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
[기자가 만난 선배]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
  • 조경인 기자
  • 승인 2018.03.09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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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심리생리검사관_최원진 동문 (에너지자원공학과·98)

▲ 최원진 동문(에너지자원공학과·98)


이번 <기자가 만난 선배>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으로 향했다. 경찰 제복과 양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다니는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최원진 동문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본인의 이야기와 조금은 독특한 본인의 직업을 소개했다.

일하고 공부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_최원진 동문의 학창시절에서 ‘낭만’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단어였다. 대학과 학과는 집안 사정과 성적에 맞추어 선택했다. 집이 동삼동이었기 때문에 학교에는 걸어서 등교했고, 수업시간에는 집중해 수업만 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좋지 못한 가정형편에 본인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원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며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_아르바이트가 끝난 후에는 곧 있을 공무원시험을 위해 공부했다. 최원진 동문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힘든 학교생활이었다”며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생활에서 유일한 낙은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뿐이였다”며 지금의 아내인 여자친구와의 지난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대학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_앞에서도 말했듯 최원진 동문의 대학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은 바로 여자친구, 지금의 아내이다. 아내가 먼저 검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최원진 동문도 함께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 다 공부하기 바빴고, 돈도 없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데이트도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커피 마시는 것 뿐이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래도 덕분에 지금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있기 때문에 절대 후회는 없다”고 말하며 동시에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심리생리검사관
_기자에게 ‘심리생리실험관’은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특히 에너지자원공학과를 나온 최원진 동문이 어떻게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일할 수 있게 됐는지 궁금했다. 정답은 앞에서 이야기한 검찰 공무원 시험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검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하게 되면 발령 기간을 거쳐 검찰 공무원으로서의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일정 기간을 거친 후 부서 발령을 한다. 최원진 동문은 이때 심리생리검사관을 택했다.
_심리생리검사는 심리생리검사 규정에 따르면 심리생리분석기(폴리그래프 등)에 의하여 양심의 가책 및 탄로 우려 등 사람의 심리변화에 따른 혈압, 맥박, 호흡, 피부전류저항 및 뇌파변화 등을 측정, 기록한 후 그 기록의 해석에 의하여 진술의 진위여부를 추론하는 심리분석기법이다. 심리생리검사관은 특히 거짓말탐지기의 검사를 받는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판단·분석한다.
_최원진 동문이 영화 ‘용의자 X’를 통해 이 직업을 알게 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심리생리검사관의 모습을 보고 저건 어떤 직업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흥미를 갖게 됐다. 그리고 심리생리검사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부서 발령 후 심리생리검사에 대해 배웠던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해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며 “그러나 새로웠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선택에 대해 후회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하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평탄치만은 않지만
_하지만 심리생리검사관으로서 근무함에 있어 그 길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범죄자를 대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답답할 때도, 화가 날 때도 많았다. 초임 때에는 조사를 받는 사람들을 향해 호통치기도 했고, 쓴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심리생리검사관이 된 지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생리검사관은 항상 그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에 서야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종 정말 나쁜 범죄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뻔히 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거짓말탐지기는 주로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을 때 사용하기 때문에 주로 성범죄와 관련한 사건이 많다. 그럴 때는 크게 한소리 하고 싶지만 꾹 참아야 한다”며 종종 마주하게 되는 답답한 상황을 설명했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
_답답하고 화나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뿌듯하고 즐거운 일도 있다. 최원진 동문은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을 때 가장 기쁘다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_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햄버거 가게에서 한 직원이 마감 정산을 하던 중 돈다발을 햄버거 포장 봉투에 넣어두었고, 그 사실을 잊은 채 햄버거를 담아 손님에게 건냈다. 손님은 당연히 의심 없이 그 봉투를 챙겨갔다. 그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봉투를 가져간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손님은 자신은 돈다발을 보지 못한 채 이미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돈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모두들 손님이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심리생리검사의 결과는 달랐다. 직원과 손님 모두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 말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결났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정말 손님이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원진 동문은 “정확하고 과학적인 검사 덕분에 모두가 억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며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보람있는 일”이라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_최원진 동문은 아직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한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건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전혀 관련되지 않은 학과를 나왔지만, 결국에는 즐겁고, 보람돼고, 후회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최원진 동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의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현재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국한되지 말고 정말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후 그 진로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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