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서재]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향기나는 서재]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6.10.1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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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웅희 교수_해양공간건축학부

 

해양공간 건축학부_안웅희 교수

 

“융복합시대에 생각해보는 지식의 통섭과 다양성의 수용”


_ 지난 십수년간 대학에서는 통합의 바람이 일었다. 유사분야의 전공과 학과가 통합되었고 관련학과들이 통합되어 학부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과도 일맥상통하는 현상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들은 학제간 융합이 상생적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현대사회에 적합한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융합적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통섭’(2005)에드워드 윌슨 지음.사이언스북스. 원제 :consilience

 

_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1998년에 발간한 책 ‘Consilience’가 2005년에 ‘통섭’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후 많은 관심 속에 ‘통섭’은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의미하거나 혹은 학문의 융합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이 책은 ‘지식의 대통합’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학문과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거대담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윌슨이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만큼 과학자로서 혹은 유물론적 사유자로서 생물학적 사유를 기본에 두고 있지만, 그의 주장에 의하면 21세기에도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려는 인간지성의 위대한 과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_ 이처럼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와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창조’를 위한 전제로서 매우 적절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윌슨은 “과학은 예술의 직관과 은유의 힘을 필요로 하며 예술은 과학으로부터 신선한 수혈을 필요로 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보다 생동감 넘치는 사례와 우아한 표현을 사용하여 전개하는 그의 저술은 오늘날 대학가의 지성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통섭과 지적사기’(2014)이인식 엮음.인물과사상사

 

 

‘지적 사기’(1996)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민음사. 원제 :Fashionable Nonsense

 

_ 이처럼 과학과 예술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융복합되어 새로운 창조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어쩌면 희망적이고 낭만적인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또다른 주장들도 있다. 2014년에 발간된 ‘통섭과 지적사기’(이인식 엮음. 인물과사상사)가 그것이다. 인문학자들로 구성된 저자들은 통섭에 내재된 과학적 환원주의 일변도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식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 흡수하는 것이며,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진화생물학 바탕의 이론이기에 모든 것을 유전자로 설명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통섭’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주장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오‘ 류’에 관한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 섭과 지적사기’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이 책은 1996년에 발간된 ‘지적 사기’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지음. 민음사. 원제 : Fashionable Nonsens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 포스트모더니즘을 주도하는 철학자들에게 던진 소칼의 ‘용감한 장난’은 출간이후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_ 이런 점에서 볼 때 어쩌면 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은 그들의 사유과정에서 발생되는 서로 다른 유전적 속성과 감성의 차이가 불가피함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사회의 지성인들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가에 건전하고 생산적인 학문적 실용적 탐구들이 왕성하게 일어나길 바란다. 진지하고 사려깊은 학문적 성찰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그에 대한 섭렵, 그리고 나아가 다양한 주장들에 대한 이해와 공존이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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