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 서서] 영도대교에서
[강단에 서서] 영도대교에서
  • 한국해양대신문사
  • 승인 2018.06.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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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원_이장직 외래교수

_ 지난해 봄 학기부터 교양과목 ‘클래식 음악의 이해와 감상’을 강의해오고 있다. KTX나 저가 항공편 덕분에 서울에서 멀게는 목포나 제주까지도 출강해보았지만, 부산에서 대학생들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요즘에야 지나가는 간판 하나까지 익숙해져 버스 안에서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부산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건너 캠퍼스가 위치한 아치섬에 도착할 때까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부산에서 나서 자랐지만 영도 방문은 오래전에 태종대에 놀러가 본 것이 유일했다.

_ 영도대교를 건너는 느낌은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와 또 다르다. 창가로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산들바람에서도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느낀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 철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번은 시간에 쫓겨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태종대 쪽으로 코스를 잡는 게 아닌가. 평소 가던 길이 아니어서 내심 불안했지만, 버스 노선과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는 따로 시간을 내서 태종대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군데군데 시장통 어귀도 들르면서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는 190번 버스가 정겹다.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매주 한 번씩 부산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올라오는 여행자의 기분이다.

_ 해양대의 자랑은 세계 유일의 섬 캠퍼스라는 점이다. 진입로로 영도와 연결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섬 속의 섬’이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우도 같은 느낌이랄까.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 때면 바다 한가운데 섬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영도나 아치섬은 말이 섬이지 바다 한가운데 불쑥 솟아 있는 산이나 다름없다. 바다를 메워 캠퍼스도 조성하고 기숙사도 만들었지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절묘한 풍경은 옛 모습 그대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전체가 학교 교정이다. 북항 쪽의 바다는 거대한 호수 같다.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하고 맑은 대학 캠퍼스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계절의 여왕 5월 따스한 햇살과 함께 부는 산들바람도 좋지만 비가 오고 흐린 날이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날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정박해 있는 실습선 한나라호, 한바다호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강의시간이나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다. 부산 시화(市花)이기도 한 교화(校花) 동백은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작년부터 입고 있는 유니폼의 색깔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수업 도중 야구장에서 응원할 때 사용하는 음악 얘기를 하다가 롯데 광팬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

_ 속세에서 벗어난 느낌이랄까. 날씨가 좋을 때 태평양을 향해 닻을 올리는 함선 모양의 ‘르네상스 게이트’에서 앵카탑까지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다. 세속에 찌든 온갖 먼지들이 파도에 부서지는 물방울과 함께 날아 가버리는 것 같다. 학교 정문을 나서자마자 술집과 옷가게가 즐비한 다른 대학교와는 다른 느낌이다. 신입생이라면 아치섬에 처음 입성했을 때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영도의 자연환경이 주는 고마운 느낌이 점차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맑은 공기, 탁 트인 바다에 펼쳐진 수평선, 바닷바람이 전해주는 꽃과 나무의 향기…. 이 모든 것이 별로 특별할 것도 없이 너무 당연하고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학교 수업하랴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 쌓으랴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숨 돌릴 겨를도 없겠지만 처음 입학해 이곳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는 아치섬 풍경에서 자연의 선물을 만끽해보자. 바삐 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길섶에 핀 꽃 한 송이를 물끄러미 볼 시간 정도는 있지 않을까.
 

이장직 외래교수 (교양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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