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 떠들썩한 만남이 가득한 집, 잘자리!
동고동락! 떠들썩한 만남이 가득한 집, 잘자리!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5.12.03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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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주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의복, 식품, 주거 공간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주거공간을 가지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집은 곧 돈이 된다. 집을 사기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산다. 생활의 중심에는 언제나 집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집을 사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좌절하기는 이르다. 몇 년 전부터 공유경제라는 이름하의 쉐어하우스가 급격히 증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집이 목표가 되지 않고자 살아가는 이들은 부산에도 정착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쉐어하우스 ‘잘자리’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집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기위해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다. 만인에게 열려있는 집, 만인이 공유하는 집을 꿈꾸는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던 잘자리에서의 하룻밤
 수영구에 둥지를 튼 주거공동체 ‘잘자리’. 비가 쏟아지던 주말 저녁 기자는 하룻밤을 청하고자 '잘자리'를 찾아갔다. 비에 홀딱 젖은 생쥐 꼴의 기자를 보고도 '잘자리' 사람들은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날 저녁은 장기투숙자(이하 장투) 쉐프(신성현·32)가 생활 나눔을 주최해 가정식 영화 ‘화얀연화’를 상영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도착한 기자는 통성명을 할 틈도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가 끝난 뒤 ‘툭’ 불이 켜지고 나서야 거실에 있던 사람들과 통성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룻밤을 청하러 온 단기투숙자(이하 단투) 3명, 장투 2명과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대학부터 잘자리를 찾아 온 이유까지 다양한 주제를 말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집 거실에서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뒤이어 서울에서 찾아온 단투 김기민씨가 찾아오며 이야기는 무르익어갔다. 잘자리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은행 ‘빈고’의 조합원인 그는 “부산의 며칠 일이 생겨 내려왔다”며 “부산의 정착한 빈집이 '잘자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을 청하러 찾아왔다”고 소개했다. 서울의 주거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김기민씨가 대화에 참여하면서 이야기 방향은 점점 주거공동체의 맞춰져 갔다. 이윽고 자정이 지나서야 장투들이 하나 둘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남은 단투들은 서제 한가득 빽빽이 들어선 보드게임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자는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잘자리는 게스츠 하우스(Guests's house)
 잘자리는 게스츠 하우스(Guests's house)이다. 즉 쉐어하우스이자 게스트 하우스가 적절히 섞여있는 모습이다. 쉐어하우스와 같이 장투들은 집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간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로서 매일 찾아오는 단투들을 받아 잠자리를 제공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게스츠 하우스인 잘자리는 기존의 주거공동체와는 다른 특별한 점들을 가진다. 그것은 한마디로 ‘빈집’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빈집’은 비어있는 집으로 언제나 비어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또 들어오더라도 다음 사람을 위해 빈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즉 주인과 손님의 구분이 없는 공유 장소를 지향한다. 따라서 그 어떠한 특정인이 소유할 수 없는 비어있는 집이다. 만약 잘자리에 손님이 찾아온다면 장투들은 기꺼이 자신이 쓰던 방을 양보하거나 함께 사용한다. 잘자리는 손님을 막지 않은 열린 공간으로 이는 내부적으로도 확장된다. 잘자리는 현재 여자방, 남자방, 서재(손님방)로 방이 구분되지만 성별에 맞춰 어디서 잠이 들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잘자리에는 방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장투들은 개인의 방을 소유하지 않고 항상 융통성 있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방안에서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 언제나 시간을 선물한다. 그렇지만 방문을 혼자만의 시간을 마치고 나올 그들을 위해 환한 거실에서 기다려줄 뿐이다.

 

혼자보다 좋다! 함께하는 ‘생활 나눔’
 생활 나눔이란 서로간의 합의 하에 모임을 여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같이 게임을 즐기는 것들 이 모두를 포함한다. 잘자리는 현재 장투 쉐프에 주최로 격주마다 ‘가정식 영화 관람’과 ‘보드게임 모임 달고나’가 열린다. ‘가정식 영화 관람’은 쉐프가 가진 DVD로 거실에 둘러앉아 영화를 보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다. 관람 후에는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설명해주고 영화 자체의 복선과 의미 등을 자유롭게 소통하며 공유한다. 이어 ‘달고나’는 3년간 지속된 언더그라운드 보드게임 모임이다. 개인 소유로 백가지 이상의 보드게임을 소진한 쉐프는 “3년 전부터 보드게임이 좋아 만든 모임”이라며 “집을 잘자리로 옮기며 모임장소도 잘자리로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매주 주말 찾아오는 단투들의 대부분이 달고나를 통해 알게 된 인연”이라고 소개했다.
 주말은 일로 인해 바쁜 장투 오룡택(회사원·28)씨는 청년자립에 관심이 많다. 잘자리가 청년주거공동체인 만큼 청년 자립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모임을 주중에 주최한다. 아직 2번의 모임을 가진 것이 전부지만 잘자리의 공간은 다양한 의미로 활용되는 단편적인 모습이다.

 

타인과 같이 사는 것은 힘들다!?
 많은 청년들은 기숙사, 자취를 하면서 룸메이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의기투합해 서로 배려하리라 다짐하고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주로 집안일을 이유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대다수다. 주거공동체인 잘자리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쉐프는 “집안일을 다른 장투들이 많이 하지 않아 화를 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덧붙여 “주로 요리와 집 청소를 도맡지만 다른 장투들이 너무 일을 미루면 강제로 시킨다”고 설명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의 최근은 서로 합의하에 맡은 바를 충실히 행하지만 다시금 게을러지곤 한다. 단투 김기민씨는 “누군가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불만족한 사람이 결국 하기 마련”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오룡택씨는 “쉐프가 집을 나서기 5분 전 ‘5분 정리’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두가 협조에 나서 서로 독려하며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루의 끝이 외로운 우리들에게.
 잘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집을 목표로 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과 어우러져 행복한 삶을 모색하려는 사람도 있다. 매일 북적북적한 즐거움에 현재는 4명의 장투가 상주하고 있다.
 대학생 중에 비싼 보증금을 이유로 룸메이트를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학생들은 홀로 자취를 하고 저녁마다 텅 빈 집으로 향한다. 하루의 끝이 외로움이 아니길 바라는 청년들, 공동체에 미숙한 청년들에게 '잘자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훈 기자
waxn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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