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스스로를 인정하고 아껴라
[안녕하세요 교수님!] 스스로를 인정하고 아껴라
  • 정민혜
  • 승인 2015.10.12 0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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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학과 하세봉 교수님

교수님 연구소에 발을 들어서자
여느 도서관처럼 책이 즐비하게 쌓여있었다.
책 속에 거의 파묻혀 계신 교수님
자기 자리에 앉아 연구할 때가 가장 즐거우시다는 하세봉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 하세봉 교수님

Q.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의 학창시절은 어떠셨나요?

-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했던 것 같다. 성적도 평범했다. 남들은 놀면서 공부를 해도 수준을 맞출 수 있지만 나는 놀면서 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해야 보통사람들이 성과를 내는 것처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놀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남들 한번쯤은 다 해봤을 당구, 화투, 카드 해본 적이 없어 할 줄 모른다.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못한 건 아니었다. 대학시절에는 그 당시에 멋이었고 유행이었던 장발머리로 하고 다녔다. 교수님은 “이상하게 그 때는 머리가 짧으면 군인 같아 촌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반항심에 역사학 택했다 ”
- 처음부터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주변에서도 ‘역사로는 밥벌이 못 한다’ 했었다. 그 당시에 약간 춥고 배고프고 남들이 안하는 것을 내가 택해야겠다는 생각에 세상을 거꾸로 가봐야지 해서 일부러 더 역사를 택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어렸을 때 약간 그런 반항심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고 웃으며 말했다. 젊었을 때 기자도 해보고 싶었고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었고 생각이 많아졌다. ‘에이 군대나 가자’ 해서 군대를 갔고 복학하고 나서 ‘역사학을 제대로 한번 파봐야겠다’ 결심하고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약한 체력이 지금의 날 뛰게 해”
_ 취미라기보다는 뛰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마르지 않았고 오히려 통통한 편이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구보를 뛰면 항상 뒤처지기 일보였다. 뒤처지고 싶지 않아 혼자 매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뛰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몸도 가벼워졌고 체력도 늘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아직도 날 뛰게 하고 있다. 평소에 학생들이 밥은 드시고 다니는지 많이 물어본다. 사실 밥을 아주 많이 먹는다. 살을 좀 찌워보려고 밥을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찐다. 교수님은 “이런 말하면 여학생들이 싫어할려나”고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은 “안쓰러울 정도는 아니지 않나? 나는 딱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데”고 전했다. 살이 안찌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매일 뛰어서 그런지 기초대사량이 높아진 것 같다. 살이 찔려면 안 뛰어야 되는데 안 뛰면 몸이 너무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아마 나는 내 몸이 버텨주는 한 계속 달릴 것이다.

“지금 내 자리가 너무 행복해”

_ 50세, 늦은 나이에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교수를 하기 전에는 강사 일을 했고 연구소에서 일하거나 주로 비정규직에서 일했다. 그래서 나는 비정규직의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더욱 깍듯하게 대하려고 하고 더 가까이 하려 한다. 알고 보면 그분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정규직의 교수 분들도 뛰어난 사람들이 있지만 비정규직의 교수 분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비정규직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교수님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취업에 좀 더 근접하게 현실적이게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아버지, 이 책들 좀 버리면 안돼요?”

_ 책 살 돈이 없어가지고 결혼예물을 다 팔았었다. 심지어 결혼반지까지도. 그 당시에는 와이프도 역사학을 전공하여 부경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생활이 버거웠었던 것 같다. 옛날 강사 시절에는 차(마티즈)안에 앉아 강의 준비를 하고 수업 시작 될 시간에 딱 맞춰 강의실에 들어가곤 했었다. 지금 내 연구실에 있는 책들이 강사시절에는 이 책들이 다 집에 있었다. 한 번은 아들이 집에 쌓인 책들을 보고 “아버지 이 책들 좀 버리면 안돼요?”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정말 마음이 착잡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연구실에  앉아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또한 지금 교수생활을 하면서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수님은 “자기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고 전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학생들이 바다를 직접 안아봤으면 좋겠는데..”

_ 먼저 우리대학 학생들이 바다와 가장 밀접하게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바다를 몸으로 떠안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쉽다. 바다에 대해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아니면 혼자서 아치해변에 가서 폰을 잠시 내려놓고 앉아 바닷바람을 직접 뺨으로 느껴보고 바다 소리에 집중해 귀도 기울여 보고 감각으로 바다를 느껴 봤으면 좋겠다.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할 줄 알아야”

_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신만의 장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보기에는 바꿔야할 것들을 잘 살리는 것이다. 우리대학에는 두 가지 측면의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원래 자신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성적인데 수능을 망쳐 이 대학을 다니는 것을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이 있는 반면에 ‘여기라도 들어온 게 어디야’ 하면서 학교생활을 아주 즐기면서 잘 다니는 학생이 있다. 그러나 어느 대학이든 다 똑같다. 연세대 다니는 학생들조차 서울대 못가서 아쉬워하며 방황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

“모두가 리더? 그러면 팔로우는?”

_ 지금 우리사회는 적극적이고 리더쉽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교수님은 “그런데 전부 리더가 되면 팔로우는 누가 하냐?”며 “팔로우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팔로우 역할을 더 잘 할 수가 있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들이 적재적소인 곳이 분명히 있다. 소극적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방향도 있겠지만 그보다 소극적인 학생들의 자질을 전부 극복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 소심함을 장점으로 잘 살리게 하고 싶다.자기의 개성을 항상 극복하고 바꿔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 우리사회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런 특징들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살려야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학생들이 오히려 그런 점을 자기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아끼면 충분히 자기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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