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러분, 변함없이 안녕들 하십니까?
[취재수첩] 여러분, 변함없이 안녕들 하십니까?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5.06.0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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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오피니언_취재수첩

 

 

  작년 초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회문제에 나몰라라 방관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물음을 던진 고려대의 첫 대자보를 시작으로 전국은 그야말로 안녕들의 향연이었다. 그 후 1년보다 긴 시간이 흘렀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진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대학생인가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져본다.


  처음 대자보가 붙었을 때만 해도 나는 아직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에 취해있었다. 하지만 그 열기는 불과 일 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제 속에, 취업 준비에 파묻혀 사는 우리네 청년들에게는 과연 먼 일이기만 한 것일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우리들의 열악한 세상살이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에 앞장서는 청년들도 아직 있다는 걸 취재를 통해 느꼈다. 그 사람들도 학생이고 성적과 취업이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 현실의 안일함 속에 산 것은 아닐까. 대학생이라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 물음에 한번 쯤 진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부터가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부정부패 앞에 나설 수 있는지, 눈앞에 드러난 치부를 눈 가리고 아웅 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고민해 볼 생각이다. 진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순적인 것들은 많았다.

 

  사람들은 모두 부조리는 나쁜 거라고,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그 부조리에 순응해 간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안녕한 삶인지도 모르겠다. 학내 커뮤니티를 보면 조직 내의 부조리한 일을 왜 공개적인 곳에 올려 망신을 시키냐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왜, 도저히. 이 부조리를 들추어내고 바로잡는 일이 망신이고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부끄럽다던 그 분, 밤에 발 닦고 주무실 때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어느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일지 말이다.

 

아직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지 못한 미성숙한 청춘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물음을 던져본다.

 

여러분, 변함없이 안녕들하십니까? 하고...

 

 

 

김효진 기자
hj_wow_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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