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함성] 커뮤니티라는 먹
[아치골함성] 커뮤니티라는 먹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03.0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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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행정학과 14_서명건

_제4차 산업시대로 불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떠돈다. 더 전문적인 정보공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 옛날 부족을 만들 듯 집단을 형성한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블로그, SNS보다는 조금 더 사회성을 띠고 주로 웹사이트나 웹 카페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비슷한 취미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이지만 최근 들어 그 종류가 많아짐에 따라 잦은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

_지난 1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대한민국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광고가 상영됐다. 전 대통령과 반대의 정치성향을 가진 커뮤니티 사이트의 소행이었다. 한 여초(여성 중심)커뮤니티에서는 작년 10월 사고로 사망한 배우 김주혁을 조롱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 외에도 타인을 비난하거나 배척하고 모여서 불법시위를 하거나 개인 SNS를 테러하는 등의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_이러한 문제점들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특성상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처음 시작은 취미활동의 정보공유나 토론을 위해 개설된 사이트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인 디씨인사이드는 개설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 사이트였다. 이런 사이트들이 어둡게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규모가 커지면 익명성을 이용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을 작성하는 사람들과 같은 사이트 내에서도 편을 갈라 친목질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비슷한 취미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모였기 때문에 자정작용은 쉽지 않다.

_달콤한 말은 누구에게나 달콤하고 쓰디쓴 말은 누구에게나 다 쓰다. 의견에 대한 칭찬과 비판 모두 필요하지만, 칭찬은 달고 비판은 쓰다. 아무리 근거가 명확한 비판이라도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의견에 대한 비판보다는 칭찬과 동조가 주를 이룬다. 그룹원의 의견이 대부분 자신의 의견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이 비판 없이 합쳐지니 혼자서는 ‘해도 괜찮을까?’ 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작게는 예의범절, 사회규범, 심하게는 법에 어긋나는 행동도 저지른다.

_명확한 해결책은 없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폐쇄된 사이트들도 있지만, 잠시뿐 다시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활동한다. 장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비정상적인 커뮤니티가 일부분이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더 많아서 여가생활 증진과 건강한 토론에 도움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커뮤니티 구성원 자신들이다. 정보와 의견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거를 건 거를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의견을 제시했을 때 근거 있는 비판을 받았다면 쓰더라도 삼킬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생활에 영향을 끼칠 만큼 과하게 몰입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똑똑한 거리 두기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든다.

_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지듯, 주위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한자성어이다.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활동이 매우 활발한 오늘날, 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검고 더 위험하다.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가까이한다면 다시 깨끗해지기 어렵다. 하지만 옛날 먹은 분명 유용하고 필요한 물건이었다. 나를 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아름다운 글씨를 쓸 수도 있다. 어떻게 사용될지는 먹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달렸다.

  서명건 학생 (해양행정학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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