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서서] A유형 B유형
[강단에 서서] A유형 B유형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5.10.0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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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인 교수_전자전기정보공학부

_ 지금부터 18년 전, 그토록 바라던 교수직을 수행하기 위해 6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이 곳 한국해양대학교로 왔다. 1998년 첫 학기,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강의를 시작하였다. 그 당시 강의에 대한 나의 롤 모델이 있었다. 유학시절 강의를 들으며 매료되었던 미국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교수였다. 1시간 강의에 칠판을 서너 번 씩 지웠다 다시 메우는 열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시험시간은 1초의 추가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칼 같은 교수였다. 그러나 시험 및 리포트는 제출  후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팁을 주어 학생이 완전히 이해할 때 까지 되풀이 하여 풀어 오도록 기다려 주었다.

  해양대학교에서 첫 학기 강의는 나의 롤 모델의 방식을 따라서 진행했다. 몇 주가 지나 첫 과제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1주일의 시간을 주었다. 1주일 후 과제를 수거하여 채점을 시작하였는데 이상하리만큼 문제를 푸는 과정이 비슷비슷했다. 반 정도 채점을 하다가 유형별로 분류해 보니 2종류로 분류가 되었다. 나머지 학생들의 과제도 이 2가지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학생들에게 점수를 차등으로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고민 끝에 표지에 “A유형”, “B유형”이라고 큼직하게 표기하고 전체가 하나의 유형이 아님에 조금의 위안을 가지며, 동시에 학생들이 자신들이 낸 등록금을 이토록 허망하게 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씁쓸함도 느꼈다. 다음 번 수업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틀려도 좋으니 직접 풀 것을 이야기 하면서 대학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것을 얻고 인생을 걸 수 있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분야를 찾기를 당부했다. 그 후로 몇 번의 과제가 더 나갔지만 “A유형”, “B유형”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과연 학생들만의 잘못된 학교생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획일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같은 일을 아무 느낌 없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요즘 사회가 대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4년의 대학생활안에 갖추어야 할 것들로, 지성인으로서 마음의 양식이나 더불어 살아야할 사회인으로서의 자세보다는 직업인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능적인 지식의 습득과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는 방법 등을 익혀 나오길 주문하고 있지 않은가. 학생들은 실패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자신을 연마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기에 묻어가며 학점을 따고, 정보를 공유하며 스펙을 쌓고, 친구를 생각함에 있어 힘들 때 서로 보담아주고 함께 사회를 이끌어 가야할 동반자이기보다는 상대를 내쳐야 자신이 앞서 갈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다하더라도 청춘이지 않은가. 실패도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보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남보다 조금 밑에 있더라도 내가 이루었기에 당당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자존심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춘이기에 초라하지 않고, 어마어마한 꿈을 품어도 탓하는 이 없고, 부족함이 있어도 채울 기회가 있고, 가슴을 활짝 펴고 걸어도 되지 않을까. 더불어 자신의 성실함과 노력에 좀 더 매진하고 그에 걸 맞는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진솔함을 가졌으면 한다. 젊은 날의 당당함과 진솔함은 원하지 않아도 세월 따라 퇴색되기 마련이기에 한 때 열정과 순수함을 품고 대학생활을 지내고 이제 중년이 된 자리에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놓치고 있는 풋풋한 학생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보았다.

  청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빛이 나는 그대들은 인생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중 하나인 ‘대학생활‘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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