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서서] 노란 하늘은 같았지만 달랐다
[강단에 서서] 노란 하늘은 같았지만 달랐다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03.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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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수송과학부_채양범 교수

_차를 몰고 이송도 길을 가는 중 초등학교 여름방학이면 자주 갔던 갯가를 매립한 곳에 세워진 반도보라아파트를 보면서, 지금이 겨울이라서인지 뭉게구름이 점점이 떠 있었던 파란 하늘과 뙤약볕 아래에서 동네 친구들과 갯가에서 채 5미터도 못 갔던 엉성한 개헤엄으로 누가 멀리가나 시합을 하였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파도가 제법 높았던 날에는 내 또래의 주검을 간간이 보았는데 그때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정말 무심하게도 그 원인이 될 만한 숱한 얘기들을 나누었던 것 같다. 그중의 하나가 갯가에서 죽은 영혼이 물귀신이 되어 물속으로 잡아당긴다는 것이었다.

_아마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여름방학 때인 것 같다. 친구들과 여느 때와 같이 개헤엄을 치며 놀던 중 숨을 쉬려고 서는 순간 한없이 깊은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_물귀신이 나를 당기고 있다는 생각보다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주위에 헤엄을 치던 친구들의 다리를 잡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발가락 끝에 닿는 돌을 박차고 겨우 물가로 나와 보았던 노란 하늘!

_1996년 봄 연안 실습 중 기항한 묵호항, 1박 2일의 무릉계곡 야영 일정에 각 교수와 면담 학생 팀별로 무릉계곡과 두타산 등산을 하였다. 내 팀과 다른 한 분의 교수팀은 두타산 등산을 하였는데 어느 팀이 먼저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가 시합을 하였다. 어느 팀이 빨리 도착하는 가하는 것이었기에, 서로 팀별로 격려하며 모두들 헉헉거리면서 중간에 쉬지도 않고 이를 악물고 가파른 두타산 정상까지 도달하였다. 물론 일부 학생은 뒤처져 늦게 왔지만, 모두들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드러누워 가쁜 숨을 헐떡였다. 이 때 보았던 노란 하늘!!

_자의식이 채 형성되지 않았던 어릴 적, 불현듯 찾아온 급박한 절명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본능적으로 심신을 소모하고 난 후에 보았던 노란 하늘과 나름 건강한 자존감으로 어느 팀이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가의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극한의 심신을 소모시키고 난 후에 보았던 노란 하늘은, 주어졌던 스스로 선택했던 목표가 있었다는 것과 시각적인 면에서는 같았지만 달랐다. 갑자기 찾아온 살아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단순한 본능에 따라 겪었던 극한의 경험과 건강한 자존감으로 스스로 선택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내몰았던 극한의 경험은…

_자존감(Self-esteem)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인생의 역경에 맞서 이겨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삶에서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일종의 자기 확신이다. 이러한 자존감은 가까운 사람 등 타인과의 관계, 경험, 생각 등에 의해서 형성되고 상황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으며 학업 성적, 리더십, 위기극복능력, 대인관계 등 삶의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_그래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꿈을 이루려는 젊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자신의 잘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으며, 남을 배려하는 건강한 자존감을 지니기 위해 심신의 극한을 경험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행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해사수송과학부 채양범 교수
해사수송과학부 채양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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