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골함성] 구의역 사고 2년, 무엇이 바뀌었는가
[아치골함성] 구의역 사고 2년, 무엇이 바뀌었는가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06.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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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기정보공학부 14_박재성

_2016년 5월 28일, 2년 전 이맘 때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용역업체 한 청년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그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열차가 역내로 들어오면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특성화고 출신인 용역업체 직원 김 모군의 나이는 당시 열아홉이었다. 
 
_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상당히 컸다. 특히 사망한 김 군의 가방에 숟가락과 일회용 나무젓가락,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주용역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고, 이제 막 세상에 발돋움하기 시작한 숙련되지 않는 청년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이게 한 현실에 분노했다.

_이후에도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우리 곁을 떠난 청년이 한두 명이 아니다. 올 3월에는 경기도 남양주 이마트 다산점에서 하청업체 직원 이 씨가 무빙워크 점검 중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약 한 시간 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마트 노조는 이 씨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안전장치와 보조 인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21세인 이 씨도 특성화고 출신으로 이곳에서 현장실습으로 일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_고등학생이거나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안팎의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이 대세인 현실에서는 미처 숙련이 되기 전에 노동현장에 투입돼 위험한 상황에 놓일 확률이 자연히 높아진다. 더욱이 청년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그저 싸게 부려 먹으려는 일부 기업들도 있다. 그만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_위 사건들은 ‘청년들의 죽음’이 있었기에 그나마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다양한 개선책이 논의되었지만, 성희롱, 불합리한 차별, 산재 처리하지 않는 사고, 노동법 위반 등 사회 곳곳에서 청년들이 받았을 피해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_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고용시장은 계속 얼어붙기만 하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 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4.1%지만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7%로, 전체 실업률보다 약 6%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무려 23.4%에 달했다.
 
_서울시는 2016년 9월 스크린도어 안전 담당 외주 정비원 전원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인력도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올 3월에는 이들을 포함한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전원(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개선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_구의역 사고가 나고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안전의 외주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김 군, 이 씨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받지 않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다.
 
_아마도 5월의 마지막 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지나다 김 군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구의역 사고 2주기를 맞이하는 봄,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박재성 학생 (전자전기정보공학부·14)
박재성 학생 (전자전기정보공학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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