항을 결정해야한다. 국립대 회계법에 따라 재정위원회는 당연직 위원과 일반직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11~15명 내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일반직 위원은 교원·직원·재학생으로 구성되며 각각 2명이상 포함되어야한다. 또한 대학은 재정위원회를 통해 예산·결산 내역이 확정되면, 1개월 이내에 대학신문과 홈페이지에 공개할 의무가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재정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재정과 박영구 팀장은 “교육부령이 제정되어야 구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교육부령이 제정되면 학교 자체 재정위원회 운영지침 안을 만들어 각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확정지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국립대인 부산대학교와 경북대학교의 경우 대학본부와 각 대표기구(교수·직원·학생)간 의견조율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남은 차액금은 어디로?

  지난 3월 국립대 회계법이 통과됐지만, 국회의 늦은 법안 처리로 대학들의 준비는 미흡했다. 따라서 우리대학은 잠정적으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하는 준예산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즉, 준예산은 ‘국립대 회계법’의 통과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작년 말 편성된 잠정적인 예산안이다. 이는 14년도 예산 약 217억을 기준으로, 올해 준예산은 199억 4천만원으로 산정되었다. 그러나 결국 국립대 회계법이 통과되고, 우리대학은 실제로 등록금으로 납부된 약 210억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준예산과의 차액이 약 11억 정도 발생하게 되는데, 차액금 사용방법에 대해 재정과 박 팀장은 “장학금으로 대부분 사용하고, 남는 금액은 재정위원회를 통해 재편성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대학의 각 항목별 예산규모는 약 25% 감축되었다. 그 중 학생자치활동 지원예산 역시 작년에 비해 15% 삭감되어 편성되었다. 이에 총학생회 이정렬 회장은 “예산이 삭감된 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재정위원회에서 예산을 재편성할 때 상황을 고려한 뒤 요구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알 수 없는 국가지원금, 결국 피해는 우리의 몫  
 

  국립대 회계법 4조에는 제 2항 ‘국가는 종전의 각 국립대학의 예산, 고등교육예산 규모 및 그 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인건비, 경상적 경비, 시설확충비 등 국립대학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각각 총액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제 3항 ’국가는 제2항에 따라 각 국립대학에 지원하는 지원금의 총액을 매년 확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이 있다.
  이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언뜻 정부의 재정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나, 실상 지원금 확대는 ‘노력’하는 선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위 조항들은 대학회계가 시행되면서 경우에 따라 국립대학 재정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립대 회계법'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부산교대 총학생회

① 학생복지 축소될 가능성

  이러한 상황 속, 대학은 긴축재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대학 재정과 박영구 팀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수입은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기본경비까지 상승해 학교 재정을 꾸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허세지(국제무역경제학부․15)학생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축소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학생들의 복지 축소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②등록금 인상될 가능성 
 
  이렇듯 정부의 국립대학 재정지원금액(국가지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등록금이 인상될 가능성’이다. 국립대학에 지원되는 국고가 부족할 경우, 대학들은 학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올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 재정과 박 팀장은 “재정 운영 어려움으로 인해 등록금 인상을 하면 좋겠지만, 사회통념상 현재 등록금 인상을 하기엔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대학은 2012년 등록금이 7% 인하된 후, 현재까지 동결상태다.


정부는 대학회계 신설을 국·공립대학 회계 및 재정 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립대 회계법의 도입 목적이 ‘국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줄이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학회계 도입으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면, 국립대에 대한 충분한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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