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그 외로움에 대하여
청년, 그 외로움에 대하여
  • 윤종건 기자 김남석 기자
  • 승인 2016.04.1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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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퍼진 외로움경보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한국의 사회지표’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매년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 로 나타났다. 2015년 말 28%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1980년의 4.8%보다 23.2%높아진 수치다. 20년 뒤인 2035년에는 혼자 사는 가구가 둘 이상 사는 가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인 가구의 증 가 추세와 함께 고립감, 우울증, 외로움, 고독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문제들 역시 대두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외로움과의 전쟁 중이다.

 

고독한 군중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 혹은 느낌’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근본적인 외로움은 어디서 오 는 것일까?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밀려오는 외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운 날은 무엇 때문에 찾아오는 것일까? 미 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의 책 《고독한 군중》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오늘날 외로움의 사 회를 설명하며 ‘타인지향형 사회’의 개념을 제시했다. ‘타인지향형 사회’란 20세기 중반 고도 자본주의 시대의 유형으로, 사회구성원이 다른 이들의 기대와 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동조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사회다.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이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안 우리 자신을 점점 외롭게 만들고 있던 것이다.

 

 캠퍼스로 번진 ‘외로움증폭장치’

 오늘날 대학가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현실 속 대학가는 외롭다. 우리대학 학생상 담센터 이아름 상담원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요인에 대해 가장 먼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꼽았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나이에 상관없이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겪는 감정이다. 혼자 있을 때뿐만 아니 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허무감은 결국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22)학생 은 “학과에서 동기들과 나름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이 힘들 때 정말 툭 터놓고 얘기할 친구 한 명 없는 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외로움이 개인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이 상담원 은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도 내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_ 외로움을 느끼는 다른 요인은 바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면하면서 스스로 나아 가야한다는 압박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하는 회의감 속에서 청년의 외로움은 더욱 크다. 홀로 된다 는 외로움은 자연스레 기존에 갖고 있던 인간관계를 약화시키거나 심지어는 모든 인간관계를 거부한 채 살 아가게 한다.

 

 외로움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이 모(24)학생은 이번학기 복학을 했다. 그의 동기들 대부분은 졸업을 했거나 여전히 군대에 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 그의 대학생활은 외롭기만 하다. 그러나 친구들은 얼마 안가 전역할 것이고, 그는 예전처럼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 역시 “지금 느끼는 이 외로움을 오래 도록 가져가야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학생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외로움의 상당수는 단기적이거나 그리 깊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고 말했다. _ ‘대학친구’라는 개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대학생들 사이에는 ‘고등학교 친구는 진짜 친구지만, 대학친구는 계산적’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말에 공감했고 삭막한 대학생들 의 삶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윤 모(23)학생은 “고등학교 친구들은 하루 종일 붙 어있었고, 대학생은 강의시간을 제외하면 겹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인 것 같다”며 “고등학교도 그 곳 나름대로의 경쟁과 외로움이 있는 것인데, 너무 대학친구, 대학생활만 외로운 것으로 부각된 것 같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보냈다. 이어 “대학친구도 계속적으로 만나려는 노력이 있으면 고등학교 친구보다 잘 지내 는 경우도 꽤 많다”고 말했다.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외로움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이 상담원은 “외 로움의 정도가 심해 우울증으로까지 번진다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는 것”을 제시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번 몰두해 보는 것도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외로움은 단순히 이겨내야만 하는 감정은 아니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 는 단단한 마음도 가질 수 있다. 국제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24)학생은 “때론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자갈마당과 방파제를 걸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다”며 “그럴 때면 쓸쓸함 보다는 나만의 시간을 가짐으로 써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 그 외로움에 대하여 

 우리는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 홀로 이 세상에 와 홀로 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외 로움 속에 파묻혀 신음하고, 몸부림치고, 쩔쩔매기보다는 외로움과 정면 승부할 수 있어야한다. ‘젖지 않고 피 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말한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인생은 외로움을 자양삼아 언제가 활짝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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