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교육부의 선택을 받지못했나
그들은 왜 교육부의 선택을 받지못했나
  • 윤종건 기자
  • 승인 2017.04.04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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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임용절차 진실은 어디에

2016년 4월 26일. 한국해양대학교 제7대 총장임용후보자가 결정되었다. 선거 득표 결과에 따라 1순위 후보는 방광현 교수, 2순위 후보는 박한일교수였다.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무순위로 총장임용후보자를 추천하였다. 그리고 4달 뒤인 8월 16일. 기나긴 총장 임용절차를 거쳐 2순위 후보자인 박한일 교수가 신임 총장으로 공식 임명되었다. 우리 대학 역사상 처음 있는 연임 총장이자, 이례적인 2순위 후보의 임명이었다.

(자료제공=우리대학 총동문회 홈페이지)

수면 위로 떠오른 총장임용문제
_ 2순위 후보가 총장이 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학내 곳곳에선 반발이 잇따랐다. 우리대학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의 소속인 배재국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절차라면 학내 구성원의 뜻이 담긴 1순위 후보자가 되는 것이 맞다”며 “교육부의 2순위 후보자 임명은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교수회 또한 급히 임시총회를 소집해 총장 임용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논의에서 ‘선거결과를 수용 하자’는 입장이 더 많았으나, ‘선거결과를 수용말자’는 입장의 교수도 적지 않았다. 당시 해사대학 A 교수는 “이제 소모적 학내 분쟁이 아닌 힘을 모아 대학의 발전을 생각할 때이
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_ 시간이 흐르면서 총장 문제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소모적 학내 분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두하였다. 그렇게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모든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작년 10월 말. 본격적으로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총장 문제도 다시 물위로 떠올랐다.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 실세와 비선조직이 교육, 의료, 문화, 체육 등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자연스레 ‘대학 총장도 비선의 입김이 있지 않았겠는가?’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건의 발단 : 직선제 폐지
_ 1987년 민주화와 동시에 대학에는 총장직선제가 도입되었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학문의 전당이 교수들 간 선거운동의 정치판으로 변질하였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총장이 임명된다. 총장이 독단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총장 직선제는 대학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_ 상황은 2011년 이명박 정권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국립대학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총장직선제 개선을 내걸고, ‘교육역량강화사업’ 및 ‘구조개혁중점추진 국립대학’ 평가지표 등에 ‘총장직선제 개선’ 지표를 반영해 총장 직선제 폐지를 관철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에 더욱 가속 페달을 밟았다.

대학가의 싸늘한 시선을 외면한 정부
_ 총장 직선제를 폐지함으로써 국립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영향력을 강화하자 대학가 내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이어질 반발을 경계한 교육부는 갑자기“앞으로 후보 추천하면서 순위를 매기지 말라”고 대학들에 통보했다. 교육부의 독단에 대학들은 반발했다. 후보 자체가 대학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인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정권의 맘대로 총장을 정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는 현실로 드러났다.
_ 이전 정권만 하더라도 대학이 1, 2 순위 후보자를 올리면 크게 문제가 없는 이상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만약 1순위 후보자가 문제가 있으면 ‘사유를 정확히 밝히고’ 대학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후보자를 거부한 사례 14건 중 절반이 넘는 8건이 박근혜 정권 2년 새 벌어졌다. 14건 중 거부 이유를 알 수 없는 4건도 모두 박근혜 정권의 일이다. 게다가 2순위 후보 임명은 이전 정권에서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이례적이다.
_ 우선 교육부가 무순위로 올린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거부한 경우가있다. (공주대,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경북대) 특히 공주대의 경우 총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의 각종 현안사업 표류와 파장이 이어지고 있어, 총장 공백 사태의 책임을 교육부에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1순위 후보 거부에 대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2순위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한 경우도 있다. (순천대, 충남대, 경상대, 한국해양대, 경북대) 우리대학이 바로 이 경우에 속한다.

결국, 코드인사였던 것인가?
_ 국립대 총장 임용방식은 대학의 총장선거로부터 시작한다. 총장선거에서 2명의 후보자를 뽑으면, 이를 교육부에 추천한다. 원래는 1순위와 2순위를 명시했으나, 교육부는 무순위 추천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렇게 2명이 올라가면 교육부 내에서 인사위원회를 거쳐 한 명의 후보자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선조직을 통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 언론은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의 고위 관계자는 1일 “박근혜 정부에선 2순위 후보자가 국공립대 총장에 임명된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에서 공식문서로 통보를 하지 않았지만 직접 오더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2순위 후보의 총장 임용은 과거 정부에선 한 번도 없던 일이어서 교육부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정확히 누구의 뜻인지 알 수 없어 우리도 답답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7.01.02. 중앙일보 12면 “2순위 후보 국공립대 총장 잇단 임명, 청와대 오더 있었다”)
_ 이러한 의혹은 실제 총장임용사례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대학을 포함한 대다수 국립대학이 총장임용을 못 받거나, 학내구성원의 의사를 저버린 채 2순위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한국체육대의 경우 박근혜 정부 2년 새 4번이나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거부당한 끝에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을 총장으로 맞았다. 김성조 총장은 구미에서만 4선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_ 부산대학교의 상황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현 부산대 전호환 총장은 선거를 통해 1순위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는 본인의 임명 당위성에 관한 문건을 정치권 인사들에게 발송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된 문건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 지지를 위한 700여 명의 교수 서명 △박근혜 대선 후보지지 단체인 ‘포럼부산비전’ 정책위원 활동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적극 동참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총장 임용절차의 진실을 밝혀라
_ 작년 11월 29일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에 총장공석사태와 비선실세 개입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우리대학 방광현 교수를 포함한 국립대학 총장 1순위 후보자 8명은 국립대자율확립대책위원회1)를 조직해 행동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들은 지난 1월 18일 특검사무실 앞에서 국립대 총장 임용 관련 국정농단을 특검에 고발하였다. 아래는 고발 내용 전문이다.
(1) 경상대학교 총장 1순위 후보자 권순기 교수 등 포함 8인은 김기춘 및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특검에 고발한다.
(2)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해, 교육부와 청와대는 11개 국립대의 총장 후보자에 대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총장임용을 거부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함은 물론, 11개 국립대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였다.
(3) 교육부는 대학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1순위 후보자들에 대해서 임용거부에 대한 어떠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소송도 5건이 진행 중이다.
(4)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이와 같은 11개 국립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의 임용 거부에 대해 최순실 등 비선실세와 청와대 비선라인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5) 이에 권순기 교수 등 8인은 특검이 국립대 총장 임용과정에서 드러난 국정농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폐해가 많은 제도는 수정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마저 직접선거에 폐해가 많다면 이 또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사실상 마음대로 국립대 총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길은 없어야한다.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인 걸까?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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