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레, 야레 ~ 어둠과 함께 오는 시끌벅적한 이야기 ‘부평 깡통 야시장’
야레, 야레 ~ 어둠과 함께 오는 시끌벅적한 이야기 ‘부평 깡통 야시장’
  • 김남석 기자
  • 승인 2016.04.13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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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오기까지

오후 7시 26분. 야시장에서 20m정도 떨어져있는 공영주차장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매대를 하나둘씩 끌고 나와서 깡통을 향한다. 그리고는 곧 본격적인 야 시장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금은 사람이 많고 특히 주말이면 움직 이기가 힘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보인다. 하지만 야시장이 처음 생길 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_ 부평 깡통시장은 ‘우리나라 1호 야시장’으로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초기 야시장 활동은 상권이 형성 되어있지 않아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야시장에서 장사한 지 2년 정도 되었다는 전동순씨는 “초반에 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며 “특히 음식매대가 아닌 상품매대의 경우에는 장사 가 잘 되지 않아서 대부분 장사를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최인용 야시장 관리팀 장은 “처음 1년 정도는 야시장이 홍보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 았다”며 “1년 정도 지난 후부터는 입소문도 타고 방송에도 나오게 되면서 지금 과 같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_ 하지만 문제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있었다. 야시장 상인들과 기존 상인 들과의 갈등이 있었다. 심지어 야시장이 점점 활성화되던 작년 9월에는 기존 상 인 측과 야시장 상인 측의 갈등으로 인해 5일간 장사를 중단한 적도 있다. 당시 야시장이 없어지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지만 양측의 합의를 통해서 현재 는 큰 갈등 없이 상생하고 있다. 부평 깡통 시장에서 스카치에그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야시장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 있기는 하지만 야시 장이 생겨서 ‘시장에서 사람이 가장 없던 골목’이 살아났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시장에 오게 되었다’며 “야시장의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시장을 통한 제2의 인생을 살다

부평 깡통 야시장은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까 지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에게는 낮 시간이 비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상인들이 낮에는 자영업을 하고 밤에는 야시장에서 일을 한다. 하 지만 야시장을 통해 다음 인생을 설계하려는 사 람들이 있다. _ 김한범씨는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깐풍기와 유린기를 팔고 있는 그는 야시장을 알기 전까지 회 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신문광 고를 통해 야시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그는 야시장을 하기로 결심했고, 결국 회 사를 그만두고 야시장 일을 시작한다. 아직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장사에 대해 잘 모르겠다 는 그는 “야시장이 전통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들 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것 같 다”며 “야시장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는 나 만의 가게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_ 소시지와 스테이크를 팔고 있는 유승훈씨도 비슷 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본래 야시장에 관심이 있 었다는 그는 “소시지의 경유에는 내가 독일에 잠시 갔다 온 것이 도움이 되었고, 스테이크는 외국인들 이 왜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만 먹냐는 질문에 착안 해서 팔게 되었다”며 “요리에 비타민이 많은 브로콜 리를 볶아서 주는데 이는 관광객들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을 고려하고 꼼꼼하게 준비한 그의 매대는 야시장에서 가장 인 기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당분간은 야시장에 전념 할 계획”이라는 그에게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아쉬 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야시장을 통한 비상

 올해 대학을 졸업한 김민영씨는 야시장에서 우유 튀김을 판매하고 있다. “왜 우유튀김이냐?”는 질문 에 그녀는 “무조건 특이한 것을 하려고 했다”고 답 했다. 특이한 것이 신기한 것이고, 신기한 것이 관 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_ 특이해서 그런지 장사를 한지 3일 밖에 되지 않 았지만 ‘우유튀김’은 줄을 서서 먹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야시장의 ‘우유튀김’은 그녀의 목 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야시장을 하 기 전에는 플로리스트 학원을 다녀요. 야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 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저의 소망이에요”라고 말 하는 그녀는 일반 청년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 지고 있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에 취업을 하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 어요.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먹고살 길은 많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또 다른 창업을 꿈꾸고 있다. _ 한편 뽑기 코너를 운영하는 ‘이씨 아저씨’에게 야 시장은 재기를 꿈꾸는 수단이다. 실직자를 위한 숙 소인 화평생활관에서 생활한다는 그는 복지관의 재활 프로그램인 야시장 매대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나에게 야시장이란 인생의 전환점이자 새로 운 시작의 발판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야시장에서 일하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야시장에 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과 거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노력 을 하면 충분히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_ 부평 깡통 야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 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력을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어느 날 밤 문뜩 야식이 먹고 싶다 면 방에서 치킨을 시키기 보다는 야시장으로 가서 그곳의 색다른 분위기도 느끼고 새로운 음식도 먹 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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