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선배] 세상을 돕기 위한 바다 위의 항해
[기자가 만난 선배] 세상을 돕기 위한 바다 위의 항해
  • 하영은 수습기자
  • 승인 2018.10.0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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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이등 항해사 류한범 동문 (항해학부·09)
그린피스 이등 항해사 류한범 동문 (항해학부·09)

_로밍 중이라는 연결음에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낸 메시지에 뒤이어 온 답장. 휴가를 받아 한국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겠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직접 신문사까지 찾아와주신 류한범 동문(항해학부·09)은 기자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자유롭고 싶었던 학창시절

_고등학교까지의 류 동문은 남들과 비슷하게 학교와 학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리대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사실 수능 점수대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항해학부가 재밌을 것 같아 선택했다목포해양대 항해학부에 재학 중인 친형의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_대학 시절 류 동문은 모범생이 아니었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꿈꾸던 그에게 엄격한 해사대학의 분위기는 잘 맞지 않았다. 류 동문은 대학 생활이 지금처럼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억압적인 분위기에 저항하려 일부러 더 규율을 잘 안 따라 벌점도 많이 받았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그린피스와의 첫 인연

_대학 4학년 때 그린피스 배가 부산항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평소에 NGO 활동에 관심이 많던 류 동문은 배가 체류하는 기간에 도움을 줄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듣고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성심껏 도와줄 수 있으니 제발 일만 시켜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메일을 보냈다.

_그렇게 그는 요리 보조사로 그린피스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승선실습 때 배웠던 영어 실력으로 대충 알아들으며, 요리하는 것과 필요한 물품에 대한 구매를 도왔다. 하지만 배는 곧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출항을 하게 되었다. 순간 류 동문은 출항하는 배에 남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짧았지만, 그때 느꼈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벌을 받겠다는 예상을 했지만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바로 지도관에게 전화했고, 자원봉사 때문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일주일 동안 승선생활관에서 퇴사를 당했다. 그때 시작된 그린피스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더 가까워진 그린피스

_승선근무예비역 시절, 류 동문은 배 안에서 사람들과 장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도 류 동문은 주변에 그린피스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항해사의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_류 동문이 그린피스만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알아보니 항해사를 하면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꽤 많았다. 개발도상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머시쉽, 환경운동 단체 시셰퍼드 등이 류 동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역시 그린피스였다.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생각이 평소 인생의 목적과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한번 그린피스의 문을 두드렸다.

_간절했던 덕분인지 그린피스에 보낸 메일에 답신이 왔다. 기쁨도 잠시, 전화면접이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이틀 동안 끼니도 거르고 인터넷으로 영어 전화면접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자주 나오는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질문을 예상하고 들으니 영어도 더 잘 들렸다. 그렇게 전화면접을 무사히 통과해 비로소 그린피스의 일원이 되었다.

 

시작된 그리피스의 생활

류 동문이 근무 중인 그린피스 쇄빙선 ARCTIC SUNRISE호

_류 동문은 그린피스에서 이등 항해사로 일하고 있다. 3개월 단위로 승선과 휴식을 반복해 일 년의 반을 바다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하루 24시간 중 8시간 동안 운항을 담당하고, 항해계획을 직접 짜는 일을 한다. 항해계획을 직접 짜는 일은 그린피스에 와서 처음 해본 일이었다. 류 동문은 상선에서 일할 때는 정해진 바닷길만 따라 운행하면 됐다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내 몫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_그렇다고 해서 매번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모두가 배 안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주변에 악기가 많아, 일과 시간 마치고 밴드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환경단체인 만큼 환경과 관련된 영화를 함께 시청하기도 한다. 류 동문은 동료들에게 옥자를 보여주니, 다들 좋아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_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배에서 아플 때 가장 외롭고 힘들다고 했다. 그가 자주 타는 배는 쇄빙선이다. 쇄빙선은 상선과 비교했을 때, 작은 편이라 배가 매우 흔들린다. 그 때문에 항상 멀미로 고생한다. 그는이전까지 멀미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내가 선택한 일에서 찾는 보람

그린피스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

_그린피스는 환경보호를 위해 많은 캠페인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은 북극해 석유 시추 반대 캠페인이었다. 인류 공동의 자산인 북극해에서만큼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석유 시추를 하지 말자는 것이 그린피스의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북극해에 도착해 석유시추선 주변을 둘러싸고 시위를 시작했다. 하지만 석유 시추 작업이 계속되자, 더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린피스 일원들은 그린피스의 주요 사상인 비폭력 직접행동(NVDA)’에 따라 안전구역 안으로 넘어가 지구본 모양의 풍선을 띄우는 캠페인을 이어갔다. 그는 일 때문에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구역 밖에서 본 그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_그린피스 항해사로 일하며 뿌듯한 일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도 류 동문은 그린피스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환경에 관한 법이 제정되거나,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기업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그는 밖에서 고생을 할 때 때로는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다면서도 우리의 노력이 현실적인 결과물로 나타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젠가 연락이 올 겁니다

_류 동문 역시 처음부터 가치관이 뚜렷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막연하게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오히려 동료들과 배 안에서 일하며 가치관이 점차 구체적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_류 동문은 NGO 단체에 들어가길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는 영어 못해도 괜찮다가서 배운다는 생각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한, “NGO 단체도 사람을 많이 필요로 하니, 계속 지원해보면 연락이 올 거다고 전했다.

_류 동문은 용기 있게 도전하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계속 지원해보라고 조언했다. 당시의 그 역시도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도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을 이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들겠지만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더라도 계속 도전했으면 한다다른 곳에 취업하더라도 꿈을 잊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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