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 생활 보고서 1부_주거전쟁
[사회] 청년 생활 보고서 1부_주거전쟁
  • 김효진 기자
  • 승인 2016.02.29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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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전쟁

 

 

_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며 취업지옥인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불안한 미래는 두려움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 오면 의식주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전쟁이 된다. 계약을 둘러싼 집주인과의 밀당, 초겨울까지 위잉대는 모기, 월세와 전기세, 수도세를 비롯한 관리비까지 쉴 새 없는 걱정은 두 다리 한 번 뻗기 힘들게 만든다.

  ‘아! 어머니, 아버지….’ 집나오면 개고생이라던데, 흡사 이건 전쟁이다.

 


1. 삼천 자취생들을 위한 민낯 공개하기
_우리대학 ‘15년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해사대 인원을 제외한 우리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국공립대 평균 20%에 조금 모자란 18.6%이다. '15년도 신입생 지역비율현황을 토대로 통학이 가능한 부산 거주 학생의 수까지 고려하면 약 3400명 정도가 자취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이는 구성원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하지만 우리대학 학우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중·하리 주거구역의 현황은 어떤가. 삼천 자취생들을 위해 이리보고 저리 분석한 중·하리 주거의 진짜 민낯. 그 실상을 엎어본다.

 

 

 

 

▲중·하리 주거지도 / 2016년 2월 기준(편의를 위해 수집한 데이터로 임의 제작한 것으로, 실측 비율과는 맞지 않을 수 있음)

 

2. 중리와 하리 월세, 이건 아닐세?

_집을 구하기에 앞서 우리는 중·하리 혹은 어디에 방을 얻을까 하고 고민했다. 중·하리의 월세 차이는 얼마고 과연 다른 곳에 비해서 싼 가격일까 비교하며 말이다. A부동산 관계자는 “하리가 학교 근처인데다 셔틀 이용이 쉬워 학생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셔틀 노선을 따라 많은 원룸 등의 자취방이 밀집되어 있다. 하지만 집구하기 어플과 제보, 학교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수집한 데이터 결과. 원룸 월세의 경우 하리 평균 40만원, 중리 평균 33만원으로 하리가 평균 7만원 정도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중리에 거주중인 J씨는 “거리가 더 가깝다고는 하지만 술집이나 음식점 말고 편의시설이 없다”며 “거리만이 가격 상승의 이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 근거로, 다음 지도에 파란색으로 색칠한 부분은 상가 및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하리의 상가 대부분이 술집이나 음식점, 편의점에 국한되어 있는 것에 반해 중리에는 은행, 마트, 휘트니스센터 등 하리보다 다양한 종류의 상가와 편의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하리 소재 ‘ㅎ’원룸 관리자는 “거리와 편의시설에만 따라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가장 큰 것은 건물구매비용이며 시설, 평수, 주변 환경 모두를 고려해 결정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301호 신문에서 ‘지가에 비해 비싼 우리대학 원룸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부산지역 타대학가에 비해 우리대학 근처 지가가 10만원 정도 싸지만 같은 평수, 같은 옵션일 때 월세는 10만원 이상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하리에 상관없이 이미 높은 월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3. 제가 어떻게 살고 있냐고요?

_살고 있는 주거환경의 열악함에 대한 호소 중에서는 ‘물’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과도한 습기로 고통받는가하면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통 받기도 한다. ‘ㅎ'빌라 최고층은 비가 오면 홍수가 나기도 한다고. 반면 ’ㅎ‘원룸에 거주하는 S씨는 “수압이 약해 사람이 몰리는 ’8시반~9시‘에는 물이 ’졸졸‘흐른다”며 “답답해 미치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자취생에게 물난리보다 무서운 것은 범죄다. 이런 불안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은 1층 공동현관에 암호를 설정해놓는다. 하지만 이 암호는 사실상 무력하다. 편의상 치킨배달 아저씨도, 택배 기사님도.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바꾸는 경우도 드물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더라도 유출된 공동현관 암호는 범죄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학교 앞 ‘ㅇ’원룸의 B씨는 “몇 년째 암호를 바꾸지 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배달이나 택배가 한 번도 암호를 몰라서 못 들어온 적이 없다”며 “안전장치라곤 집 도어락뿐이다”고 답했다. 또한 “가끔씩 밤에 누가 도어락 번호를 누르기도 해 무서웠다”며 “결국 내돈주고 빗장쇠안전고리를 달았다”고 전했다. 덧붙여 “관리비까지 받아가면서 보안에 좀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4. 불투명한 관리비 설정, 집주인 재량

_앞서 말한 B양의 경우처럼 ‘원룸 관리비’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심은 오랜 일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1·2인 가구의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룸의 평당(3.3㎡) 관리비는 월 1만 876원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관리비인 5613원의 1.9배로 드러났다. 이는 원룸 관리비가 법의 사각지대라고 부를 만큼 집주인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월세와는 별도로 2~5만원씩 받아가는 이 관리비는, 우리대학 제보자 중 단 한명도 빠짐없이 ‘내역 공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원룸 관리비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청소비, 소독비, 정화조관리비, 승강기유지관리비, 전기 안전검사비 등을 포함한 관리비 적정선은 1만 3천~1만 6천 원 정도다. 운영에 따라 공동 전기세, 수도세가 더해지면 금액이 증가할 수도 있다. 관리비의 상당부분이 집주인의 재량이 달려있는 만큼 모든 단체가 입을 모아 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명시하라 당부하고 있다.

 

 

5. 돈 내고도 을이 되는….

_‘ㄷ’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H씨는 중간에 바뀐 집주인과 이전 계약 그대로 갱신해 전기세와 가스비 등은 관리비에 계속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여름 개별난방으로 공사한 후 집주인은 전기세를 H씨가 내도록 통보 없이 바꿔놓았다. 사실 갑작스러운 관리비 요구나 인상은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H씨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아무리 말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무시당했다”고 전했다. 바뀐 집주인의 횡포는 H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같은 원룸의 A씨는 보증금 300만원 중 일부가 빠진 채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따졌지만 집주인의 연락처는 부재중이었다. A씨는 “겨우 연락이 닿은 집주인은 그제야 옵션인 전자레인지와 부서진 방문을 들며 20만원을 빼고 보냈다고 전해왔다”며 “전자레인지는 애초부터 지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집주인의 말은 “그러면 원래부터 전자레인지가 없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였다. A씨는 “만약 전자레인지가 지급되었더라도 집주인이 산 것이니, 지급했다는 증거는 집주인이 가져와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큰돈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하지만 집주인과의 관계에 있어 을이었던 H씨와 A씨 모두 부당함에 대한 보상이나 해결을 보지 못했다.

 

 

_집주인과의 밀당에서 우리는 대부분 ‘을’로서 끌려간다. 부당한 대우를 겪어도 해결방법이 없어 참게 되거나, 걱정할 부모님께 얘기해 볼 용기는 더더욱 없다. ‘을’의 입장에서 방범, 소음, 비싼 월세와 관리비, 집주인의 횡포까지 권리를 요구하는 일은 번거롭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구태여 ‘을’이 될 필요는 없다. 권리를 찾아가는 우리에게는 갑도 을이 될 자격이 없다. 다만 정당한 권리를 찾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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