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설문조사로 알아본 국립대 연합체
[기획]설문조사로 알아본 국립대 연합체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6.10.17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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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지난 7월 22일. 거점국립대 총장 협의회는 국립대 연합모델을 제시했다. 이날 제시된 부산지역 연합대학 모델은 연합대학 제체아래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특수인력양성 ▲교원양성대학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특히 8월과 9월에 각각 한국해양대와 부경대의 총장 임용이 결정된 상황에서, 국립대 연합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통합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부재한 통합은 언제나 몸살을 겪었다. 또한 아직까지도 간극이 메워지지 않은 통합대학도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지난 9월 5일부터 8일까지 부산대학언론연합과 함께 부산지역 4개 국립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 속에 담긴 학생들의 의견을 자세히 알아본다.

[ 설문개요 ]
설문 참여 1,171명 (부산대 409명, 부산교대 284명,
부경대 250명, 한국해양대 228명)
설문 기간 2016년 9월 5~8일

국립대 연합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 국립대 연합체에 대한 각 대학 학생들의 생각

_ 설문조사 결과 부경대는 긍정이 43.6%(109명), 부정은 33.6%(84명)로 나타나 국립대 연합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국해양대 역시 긍정이 52.7%(120명), 부정은 41.5%(95명)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교대는 긍정이 7.5%(21명), 부정은 80.9%(230명)로 나타나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며, 부산대 또한 긍정이 6.8%(28명), 부정이 76%(311명)로 나타났다.

국립대 연합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 국립대 연합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01 . 연합대학 구성을 통한 교육부의 대규모 재정지원 기대

_ 교육부는 향후 4년간 매년 1,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지역 거점 국립대와 주변 소규모 대학들의 기능을 연계하는 국립대 발전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은 ▲기능 조정형(500억) ▲기능 특화형(150억) ▲기능 통합형(350억)으로 나누어진다. 기능 조정형은 대학·학부·학과·연구소 간 교류가 중심이 되는 형식이며, 기능 특화형은 복수의 캠퍼스가 있는 국립대에 캠퍼스 마다의 특성화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또한 기능 통합형은 대학 간 통합이나 정원 감축 형태로, 지역 대학과 거점 대학이 통합하는 형태까지도 가능하다.
_ 만약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도 사업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해 선정된다면 대규모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열악한 국립대학의 재정구조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으로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하더라도 재정지원 금액의 규모자체가 여타 재정지원사업과는 비교도 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대학이 선정된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PoINT)의 경우도 1년간 총 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을 뿐이다. 재정지원과 관련해 장민주(해사수송과학부·16) 학생은 “평소 우리대학의 재정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이번 국립대 연합체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대규모 재정을 지원받는다면 학생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02 . 연합을 통해 대학의 규모 확대

_ 2015년 기준 4개 대학의 학생 수는 56,343명(▲부경대 17,667명 ▲부산교대 1,573명 ▲부산대 30,148명 ▲한국해양대 6,955명)이다. 물론 국립대 연합체의 목적이 각 대학의 ‘특성화’에 두고 있는 만큼 학과조정을 통한 정원감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 전호환 총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년 뒤 학생들이 급감하는데 4개 국립대에 겹치는 학과가 있을 필요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종합연구대학을 비롯한 특수인력양성(해기사, 초등교원)도 함께 이루어지는 연합대학 체제가 지금까지 없었던 만큼, 부산지역 연합대학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_ 거점국립대 총장 협의회가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부산지역 국립대 연합체는 각 대학마다의 특성화 전략을 세워 4개 대학의 연합체를 구성하는 안이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도쿄 5개 대학 연합 (히토쓰바시대, 도쿄공대, 도쿄외대, 도쿄의과치과대, 도쿄예술대)과 같이 분야별로 특성화된 대학이 공동의 학사운영체제를 도입해 교류ㆍ협력한 사례이다. 또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5개 대학(햄프셔, 마운트 홀요크, 스미스, 암허스트 칼리지, 매사추세츠주립대)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교수를 공동임용하고 공동학과를 운영한 사례도 있다. 연합을 통한 대학의 규모 확대에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우리대학 서재근(기관시스템공학부·16) 학생은 “규모가 커진 대학이 각 영역을 전문화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도 대단할 것 같다”며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립대 연합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 국립대 연합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01 . 각각의 대학이 지켜오던 가치 및 역사가 사라질 것

