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람 부는 언덕 위, 촛불 하나
[사설] 바람 부는 언덕 위, 촛불 하나
  • 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6.06.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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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바람 부는 언덕 위, 촛불 하나

 

   지난 4월 25일 우리대학은 최종적으로 두 명의 총장 후보를 선정했다. 직선제가 아닌, ‘보완된 간선제’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지난해 우리대학은 부산대 모 교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총장직선제 바람에 응답한 교수회와 간선제를 하는 대학본부 간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올해 초,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르지 못함을 다시금 확인했다. 교육부 앞에 우리는 작은 촛불이었고 그저 바람 부는 언덕 위에 놓인 촛불하나, 그 자체로 전락했다.

 
  우리대학이 ‘보완된 간선제’라는 이름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재정’이었다.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고수한 부산대에 교육부가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 중 총 18억7300만원의 예산을 삭감시켰다. 훨씬 작은 중소규모 대학으로 분류되는 우리가 직선제로 계속해서 밀어붙였다면, 재정의 궁핍과 고립은 우리대학을 패망의 길로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지원할 사업들에 줄줄이 떨어질 것은 물론이고, 하고 있는 사업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할 뻔자이니 말이다. 치졸하게도 교육부는 대학이 돈으로 앓는 소리를 잘 알았다. 대학의 자율성까지 손안에 쥐고 드려는 꼴이 고약하다. 이런 교육부의 입장을 반영하듯, 총장직선제를 고수해 총장을 선출한 대학에 대해 이유 없이 총장임명을 거부하거나 시간을 끌기도 했다. 무려 총장임명 거부만 7번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대학 내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이유로 칼질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사회 수요가 없으면 정원을 줄이고, 수요가 많으면 늘려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사회요구에 따라 변화해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수과학, 철학, 예술이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은, ‘학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대학의 3대 목적인 교육, 연구, 봉사와도 거리가 멀다. 학문을 갈고닦아야할 진리의 상아탑의 위기다. 교육부가 나서서 순수한 학문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돈 하나에 신의와,
   돈 하나에 교육과,
   돈 하나에 진리를 바꿀 수 있나.

 

  물론 모든 게 ‘돈’ 때문이겠냐 만은, 교육부 앞에 재정 지원이라는 목줄이 묶인 대학들은 그저 바람 부는 언덕 위 촛불 하나. 이미 그 자체로 전락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 또 다시 부는 거센 바람에 촛불이 꺼질듯 말듯 위태하다.

 
  새로운 총장이 부임함과 동시에 우리대학도 내년에 시작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예산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여부까지 하위등급을 받았을 때의 불이익을 생각한다면 피할 수 없는 산인 셈이다.

 
  교육부 입맛에만 맞춘 대학이 되느냐, 혹은 폭풍우 속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가느냐는 제7대 총장의 손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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