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가는 독립영화와 일어나는 새 바람
쓰러져 가는 독립영화와 일어나는 새 바람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5.10.08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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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거대 자본으로 제작된 상영영화에서 당대의 결핍과 갈증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관객의 요구를 투영하고 친절한 내용전개, 재미요소와 쉬운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영영화들은 하나의 친근한 문화생활로 자리 잡았다.
 반면 자본에게서 분리된 독립영화들은 대중들의 요구를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들은 작가의 독립적인 색깔과 개성, 관객의 요구에 빗나간 소재들로 다소 불친절하게 찾아오곤 한다. 원하는 장르의 독립영화를 찾는다 해도 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다양성 짙은 영화들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큰 매력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독립영화의 한 젊은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순수 '영도' 사람이 구상한 영화 '영도'
 손승웅 감독은 지난 2006년 단편영화 '시원하시죠'로 영화계에 데뷔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진출했다. 이어 2009년 단편영화 '미싱'으로 부산 메이드 인 독립 영화제 우수상, 한일 해협권 영화제 장려상을 수상했다. 손 감독은 새로운 도전으로서 지난 9월 10일 ‘영도’라는 첫 장편 독립영화를 개봉했다. 유영철 살인마를 모티브로 제작된 이 영화는 주인공 ‘영도’가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 속에서 비참한 운명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영도에서 촬영되었으며 2014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오늘 비전 - 섹션’ 부분에 초대되어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손 감독은 영도에서 태어나 아직까지도 영도에서 살아가는 주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겁고 침침한 주제를 가진 영화 ‘영도’를 고향 '영도'와 엮어서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극 중 연쇄살인마의 아들 ‘영도’는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인물이다. 섬의 고립감, 그리고 그림자 영(影)을 쓰는 영도라는 섬이 주인공과 이미지가 맞아떨어져 배경으로 삼게 되었다. 손 감독은 "영도를 배경으로 사용해서 영도의 이미지가 너무 어둡게 보지 않을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받았다"며 "실제로 영도구청의 의장에게 연락이 왔다"고 고백했다. 영도가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는가 하는 우려의 전화였다. 하지만 손 감독은 "영화를 보면 극 중 분위기 때문에 영도가 어두워 보이지만 실상 어둡게만 표현되지 않았다"며 "영도에 다양한 장면을 담기위해 노력한 만큼 영도에 대한 긍정적인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인 손승웅 감독

 

역경 가득한 독립영화가 개봉하기까지
 흔히 독립영화라고 하면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감독의 색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독립자본이란 상대적인 개념으로 흔히 중소규모 미만의 제작사에서 만들어지면 독립영화로 지칭한다. 감독이 직접 사비를 들이거나 주변에 도움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며 이런 경우 '자주제작'이라고 이른다. '영도'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손승웅 감독은 영화제작을 위해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8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구 A.C.F(Asisn Cinema Fund)와 로께 이뤄졌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는 이유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이 직접 판단하고 후원하도록 하는 포털 사이트 '텀블'을 통해서 1000만원의 성금을 받아 후반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손 감독은 "영화가 개봉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셨다"며 "이를 통해 더 멋진 '영도'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화 '영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주인공 '영도'


궁금증에서 시작한 살인자의 아들
영도를 기획하면서 손 감독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가해자의 가족을 옹호하는 것처럼 영화가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반대로 너무 피해자를 감싸는 방향으로 진행 되면 기획된 방향과 달라진다는 생각에 영화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차갑게 만들어졌다. 손 감독은 “가해자의 가족과 피해자의 상처를 들쑤시지는 않을까하는 내재적인 걱정이 영화로는 차가운 시선으로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자나 피해자의 옹호로 볼 것이 아니라 연좌제는 없어졌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혹은 편견 속에 연좌제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사람이 나는 아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계 속에서 쓰러져가는 독립영화 산업
 ‘영도’라는 작품은 손 감독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매년 100개의 영화가 상영관에 걸린다고 가정하면, 그 몇 백배로 많은 단편장편 영화들이 만들어 진다. 손 감독은 "영화제에 초대를 받은 것은 큰 영광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출품되는 단편작품은 1000편에 달한다. 작년 국제영화제에서 '영도'가 상영된 이후 긍정적으로 본 사람이 영화 배급을 제의해 배급사를 꾸려 어렵게 올해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손 감독에게 영도는 시나리오, 기획, 준비를 홀로 계획했던 순수 첫 작품이었고 훌륭한 기적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전국에 상영관이 약 25관뿐이며 상영시간대가 너무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대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밀려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저녁시간대의 상영은 거의 없고 너무 이른 시간이거나 너무 늦은 시간인 상영 시간이 가뜩이나 조촐한 독립영화의 잔치를 더욱 왜소하게 만든다. 손 감독은 “제 목표는 1만 명이지만 지금 현재 누적 관객 수는 약 2000명이다”며 “아마도 영도는 10월 초까지 상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손 감독의 영화 ‘영도’가 앞으로 5배 남은 목표를 다시 기적처럼 이뤄질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영화 촬영중인 손승웅 감독과 스태프들
 


인력이 부족한 영화의 도시 부산?
 손 감독은 "부산에 전문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고급 인력들이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에 부산에 상주하는 인력이 부족하다. 또한 독립영화는 인력을 부산으로 불러와 작업하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해 그마저도 힘들다. 손 감독은 “이런 독립영화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경성대 선후배들이 촬영 스태프로 도와주었다"며 "배우 태인호 또한 바로 위 학번 선배로 영화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열연중인 배우 태인호와 스태프들

독립영화의 흥행요소 '입소문'
 손 감독이 꼽는 독립영화의 흥행요소는 바로 ‘입소문’이다. 흔히 상업영화들은 거대자본으로 TV나 SNS로 홍보를 하고 극장 대다수의 관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반면 독립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개봉을 한다 해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며 보고 싶어도 쉽게 상영관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독립영화는 특히 그 시작이 어렵기 때문에 더 힘들다.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독립영화들!
 최근 손승웅 감독에게 '상업영화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에 거절할까했지만 기회이자 경험이라 생각해 현재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다. 이는 독립영화 감독에서 상업영화 감독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또 다시 '신인감독'의 마음을 되새기고 있다. 손 감독은 “상업영화감독으로서 내가 관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잘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나름의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 감독은 "영화 '영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영도'를 궁금해 하고 알아가길 희망한다"며 "해양대 학생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독립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wanx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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