_ 부산지역 4개 국립대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다. 부경대는 부산수산대학으로 출발해 부산공업대학과 통합하고, 최근엔 세계수산대학 유치에까지 성공하면서 수산분야에 특성화하고 있다. 또한 부산교대는 초등교원이란 특수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부산대는 설립 이후 부산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로써 자리매김해왔다. 우리대학 역시 해기사 양성을 기반으로 그 규모를 넓혀오면서 다양한 학문과의 융·복합을 통해 글로벌 해양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역사를 지켜왔다. 익명을 요구한 해사대학의 한 학생은 “연합대학이 된다면 한국해양대학교의 전문적인 특성이 사라질 것 같고 특히 해사대학의 위상이 떨어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우리대학 총동창회 한희승 회장은 지난 9월 7일 열린 총장 취임식에서 “국공립대의 통합 내지는 연합움직임과 관련하여 해양특성화종합 대학으로써 한국해양대학교의 위상에 흔들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오늘날 세계의 모든 해양강국들은 독립적인 해양 교육 및 연구기관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그 모범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02 . 추진 과정에서 대학 간의 이해관계 충돌 우려

_ 서로 다른 대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진통은 항상 있어왔다. 부산대학교와 밀양대학교를 통합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밀양대 총학생회 측은 ‘조건 없는 부산대 졸업장’을 요구했고, 부산대 대학본부 측은 ‘졸업요건 충족’을 내세웠다. 이에 반발하는 밀양대 학생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대학 측에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는 등 통합과정에서 몸살을 앓았다. 긴 논의 끝에 밀양대 총학생회와 부산대 대학본부가 합의에 이르자, 기존 부산대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며 “학교 측의 방침으로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긴 논의 끝에서야 비로소 2006년 3월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가 출범할 수 있었다.
_ 2009년 우리대학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2009년 국립대 구조개혁 추진계획안’에 따라 부산지역 국립대학 통합을 논의했었다. 당시 우리대학 전세표 홍보실장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가 나오자마자 학내에서 각종 회의를 통해 구성원들과 논의를 진행했다”며 “단순히 물리적 화학적 의미의 구조조정 보다는 해양대만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이 가장 먼저 요구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각 대학별로 입장 차이가 크게 존재해 구체적인 합의안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국립대 연합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이인각(해운경영학부·12) 학생은 “통합의 과정에서 모든 대학의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모든 대학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령인구를 둘러싼 다른 시선

_ 국립대 연합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대학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에서 비롯되었다. 현재의 입학정원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8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보다 많아진다. 나아가 2023년에는 약 16만 명의 대학 입학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대학의 경쟁력과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 연합체’가 제시되었으나, 이들 둘러싸고는 서로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_ 현 교육부와 전호환 총장이 주장하는 바는 대학의 생존을 위해 국립대 연합체, 더 나아가 대학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체 설문 참여 인원 중 5%인 62명의 학생이 학령인구 감소의 해결책으로 국립대 연합체를 찬성했다. 우리대학 김민기(전자소재공학부·12) 학생은 “학생 수가 줄어드니 대학도 그에 맞춰 대응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체 설문 참여 인원 중 15%인 182명의 학생은 학령인구 감소의 수단으로 국립대연합체가 이루어지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이에 우리대학 교육학과 김용일 교수는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국립대학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고등교육 기관 중 사립대학의 비율을 낮추는 등 국립대학의 비율을 높이는 편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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