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마음의 무게를 덜어가며"
[취재수첩] "마음의 무게를 덜어가며"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04.13 1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_ 전역한지 이제 막 4달째에 접어들었다. 군 휴학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내가 다시 신문사에 돌아오는 날이 있을까 까마득했는데, 어느새 신문사에 복귀해 오늘도 마감의 밤을 지샌다. 이번 신문은 신문사 복귀 후 2번째 신문이다. 의욕만 넘쳤던 첫 번째 신문의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의 1점 정도를 주고 싶다. 최소한 글은 썼으니까.


_ 시작할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신문사 생활이 요즘 따라 너무 어려웠다. 시간이 없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아 들어왔던 신문사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글 쓰는 것 때문에 힘들다니.


_ 컴퓨터에 앉아 백지를 띄어놓고 어렵게 한 자 한 자 채워나갈 때면 정신적 비루함마저 느껴진다. 나는 왜 이 정도 밖에 쓰지 못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나의 글은 분석적이지도 못하고, 그다지 감성적이지도 않으며, 치열하게 비판적이지도 못한 것일까?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신문사를 내 고집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무게는 더해갔다.


_ 그런 와중에 ‘청년생활보고서 2부_쩐의 전쟁’을 맡았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 기획인 만큼 취재 전 부터 머리가 아팠다. 낯을 가리는 필자의 성격 때문이다. 일단 부딪히자는 마음으로 수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캠퍼스로 나섰다. 전날 만들어 둔 설문지 100장을 품에 안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떨리는 마음으로 설문을 요청하며 말을 걸었다. 거절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잠시, 상당수의 학생들이 흔쾌히 설문에 응해주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_ 학생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나누며 이번 취재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대학신문 기자로서 청년의 삶과 문제를 바라보고, 분석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감사하기도 했다. 2년째 접어드는 대학기자 생활이지만 이번 취재처럼 뿌듯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날 난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마음의 무게가 한 층 가벼워짐을 느꼈다.


_ 아직까지 나의 마음속엔 ‘내가 대학신문 기자로서 자격이 있는 것일까?’하는 묵직한 무게가 내려앉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이 마감의 밤을 지새는 것은, 신문사에서 얻은 마음의 무게는 이곳 신문사에서 덜어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_ 오늘도 나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안은채 대학생들의 삶을 진지하고 주의 깊게 살피며 조금씩 마음의 무게를 덜어가겠다. 나의 마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이 느낌이, 기사를 읽는 당신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