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 함성] 여행의 목적
[아치골 함성] 여행의 목적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6.02.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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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겨울 방학이 끝날 때쯤 친한 동생과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가는 여행 이였다. 하필이면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흐린 날 이였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앞으로 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무작정 사상 버스 터미널로 향하였다. 목적지는 아무 이유 없이 전주로 향하였다.

 버스를 타고 이어폰을 끼고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 나이가 20대의 반이 꺾였네', '벌써 3학년이네', '벌써 겨울방학이 끝나가네 '... 머릿속에 이런저런 걱정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대부분 시간의 흐름에 대한 나의 한탄이었다. 노래 소리를 높이고 가사에 집중을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잠시나마 이런 걱정들을 잊고 싶었다.

 막상 낯선 전주에 발을 들이게 되니 다행히 나의 걱정들은 사라졌다. 아니 잠시 잊혀졌다. 나는 휴대폰을 끄고 이번 여행에서 열심히 새로운 것들을 보고 즐기기로 다짐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 경기전, 오목대, 벽화마을 등 볼거리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걸어서 모두 둘러 볼 수 있었다. 길가에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거닐며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우리도 그들과 바를 바가 없었다. 비록 그들을 몰라도 같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눈이 내렸다. 나의 걱정들도 눈에 쌓여 계속 흐려져 갔다.

 그날 저녁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여수로 향하였다. 여수는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고 추웠다. 사람도 없고 도로가 넓어 더욱더 휑한 느낌이었다. 어두워 보이지는 않지만 넓고 넓은 여수의 밤바다와 하늘을 느낄 수 있음을 위안으로 삼았다. 여수에는 누구나 아는 여수 밤바다, 야경이 아름다운 돌산 공원,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상케이블카가 유명하다. 전주에서는 시끌벅적하게 놀았다면 이곳은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나의 마음은 점점 여유로워 졌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밤이 을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게스트 하우스에 낯선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날 구름이 걷히고 드디어 해를 보게 되었다. 시원섭섭했다. ‘조금만 일찍 뜨지’ , ‘아예 뜨지 말지’... 하지만 여수의 넓은 바다와 하늘, 작고 아름다운 섬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그냥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 이였다. 계속 바라보았다. 눈에 담아 놓치기 아까운 풍경 이였다. 나는 여행을 떠나는 버스에서 내가 느낀 걱정들, 그것들을 잠시나마 잊으려고 떠났던 나의 여행의 목적. 그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걱정을 잊으려고 했던 내가 한심했다. 어차피 돌아가면 다시 마주 해야 하는 것들이다. 아니 이미 여행 중에 마주 쳤지만 이제 더 이상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아쉽지만 즐겁게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걱정 없이 노래를 들으며, 창밖을 보며 갈 수 있을 것 같다.

 

▲김정래 (IT공학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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