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 함성] 갈망(渴望)
[아치골 함성] 갈망(渴望)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6.10.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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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원공학과 16_이탁건

 

에너지자원공학과 16_ 이탁건

_ 애인에게 얼마나 많이 자기를 보여줘야 하는가. 누구나 애인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길 원하기 때문에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기 쉽다. 커플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많이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지에 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최근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두 편의 영화를 보고 강한 자극을 받았다. 정반대 모습의 사랑을 표현한 두 영화 ‘최악의 하루’와 ‘이퀄스’의 대비는 흥미롭다. ‘최악의 하루’는 주인공 여성 은희가 하루 동안 세 남자를 만나면서 변장술사 은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상대편 남자의 캐릭터에 따라 은희는 재빠르게 가면을 바꿔치기 한다. 마치 다른 사람이 은희에게 빙의된 것 같다.
현재 남자친구이자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며, 다소 나쁜 남자 성향이 강한 남자 현오를 만났을 때는 스스로 거친 돌이 된다. 남자가 시시각각, 성향 상 그런 것 같지만, 새치 혀로 사랑하는 이에게 다소 악담 비슷한 말을 퍼 붙자 은희는 강한 여전사가 된다. 남자가 뭐라고 말하든 은희는 꿈쩍도 하지 않을 돌이 된다.
그러면서도 은희는 달콤한 사랑의 입담을 할 줄도 안다. 지극히 사랑스러운 여전사이다. 현오가 가고, 다른 남자 운철을 만난다. 운철은 전 남자친구이다. 운철은 매우 여성적인 남자다. 이 남자는 깃털같이 가벼워서 험담 한 번 잘못했다가는 푹 파일 것 같다. 이 아기와 같은 남자에게 은희는 세기의 로맨티스트 음악가 쇼팽으로 변장한다. 남자가 듣고 싶은 말들을 건반 위의 마술사답게, 가볍게 붓 터치하더니 금방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말속에 사랑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과감하게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달콤한 로맨스를 위해서 거짓말쯤이야! 마지막으로 일본인 남자인 료헤이를 만난다. 이 남자는 비즈니스로 한국에 온 소설가다. 길을 묻기 위해 온 이 남자와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 간단한 영어로 소통할 뿐이다. 그러나 은희는 누구보다 친절하게 이 관광객을 맞는다. 서로 이름을 묻고 소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남자가 일본어로 된 상큼한 시를 낭송하자, 시의 운율에 기꺼이 취한다, 비록 그 의미는 모를지라도. 함께 밤하늘을 보며, 산책을 하며 분위기로 사랑에 빠진다. 한국으로 오는 일본인 남자는 누구든 여행 중 만난 이 여성을 보며 한국 여자의 매력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듯, 세 남자 모두에게 은희는 최고의 여자다. 무엇이 진짜 은희의 모습이란 말인가.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했던 셰익스피어가 생각난다. 각각의 연극마다 역할에 맞게 최고의 연기력을 뽐내는 은희. 거짓으로 점철되었으나 연극마다 가장 그럴듯한 모습의 은희를 연출해내는
은희. 진짜 은희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_ 다음으로, ‘이퀄스’ 영화를 소개하겠다. 실제 인생에서 세 편의 연극을 줄다리기하는 은희가 독보적인 영화 ‘최악의 하루’와는 달리, ‘이퀄스’는 철저하게 거짓 현실을 통해서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많은 설정들은 철저하게 사‘ 실’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되었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감정은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겨진다. 이성의 힘으로 암을 비롯한 신체 모든 질병과의 지긋한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한 인간은 이제 이성을 신으로 숭배하고 감정에 전면전쟁을 선언한다. 사랑과 같은 감정은 병자만이 느끼는 것이다. ‘모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을 하등한 동물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억제하려 한다. 남녀 간 애정은 철저하게 금지되고 남녀 간 대화라고는 비즈니스적인 것밖에 없다. 철저하게 감정 분출이 막힌 상황에서 관객들은 애정에 대한 강한 목마름을 느낀다. 두 주인공 니아와 사일러스는 몇 남지 않은 감정 소유자들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서로뿐이다. 가벼운 손 접촉만 으로도 강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가슴이 텁텁하게 막혔다가 뻥 뚫리는 쾌감을 느끼며 관객들은 점차 이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서로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에 진짜 속 알맹이를 드러낸다. 속 알맹이를 서로에게만 보여줄 수 있기에 가능한 한 모든 알맹이를 보여주려 한다. 이 두 남녀를 가로 막는 거짓이나 연출 따위는 없다. 철저하게 허구적으로 설정된배경은 마침내 서로에게 서로의 모든 ‘사실’을 낱낱이 까발린다.


_ 거짓된 사랑은 진실이고 진실한 사랑은 거짓이다. 매혹적 향기를 풍기는 능수능란한 가면 마술사가 될 것인가, 진실한 사랑을 목말라 하다가 정글 한가운데서 비참하게 아사할 것인가. 정글을 헤매다가 진실한 사랑의 섬 세렌딥을 발견할 가능성은 남겨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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